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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수만 늘린다고 대도시·미용성형에 몰리는 문제 해결 가능한가"

병원의사협 "왜곡된 의료시스템과 수가체계 개선으로 의사 증원 아닌 분배문제 해결해야"

기사입력시간 20-07-30 09:25
최종업데이트 20-07-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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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대한민국의 낮은 의사 수와 높은 의료 수준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과 수가 수준에 의해서 국민들과 의료계가 적응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과 수가 체계의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리는 정책은 반드시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대한병원의사협회는 29일 ‘의대정원 확대 정책의 문제점과 올바른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의 방향’ 분석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2019년 OECD 보건의료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장 적은 의사 수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 영아사망률, 자살을 제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 등에서 OECD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고 의료이용 관련 지표들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였다. 

병의협은 ““절대적인 의사 수에서도 일본(2.4명), 미국(2.6명), 캐나다(2.7명) 등의 국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라며 “의사 수가 적음에도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과 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높은 전문의 비율, 최고 수준의 의사 노동 시간, 낮은 수가, 높은 의료 접근성, 많은 외래 및 입원 환자 수 등 복합적인 원인들에 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사 및 국민들의 전문의 선호 현상이 강한 이유로 개원의의 경우에도 전문의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낮은 수가로 인해 국민들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병의원을 방문해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병의원 입장에서는 낮은 수가로 인해 보다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들의 노동 시간 및 강도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병의협은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 지역에 밀집돼 살고 있고, 이로 인해 도시 지역에 병의원의 수가 집중돼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의사 및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을 세울 때는 외국과의 절대적인 숫자 비교보다는 자국 의료 시스템 안에서 가장 적절한 인력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병의협은 “적정한 의사 수의 기준은 한 국가의 의료 시스템, 문화, 인종, 인구구조, 환경, 국민소득 수준, 의료재정 규모, 의료 인프라 및 접근성, 지리적 여건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의료 수준을 도출하기 위해 필요한 의사 및 의료 인력 규모를 적정 수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오히려 의사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13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의사인력 공급의 적정 수준’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2026년에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고, 의대정원을 늘리면 2025년부터는 의사 수가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병의협은 “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된 2019년 OECD 통계를 봐도 절대적인 의사 수는 가장 적지만 이전과 비교해 평균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라며 “수가 수준의 변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의료비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현상은 빠른 고령화, 의료 이용량 증가 등과 함께 의사 공급 과잉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의사, 간호사 및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의료 시스템과 수가 체계, 의료 정책 등의 문제로 인해 적절한 인력 분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필수 의료보다 미용성형 분야를 선호하는 의사가 많아지고, 저임금 및 고강도 노동을 견디지 못해 숙련된 간호사들이 조기 은퇴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대부분의 의료 인력들이 대도시로만 몰리는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는 것이 의대 및 간호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의사 및 의료 인력들의 적정 수준에 대한 올바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문제들에 대해서 아무런 이해도 없이 추진되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같은 무분별한 의료 인력 수급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며 “정책 실패로 인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국민들과 의료계가 입게 되고, 정책을 추진한 정부와 정치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으로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