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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간 21개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 DHP, "디지털 헬스케어 성공의 마중물되겠다"

    [헬스케어CEO 인터뷰] DHP 최윤섭 대표 "올해는 100억원 펀드 조성 목표...눈앞의 수익 아닌 장기 투자로 승부"

    기사입력시간 2021-01-12 09:32
    최종업데이트 2021-01-15 11:38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최윤섭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 회사다. 헬스케어 전문가로 구성된 파트너들이 투자를 제공할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DHP는 2016년부터 시작해 2021년까지 5년간 총 21개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DHP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분명한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강점으로 두고 있다. 투자자부터 출자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회사도 모두 헬스케어 분야로 이뤄졌기 때문에 그 자체로 '생태계'라고 소개했다.  

    DHP 최윤섭 대표파트너는 “국내 벤처캐피털, 엑셀러레이터, 자산운용사 등을 통틀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만 투자하는 곳은 DHP가 유일하다”라며 “투자건수를 기준으로 본다면 DHP는 이미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적으로도 이 분야에서만 1년에 대여섯 건씩 투자하는 곳이 없는 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지만 특히 헬스케어 분야는 성과를 만들기 위해 장기적인 기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DHP 역시 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한다”라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깊이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밸류애드(Value-add)하는 것이 다른 투자사에 비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했다. 

    다음은 지난해 말 최 대표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연말에 정신건강 회사 투자 마무리…5년간 21개 회사에 투자 

    -2016년 4월부터 시작해 벌써 창업한지 만5년이 돼간다. 이전에 비해 2020년 DHP에 특별한 변화가 있었나.  

    2020년에는 투자 규모를 이전보다 키워서 보다 활발하게 투자했다. 검토한 팀도 2019년 50개에서 2020년 110팀으로 2배가 넘었다. 이 중에서 총 6개의 회사에 투자했고 해를 넘긴 투자 한 건도 며칠 전에 마무리했다. 매년 대여섯 건의 투자를 이어가는 것이 DHP의 목표이며, 2015년부터 지금까지 21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분야는 인공지능, 유전체 분석, 가상현실(VR),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이나 의료인 업무 효율화,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까지 다양하다.

    또한 8주짜리 유료교육 코스 DHP아카데미를 개설해 1기를 진행했고 올해 2기를 진행하려고 한다. 대기업, 스타트업, 벤처캐피탈, 공공기관 등의 관계자 50여명이 신청했고 의사들도 있었다. DHP 파트너들이 강의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을 새로운 파트너로 모시기도 했다. 앞으로도 파트너와 자문가들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DHP만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

    -투자금은 보통 얼마나 모아서 얼마씩 투자하나. 

    지금까지 투자 조합을 3호까지 운용해왔다. 1·2호는 개인들의 투자금으로 만들었고 3호는 네이버, 퓨처플레이, 휴레이포지티브 등의 출자를 받아 규모를 더 키웠다. 투자 건마다 다르지만 시드 투자 자금으로 한 회사당 1억원 내외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는 1분기에 새로운 펀드를 조성해 이전보다 펀드 규모를 키우고자 한다. 가능하면 100억원 이상의 펀드를 만들어보기 위해 여러 기업들을 설득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갖다 보니 좋은 기회가 계속 생기고 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서류 심사를 거치고 전문가들이 사업모델과 방향성을 평가하는 오피스아워 행사를 진행해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행사를 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비대면으로 진행했나. 2020년에 어떤 회사들이 소개되고 또 어떤 회사에 투자했나.

    비대면으로 계속 행사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투자 검토, 멘토링 등 대부분의 미팅을 화상으로 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투자 심사만큼은 직접 만나서 눈으로 확인하고 투자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투자를 하는데 있어 큰 문제는 없었고, 지난해 6개 회사 투자를 결정했다. 

    -2020년에 투자했던 회사들을 두루 소개해달라.
    2016~2020년 DHP가 5년간 투자한 20개 회사 포트폴리오. 사진=DHP 제공

    ‘널스노트’는 간호사 업무 효율화 플랫폼으로 소위 ‘간호사의 슬랙’으로 설명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병동, 팀 단위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업무 메뉴얼 공유, 신규 간호사 교육 등 간호사 업무에 특화돼있다. 

    ‘펫프라이스’는 동물병원 진료비 비교 플랫폼이다. 성형 비교앱 '강남언니'의 동물병원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앱을 통해 천차만별의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견적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라피티’는 비대면 홈트 플랫폼이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의 라이브 홈트가 가능하다. 

    ‘와이닷츠’는 로봇 기반의 인지중재 치료를 하는 회사다. 경도인지장애 고령 환자들을 위한 치매 예방 솔루션을 개발했다.  

    ‘블루시그넘’은 정신 건강 분야의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팬데믹 시대에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시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루티너리’는 행동 과학에 기반해 습관 형성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플랫폼이다. 의료계의 큰 고민거리 중의 하나인 복약 순응도 개선과 건강행동 유도 등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중에서도 최근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분야가 따로 있나. 

