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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러스가 우리(Us)를 잘라버리고 Vir가 남으면

    [칼럼] 배진건 이노큐어 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사내이사·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터 기술평가단장

    기사입력시간 2020-04-17 06:38
    최종업데이트 2020-04-17 06:38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바이러스는 살아남기 위해 우리 인간에게 조용히 침투한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공생이 우선이다. 그러나 진보가 너무 심하게 돼 바이러스(Virus)가 우리(us)를 잘라버리면 Vir가 남는다. 그렇게 되면 비어(Vir)의 핵심가치처럼 ‘A world without infectious disease(감염병이 없는 세상)’을 추구한다. 비어가 감염병과 전쟁을 핵심가치로 전진하다가 승리하게 되면 바이러스가 존재할 자리가 없어진다.
     
    비어 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ology)는 글로벌 자이언트 GSK와 지난 4월 6일 코로나19(COVID-19) 항체치료제와 백신개발을 위해 공동연구개발을 한다고 발표했다. GSK가 비어의 주식을 지난달 27일 종가 기준에 10% 프리미엄을 더해 37.73달러에 2억 5000만달러치를 매입키로 하는 소식이 알려지고 비어의 주식은 전일 대비 36% 상승했다.
     
    GSK가 왜 작은 스타트업인 비어와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였을까? GSK는 먼저 비어의 항체치료제와 백신개발 플랫폼에 주목했으며 바이러스 항체치료제를 개발한 경험을 중요시했다.
     
    둘째는 CEO 조지 스캥고스(George Scangos) 박사의 리더십이다. 2017년 1월부터 지금까지 저분자화합물에서 항체까지의 전반적인 경험을 작은 바이오텍 비어에서 보여줬다. 그의 실무 경험적인 리더십은 항체가 전문인 바이오젠을 2010년부터 2016년 말까지 변혁시켰고 저분자화합물로 성장한 엑셀리시스(Exelixis)에서 1996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보여준 개발과 경영 능력이다.
     
    셋째는 비어가 감염병 치료를 목적으로 구성한 4가지 플랫폼이다. 구체적으로 항체, T-세포, 선천면역(Innate Immunity)와 siRNA 플랫폼이다. GSK가 코로나 와중에 무엇보다 주목한 플랫폼은 바이러스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 혈장에 존재하는 중화항체를 식별하는 고유의 기술이다.
     
    비어의 mAb114 항체는 에볼라를 앓았다 회복된 사람으로부터 분리해낸 바이러스 표면의 당단백질에 대한 중화항체다. 이 중화항체는 원숭이에서 치료효과를 확인했고 임상 1상을 마친 후 2018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사용돼 왔다.
     
    지구 상에 여러 항체 회사가 존재하지만 리제네론과 비어 두 회사만이 바이러스 항체를 만들어 상업화한 경험이 있다. 그러기에 GSK 입장에서는 덩치가 너무 큰 리제네론보다 비어와 같이 공동 협업하는 것이 순리적인 선택이다. 비어와 협력으로 찾아낼 새로운 항원결정기(epitope(s))를 GSK의 백신 R&D 조직이 바로 적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넷째는 비어의 CRISPR 스크리닝과 머신러닝(AI) 접근법으로 SARS-CoV-2 감염을 예방하는 표적을 선별하는 것을 공동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비어는 B형간염(HBV)와 인플루엔자에 대한 표적을 이 접근법으로 이미 식별했다.
     
    마지막으로 GSK가 보유한 자체 백신개발 기술과 비어의 바이러스 전체 패밀리(entire viral family)에서 중화 에피톱(neutralizing epitope)을 식별하는 기술을 합쳐 SARS-CoV-2와 앞으로 다가올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GSK 입장에서는 비어의 항체 플랫폼은 여러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식별하는데 성공했기에 GSK의 면역학에 중점을 둔 연구개발 방식이 서로에게 보완점이 되는 것을 기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길어지기에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백신은 언제 만들어질까?’에 관심이 많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백신만이 해결법이라 언론에 말하지만 정말 치료백신이나 예방백신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치료백신의 성공한 사례는 일본뇌염이 유일하고 감기 백신 만드는 방법으로는 예방 효율성이 감기 백신 정도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SARS-CoV-2 항체 치료제 개발이 기대했던 것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많은 회사들이 달라붙은 치료항체는 반드시 만들어진다. 단지 언제 나오는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우선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에게 찌르는 FIH(First in Human)이 이번 7월이면 가능하다고 선두주자인 리제네론은 말한다. 물론 그후 완성된 제품이 치료제로 사용 가능할 시간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진: 비어 홈페이지

