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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소방, 경찰, 지자체 협력으로 재난피해 최소화 해야"

    18일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심포지엄 '재난 현장에서의 환자 접근'

    기사입력시간 2018-10-22 06:05
    최종업데이트 2018-10-25 12:36

    사진: 2018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심포지엄 '재난 현장에서의 환자 접근'에 참여한 정우진 연세원주의대 응급의학과 임상조교수(왼쪽부터), 최병호 울산의대 응급의학과 조교수, 서기식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관리팀장, 박정배 경북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황성연 셩균관의대 응급의학과 교수, 김재혁 목포한국병원 응급의학과장.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부터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까지 현장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재난의료 인프라의 발전방향을 모색해왔다. 앞으로 병원, 119구급대와 경찰, 지자체가 공동 훈련을 통해 체계적으로 협력해야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8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18 대한응급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는 '재난 현장에서의 환자 접근'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은 울산 버스 전복 사고,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 등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재난의료 인프라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재난의료 교육의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로 구성됐다.


    우리나라 재난의료 인프라는 어떻게 구성돼 있나

    중앙응급의료센터 석기식 재난의료관리팀장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에 재난의료 개념이 탄생했다. 이후 2003년 대구지하철 사고를 계기로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제정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석 팀장은 "현재 재난의료에 대응하기 위해 119구조 및 구급대 외에 보건소의 신속대응반이 보건소 별로 2팀씩 구성돼 있다. 의사 1인과 간호사 및 구조자 2인, 행정요원 1인 등 최소 4인 이상으로 구성된 권역별 재난의료지원(DMAT)팀이 전국서 활동하고 있다"며 인력 차원 대비 현황을 밝혔다. 

    이어 "시설 장비면에서는 DMAT가방과 이동형 병원이 준비돼 있고, 34개 권역센터에서 재난의료지원차량이 현장 응급 상황을 지원하지만 노후화됐다. 시설 장비에 대한 보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석 팀장은 "현재 대응체계는 119 상황실에서 신고 접수를 받으면 각 행정기관과 의료기관, 지원지관으로 전파하도록 돼 있다"며 "메신저를 개발하려고 하는데 현장에 배포하지는 못하고 있다. 평소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상황을 모니터링을 하다가 특정 지역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합류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교육 훈련에 관해 개선해야할 점을 지적하며 신속한 대응을 위한 구체적인 상황별 매뉴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석 팀장은 "매년 3~4회간 200~250명이 재난상황 대응 훈련에 참여한다.현장에서 기본적인 내용만 다루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비상대응 매뉴얼을 세분화하는 개정 작업을 현재 추진 중이다. 아마 내년쯤에는 원외 사고에 대한 병원 내 대응과 일부 특수 재난에 대한 대응 매뉴얼 등을 포함한 매뉴얼이 공개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를 지연시키는 문제점 4가지

    재난의료지원(DMAT)팀으로 출동한 경험이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재난 현장에서 목격하고 느꼈던 재난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발표했다.

    울산의대 응급의학과 최병호 조교수(울산대학교병원)는 지난 4월 울산 아산로 버스 전복 사고를 포함한 사고 현장 세 곳에 DMAT팀으로 출동했던 사례를 들어 사고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점들을 4가지로 추렸다. 

    최 교수는 "DMAT팀 출동 요청이 보다 신속했으면 좋겠다. 출동 요청을 받고 빨리 현장에 도착한다고 해도 최소 30분이 걸린다"며 출동 요청의 신속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진입로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통이 정체되면 사고 현장 진입이 어렵다. 아산로처럼 중간에 출구가 없는 도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사이렌을 아무리 울려도 지원차량이 현장에 빨리 도착할 수 없다"며 "진입로 확보를 위해 먼 지점부터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기자들이 구조 활동 중에 인터뷰를 요청하거나 사다리차를 동원해 구조를 방해한다. 신속하고 원활한 구조 활동을 위해 기자나 시민들에 대한 현장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가까운 병원 순으로 환자를 이송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중증 환자 또는 다수의 환자를 치료할 여건이 안되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해 치료가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됐다"고 지적하며 "119 구급대가 환자 중등도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를 발표한 연세원주의대 응급의학과 정우진 임상조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DAMT팀으로서 출동했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