    연말에 투자한 블루시그넘이나 루티너리 같은 정신 건강과 관련한 기업들이다. 한국 사회에는 정신건강 증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 코로나 블루와도 맞물려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에 투자한 마음챙김 명상 앱 ‘마보’ 역시 정신건강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통해 마보가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확진자가 격리 상태에 놓이면 정신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다. 인지행동 치료에도 포함되는 마음챙김 명상으로 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이 따로 있나. 

    팀 구성과 팀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많더라도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얼마나 빠르게 아이디어를 실제로 수행해낼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하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본인의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장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파악하고 아이디어를 검증해내야 한다. 

    1호 투자조합서 1개 회사 엑시트...디지털 헬스케어 장기 투자 지속

    -전체적인 투자수익률은 얼마나 되는지 공개할 수 있나.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린 곳은 어디인가.  

    투자를 시작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투자 회수 실적은 많지 않다. 다만 최근 DHP개인투자조합 1호에서 기업 한 곳이 첫 번째로 엑시트(exit)하는 사례가 있었다. 3.5년이라는 기간에 17배의 수익을 올렸으며, 이에 따라 해당 조합의 원금 회수가 확정됐다. 또한 DHP의 첫번째 투자 사례였던 희귀질환 유전체 진단기업 쓰리빌리언이 빠르면 올해 안으로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투자조합들의 기간이 아직 상당히 오래 남았기 때문에 투자 수익을 논하는 것은 시기 상조다. 1호 조합은 2022년까지 2년이 남았고 2호 조합은 2026년까지 6년이 남았다. 3호 조합은 2027년까지여서 수익을 내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투자 기업들의 후속 투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 투자가 가장 많이 이뤄진 회사는 어디인가. 그리고 반대로 후속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아 안타까운 회사도 있나.

    투자기업들의 후속 투자는 14건, 443억원 규모에 이른다. 쓰리빌리언의 투자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이뤄졌다. 2019년에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으며 전체 투자금 100억원이 넘는다. 

    투자한 회사들 중에 지금까지 폐업한 곳도 한 군데가 있다.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큰 리스크를 짊어지고 사업을 한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하더라도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런 경우에도 회사를 믿고 끝까지 최대한 지원하는 것이 투자자들의 역할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것을 무작정 지켜보려면 어려움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DHP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한 투자자들 중에서 수익에 대한 압박은 여전히 제기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DHP는 투자한 회사들을 무작정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 함께 한다. 사업의 방향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면서 헬스케어 전문가로서의 자문을 제공한다. 또한 병원 등 의료 기관이나 벤처캐피털(VC) 등 후속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한다. 모든 자원을 동원해 포트폴리오 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DHP운영의 어려움은 아무래도 단기적 수익이다. 벤처투자 수익은 단기간에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초기 투자 회사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최근 초기 스타트업의 투자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고민 중 하나다. 시장의 유동성이 커지면서 좋은 기업에는 서로 투자하겠다고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DHP는 헬스케어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는 차별성을 내세우기는 하지만, 투자금의 규모 면에서 지금까지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웠다. DHP가 시장의 더 큰 기회를 잡기 위해 펀드의 규모를 대폭 키우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투자의 기회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전에 놓쳤던 팀 중에서 제대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해 혹시 후회되는 팀이 있나.   

    물론 놓친 회사들도 많다. 미처 그 회사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거나, 충분히 가치를 알아봤지만 더 좋은 투자 조건을 찾아갔던 경우였다. 이름을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당장 떠오르는 곳만해도 디지털 치료제, 인공지능 등과 관련한 회사들이 있다.

    어떤 투자사든 모든 투자 기회를 잡기는 어렵다. 벤처 투자라는 것은 마치 결혼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로의 가치관과 방향성이 잘 맞아야 하며, 만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이런 요건이 충족된다면 투자가 성사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벌써 창업 만 5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현재 각오는 어떤가. 

    처음에 DHP를 창업했을 때는 이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서 간판을 걸고 있으면 스타트업들이 먼저 찾아와서 투자해달라고 요청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전혀 아니었다. 이제는 스타트업들이 사업계획서를 보내오는 자체로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겸손한 자세로 좋은 회사들을 발굴하고 투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 이후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전망한다면.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기회는 더욱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미국은 완전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한국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계속 커다란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은 정중동으로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고 투자금이 몰리는 등 긍정적인 신호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한국에도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은 계속 성장할 것이다.

    DHP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더 잘하고 더 큰 규모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다. 펀드 규모를 키우고 활동의 폭 역시 더 넓히려고 한다. DHP를 창업한지 이제 6년차에 접어드는데, 다음 단계로 도약할 때가 다가왔음을 느끼고 있다.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이라면 모두 DHP를 거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더 넓게는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생태계를 선도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이미 DHP와 DHP가 투자한 회사들은 여러 영역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 관계자들 외에 의료인들도 앞으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면 좋겠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 대표파트너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 전공, 포항공대 전산생물학 박사
    전 미국 스탠퍼드대학 방문연구원, 포항생명과학연구센터 박사후연구원
    전 서울의대 암연구소 연구교수
    전 KT종합기술원 컨버전스연구소 팀장
    현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디지털헬스학과 겸임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