    현재 GSK와 비어의 우선적인 목표는 SARS-CoV-2에 대한 중화항체(neutralize antibody)인 ‘VIR-7831’와 ‘VIR-7832’의 개발을 가속화해 앞으로 3~5개월 내 임상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임상 2상은 몇 가지 다른 목적으로 실험을 하려고 한다. 첫째는 백신처럼 미감염자 대상의 예방 목적이고 둘째는 무증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호흡기 질환으로의 진행을 막는 목적이다. 셋째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의 증상완화 목적이다. 왜 이런 한 항체의 다양성이 가능한가?
     
    비어가 개발한 두 항체는 SARS-CoV-2가 숙주세포로 침입하는데 사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spike protein)에 결합해 치료하는 기전이다. 비어의 기술은 항체의 ‘Fc region’을 엔지니어링해 항체의 반감기를 조절할 수 있는 한편 CD8 포지티브한 T세포를 더 저항성이 높도록 만드는 기술 때문이다.
     
    후천적으로 적응된 면역 반응(Adaptive or acquired immune response)의 특성을 치료에 이용함에 따라 바이러스 항원을 한번 인지한 T-세포는 그 인지 기능을 기억할 수 있어 장기적인 치료 효능과 바이러스 억제 효능도 함께 기대할 수 있는 항체 치료법이기를 기대한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 이안 윌슨(Ian Wilson) 박사 연구팀이 4월 3일자 사이언스(Science)에 ‘A highly conserved cryptic epitope in the receptor-binding domains of SARS-CoV-2 and SARS-CoV’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진: 사이언스 홈페이지

    SARS-CoV-2 샘플에 유효한 항체는 그들이 연구한 SARS 샘플에 비해 효능이 약하지만, SARS-CoV-2의 취약점을 알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번 발견을 코로나 바이러스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사이언스 저널에 기술했다.
     
    스크립스 연구팀은 SARS-CoV 생존 환자의 항체 ‘CR3022’를 면밀히 조사해 그것이 SARS 바이러스의 수용체 결합부위(receptor-binding domain, RBD)에 어떻게 결합하는지 추적했다. 그런 다음 SARS가 ‘원자 규모 분해능’에서 샘플의 동일한 정확한 위치에 어떻게 고정될 수 있는지 관찰하고 조사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연구팀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이 SARS-CoV-2의 공격을 차단할 수 있는 인간 항체를 찾으려 하는 노력의 결과다.
     
    우리나라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은 지난 3월 4일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를 통해 계산화학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의 결과로 CR3022를 찾았다. 특히 CR3022는 2월 17일 발표된 중국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으로도 검증됐기에 우리 나라 연구가 실제와 잘 들어맞을 가능성을 증명한다. 이런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치료제와 백신 후보군을 빠르게 찾아내는 도구로 활용돼 차후의 진정한 치료제 발굴에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중-한-미 연구자들이 거의 동시에 발표했지만 SARS-CoV-2가 시작한 나라의 순서대로 보고했다. 결론은 CR3022에 높은 접촉력(Kd)을 지닌 이 특정 지점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을 암시한다.
     
    이 항체는 예상과 달리 돌기 끝이 아니라 그보다 아래쪽에 달라붙었다. 당(糖) 조직인 글리칸이 적은 곳을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안에 숨겨져 있으며 바이러스 감염의 일부가 자연 감염에서와 같이 구조가 바뀔 때만 노출되기에 이러한 취약점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실제로 이렇게 노출된 바이러스의 취약한 부분에 더 잘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찾고 있다.
     
    지금 항체치료제의 선두두자로 달리는 리제네론, 오늘 칼럼의 초점인 비어와 GSK 그리고 셀트리온의 항체들이 바로 이런 특정 지점에 달라붙을 것인가? 기다려 보자. 바이러스가 우리(us)를 잘라버리면 안 된다. 바이러스는 살생보다 기생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팬데믹이 되고 나니 온 세상이 Vir로 변화해 다른 어떤 연구보다도 바이러스 없는 세상을 간절히 원해 매진하고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