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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에 담긴 의료제도의 현실…"잘못된 의료제도, 환자에게 피해 의사에게 책임"

[인터뷰]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기사입력시간 18-06-19 06:02
최종업데이트 18-06-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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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환자에게 복강경 맹장염 수술을 시행하고 이틀째 회진을 돌았다. 
"상태는 좀 어떠세요?"
"덕분에 좋아졌는데 아직 많이 힘드네요." 
"예? 내일 퇴원하셔야 하는데요?"
그렇다. 맹장염 수술은 포괄수가제에 묶여 있어 3일 이내에 퇴원해야 한다. 의사들은 2012년 포괄수가제(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발생하는 진료마다 금액이 정해진 제도)의 폐해를 예상하고 이를 반대했다. 환자는 국가가 미리 정해둔 만큼만 아플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의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원가 이하의 급여화 
 
"1000원에 드시던 짜장면에 오늘부터 탕수육을 같이 드립니다." 
"와~와~"
"어떻게 1000원 짜리 짜탕세트를 만들지?"
"이걸 지금 음식이라고!(퍽퍽)"
그렇다. 관행가격보다 훨씬 적게 책정하고 강제적으로 1000원 짜리 짜탕세트를 만든다면 허접한 세트를 만들 수밖에 없다. 원가 이하의 무리한 비급여의 급여화로 질적 저하를 초래하면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간다. 의사는 잘못된 의료제도에 대한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일상에서는 의사로, 또 다른 일상에서는 만화가로 살고 있다. 그는 처음에 취미로 그리기 시작한 다이어트와 관련한 만화 주제를 의료제도로 확대하고 있다. 그는 만화에 담은 의료제도를 통해 잘못된 의료제도에 대한 안타까운 의사들의 생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재호 전문의를 만나 다양한 만화를 그리게 된 배경과 만화가로서의 포부를 들어봤다.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언제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원래 만화를 좋아했다. 학창시절부터 만화는 거의 일상이었다. 개인적인 관심에 의해 취미로 만화를 즐겨봤다. 만화를 보며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상상하기도 하고 만화를 따라 그리기도 했다.

전문의를 따고 난 다음에 환자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그러던 중 만화를 생각해보게 됐다. 만화를 통해 적절히 하고 싶은 말을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만화를 그린지 벌써 3년이 됐다. 원래 다이어트 등으로 그리기 시작하다가 의료정책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1년 반 전부터였다."

-주로 그리는 만화 주제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주제로 만화를 그렸다. 다이어트와 관련한 공부를 많이 하고 직접 다이어트를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어트와 관련한 정보를 찾아보니 사실과 다른 정보가 뒤섞여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전문적인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환자들을 상담할 때도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

만화를 통해 전문적인 내용을 쉽고 즐겁게 전달하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전문의가 직접 만화를 그리다 보니 환자들도 더 신뢰를 갖는 듯했다. 그러다가 주제를 확대해 의료제도에 대한 만화를 그리게 됐다." 

-처음에 의료제도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갖게 됐나. 

"정신과 의사로서 봉직의로 일을 하다 보니 답답하거나 왜곡된 의료현실이 너무 심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방적인 정부 정책에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원가 이하의 급여수가가 책정되거나, 의학적인 치료를 하더라도 삭감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의사가 아닌 사람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반면 의사들은 제대로 된 의료현실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내는 이들이 많아 보였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의료제도에 대한 만화를 푸념식으로 올려봤다. 주위의 반응이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의료제도를 잘 모르는 의사들도 관련 내용을 많이 알게 됐다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러다 보니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다이어트 보다 의료제도와 관련한 만화를 더 많이 그리게 됐다."

-의사로서 만화가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의사의 삶은 진료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만화가는 진료실 외적인 공간에서도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 만화를 통해 전혀 모르던 사람이 댓글을 달아주거나, 질문을 하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의료제도 문제로 확대하다 보니, 환자들 외에도 모르던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래서 의료제도에 대한 주제를 더 연구해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연락이 와서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에 재정 부담이 된다는 내용 등을 만화로 담았다." 

-의료제도와 관련한 만화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고 있나. 

"뉴스를 많이 읽고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주제를 생각하는데 하루종일 걸릴 때도 있다. 주제만 잡으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1시간에서 3시간 정도다. 의사들끼리 앉아서 잘못된 의료제도에 대한 푸념을 많이 하는데, 의사들과 온라인 공간에서 소통을 할 때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만화 소재로 적절한 기사가 보이면 링크를 해주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만화에 담은 의료제도의 콘셉트는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조만간 시작하는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메디게이트뉴스 연재도 잘 부탁드린다. 

"의료정책을 정치로 연결하면 논란이 생기는 것 같다. 문재인 케어로 인한 재정 부담이 늘어난다는 만화에 비판이 따르기도 했다. 가급적 지나치게 논란이 될 수 있거나 정치적인 사안을 빼고, 객관적인 사실을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다. 최후에는 슬픈 현실조차 웃으면서 유머로 승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다. 앞으로 만화를 통해 의사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힘을 주고 국민들에게도 잘못된 제도를 알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