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는 이비인후과, 호흡기내과, 신경과, 치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연합으로 이뤄져 있다. 병원 개원 초기부터 여러 진료과가 모인 수면센터가 자리를 잡았고 현재 이들은 격주로 한데 모여 논문을 리뷰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병원과는 차별화된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의 통합진료에 대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전 대한수면학회장)와 함께 자세한 배경과 최신 수면질환 트렌드를 알아봤다.
차별화된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비결은 '통합진료'
수면질환에는 크게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장애 등 5개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한달에 수면다원검사를 100건 정도 진행하고 있으며, 검사대상자 중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사람이 70~80%에 해당한다.
윤인영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은 여러 진료과가 관여하기 마련인데 센터를 통해 여러 과를 묶어서 진료한다”라며 “주로 이비인후과, 호흡기내과에서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한다. 기도에서 작용하는 병태생리학도 중요하고 구강내장치에서 수면무호흡을 치료하는 장치를 다루는 치과도 필요하다. 신경과와 정신건강의학과는 일부 영역이 겹치지만 뇌와 관련한 영역을 치료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진료과는 격주 오전에 수면센터에서 미팅이 있다. 이때 논문 하나를 같이 리뷰하고 수면다원검사에 대해 논의한다. 만약 수면장애 환자가 있다면 증상에 따라 각 진료과를 통해 진료를 예약하고 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모든 진료과에서 진료하고 이비인후과로 몰리는 경향이 일부 있다. 불면증은 정신건강의학과로 많이 가고 신경과는 불면증을 뺀 4가지를 진료하고 있다.
윤 교수는 “수면과 관련한 연구도 활성화하고 있는데 진료과들끼리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다 보니 연구가 더 활성화되는 분위기가 있다”라며 “데이터를 요구하면 서로간 오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고 할 수 있는 만큼, 협력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각 진료과마다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2018년 7월에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되기 전까지는 워낙 검사가 비싸 접근성이 좋지는 않았다. 현재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중심으로 이비인후과가 45%, 신경과가 30%이고 정신과는 불면증을 비롯해 다양한 질환을 진료하고 있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는 호흡기내과가 강한데 한국은 코골이=이비인후과라는 인식이 있어서 수면무호흡증으로 이비인후과를 많이 선택하는 분위기를 알 수 있다”라며 “수면건강은 갈수록 복잡한 의료 영역에 놓여져 있어 앞으로 진료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수면건강 트렌드...스트레스와 비만, 노령화
윤 교수는 1995년부터 코로나19가 생기기 전까지 미국수면학회를 한해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는데, 수면의학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2015년까지는 한 번에 세션 6,7개를 열면 그 중에 5개가 수면무호흡증이었다. 수면무호흡증은 새로운 치료보다는 기존의 치료만 하다 보니까 2016년부터 불면증의 수면장애가 보다 다양해졌다”라며 “세션이 5개면 수면무호흡증이 1,2개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도 아직 수면무호흡증을 위주로 치료할지 몰라도 앞으로 수면장애에 대한 치료가 다양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불면증 치료도 연구와 기능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기면증 환자는 그리 많지는 않고 렘수면장애는 보통 노령화가 되니까 많아질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도 많이 알려지면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라며 “특히 불면증, 스트레스와 관련한 수면장애가 사회의 복잡성으로 늘어나고 있고 스트레스, 비만, 노령화 문제가 수면장애가 갈수록 많아지는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해 대학병원 수면다원검사실이 처음에는 검사 대기로 많이 밀려있었다. 그러다가 전국에 검사실이 많이 생기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이전의 9~10개월 대기에서 현재는 3주 정도로 예약대기가 당겨졌다. 환자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만 유지되면 오히려 바람직할 것으로 윤 교수는 해석했다.
윤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환자가 약17만원만 내면 7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수가가 깎이는 것은 막았지만 병원 입장에서 1박을 하고 수익을 내는 검사실이 아니다 보니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분당서울대병원에는 수면다원검사실 4개가 있는데 매일 야간과 주말까지 운영하고 있어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의 검사건수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면질환 인식 증대 바탕으로 유효성 검증해 수면산업과의 연계까지
윤 교수는 갈수록 수면질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각 진료과의 통합진료가 필요하고, 수면 관련 학회들간의 통합학술대회도 필요할 것으로 조언했다.
윤 교수는 “급여화 이후 비용 때문에 수면다원검사를 안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라며 “검사를 통해 환자들이 어떤 수면장애가 있고 적절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 한다. 수면장애는 단순히 수면제를 먹는다고 해서 치료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에서는 양압기가 핵심 치료이고 수술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하지 않고 있다. 불면증은 약물과 인지행동치료인데, 인지행동치료는 번거롭다 보니까 디지털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렘수면장애는 파킨슨병, 치매로 중재를 막는 것인데 아직 약이 개발이 되지 않아 앞으로 보다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면산업에서는 IT기술을 통해 진단에서 검사까지 비접촉식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수면검사에서 판독을 할 때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판독이 오랫동안의 숙원사업이었다.
윤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를 하면 접촉식 센서를 붙여야 하는데, 그냥 침대에 놓고 자고 일어나면 측정할 수 있는 비접촉식 센서 기술도 엄청난 시도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윤 교수는 “1995년부터 수면다원검사 자동판독 연구를 시작해왔고 매뉴얼을 통해 점수를 매긴 다음 AI를 통해 자동화될 수 있다”라며 “판독을 할 때 몇 시간씩 걸리는데 비해 수면다원검사 AI는 상당한 시간 절감효과가 있다”고 했다.
수면건강의 측정과 치료의 기술로 나눠서 생각하면 측정할 때 수면다원검사와의 유효성 연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요즘 주목을 받는 디지털치료제나 치료기술 역시 역시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의 증명이 필요하다.
윤 교수는 “제대로 된 임상연구가 없다면 기술이 아무리 개발되더라도 판매되지 못할 수 있고 효과 있다고 말만 하고 끝일 수도 있다”라며 “하지만 치료 영역에서 임상연구를 통해 증명하지 않으면 효과는 떨어진다. 관련 기업들이 비용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임상연구를 진행해 수면장애 환자들에게 유용한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