    연세원주의대 응급의학과 정우진 임상조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는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에 DMAT팀으로 출동했던 현장 경험을 밝히며 재난의료 시스템이 보완해야 할 점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오후 4시22분에 중앙 재난응급의료상황실로부터 화재 발생 사실을 통보받은 후, 오후 4시28분에 다시 상활실로부터 강원응급의료지원센터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DMAT팀으로 출동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오후 5시 5분쯤 현장에 도착해 DMAT팀으로서는 강원에서 원주까지 36만에 도착했지만 화재 발생 시각이 오후 3시53분인 것을 감안하면 출동 요청이 늦었다"며 "119 상황실에서 재난응급의료상황실로 전파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건의 규모나 심각성에 따라 119 상황실이 재난응급의료상황실, DMAT팀으로 출동 요청하는 속도를 단축시키는 프로토콜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3시간만에 전소된 화재 현장에서 혹한의 추위에 6시간 노출돼 진료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사고 유형별로 대응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그날 DMAT팀은 훈련 중에 그대로 현장으로 출동했다. 현장에 직접 가보니 화재가 심각했다. 대형 화재 현장에서 진료소를 설치할 때는 매캐한 연기에 덜 노출되는 쪽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점을 현장에 가서야 알았다"며 "사망자가 많아 현장 분위기는 침울했다. 진료소 외에 현장에서 차량 세 대로 가로막고 영안실을 급하게 꾸렸다"고 말했다.

    또 영하 7~10에 이르는 혹독한 추위에서 재난응급의료를 지원해야 할 때 보완돼야 할 장비를 언급했다. 정 교수는 "연습할 때는 실제상황이 아니다보니 몰랐는데 일반 마스크로는 연기가 너무 매캐해 견딜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날씨가 너무 추웠는데 방한 장비나 식음료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환자 분류표는 종이재질인데 겨울이라 눅눅해져 잘 적히지 않고 자꾸 파손됐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고가 수습된 밤 12시43분까지 버텨야 했는데 구조대나 의료진 등 현장에 식음료가 부족했다"며 "재난 현장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한 현장 진료와 대응을 위해 장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고는 총 사상자가 60명이었다. 이중 현장응급의료소가 진료한 인원은 32명인에 그 중 29명이 사망자였고 3명이 경상이었다. 초기대응이 빠르지 않으 진료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DMAT팀은 병원만큼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모든 사건사고에 출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DMAT팀은 재난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때 출동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119 사고 신고 접수 후 초기 대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전달 속도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사진: 심포지엄 '재난 현장에서의 환자 접근'.


    재난의료 교육의 발전 방향은 각 기관의 협조체계 완성

    재난의료 교육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국가적으로 재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소방과 경찰, 행정청 등과의 협조체계를 원활하게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제의대 응급의학과 김주현 교수(서울백병원)는 '재난 반응자 고리'라는 개념을 도입해 모든 고리의 반응자가 제 역할을 해야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재난의료 교육의 발전 방향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재난의학적 교육은 병원 내 인력으로 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피해 당사자 및 행인 - 관리자 등 1차 반응자 - 소방 구조 구급대 및 해당 재난 담당 전문인력 - 병원 내 인력' 등으로 구성된 고리에 해당하는 모든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이들 모두가 재난 상황에서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재난교육이 없는 실정"이라고 재난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권역별 DMAT팀은 빨라야 30분이고 보통 현장 도착까지 3시간이 걸린다. 유일하게 대기하는 조직은 소방, 경찰, 군인데 이들의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며 특히 "119 구급대원의 재난대응 훈련이 지휘 계통과 현장 관리에만 집중돼 있고 재난의학적 훈련이 없다. 이들을 위한 재난응급의료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재난 상황시 병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는가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개인과 일개 권역 병원으로는 이러한 교육을 수행하기 어렵다. 집중적이고 역량있는 조직이 재난의료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북의대 응급의학과 박정배 교수(경북대병원)는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에 의료진들이 지원을 가기 위해 현장에 갔는데 경찰에 저지 당해 현장 진입을 못한 경우가 있었다"라며 "행정조직과 생활권이 다른 경우에는 어떻게 신속대응할것인가 규정과 평소 협조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소방, DMAT팀, 신속대응반은 주무부서가 다르다보니, 재난 담당자가 자꾸 바뀌어 일관된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는다. 사건이 발생하면 그제야 재난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학회든 지역이든 중심으로 모여 컨소시엄 결성해 예산을 꾸준히 확보하고 재난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재난에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