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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동산병원장이 본 코로나19 재유행 과제 "민간 협조, 민간에 대한 공공의 투자 필수적"

    245병상 감염병 전담병원 어려운 결정...간호인력 부족, 위기시 중환자 인프라 등 수도권에도 교훈

    기사입력시간 2020-06-22 06:28
    최종업데이트 2020-06-22 07:50

    계명대 동산병원 조치흠 원장. 사진=온라인 공동포럼 유튜브 캡처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수도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2차 유행에 대비해 대구 동산병원처럼 별도의 감염병 지정병원을 지정해 운영해야 할까, 아니면 여러 병원으로 분산해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분담과 협력'이라는 대구에서의 경험담이 강조됐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조치흠 원장은 19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등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구·경북에서 COVID-19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대응방안' 주제로 열린 온라인 공동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대구에 폭발적인 코로나19 유행이 이뤄지면서 한꺼번에 많은 병상을 필요로 했다.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정돼 기존의 2차병원으로 운영하던 200병상의 환자들을 새 병원인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보내고, 245병상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을 운영했다.  

    조 원장은 "대구시는 1월말부터 상급종합병원장들에게 계속 병상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다른 환자들로 인해 선뜻 병상을 내주기가 어려웠다"라며 "그러던 중 대구동산병원이 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내주기로 선뜻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대구 동산병원은 과거에 1000병상으로 운영했지만 200병상밖에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라며 “병원들이 코로나19 치료를 다 감당할 수 없었다. 대구시와 상의해 병원을 대구 동산병원을 코로나19 환자들로 변경시켜보자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 동산병원에 입원했던 일반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게 쉽지는 않았다. 환자들에게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옮겨달라고 부탁하고 설득했다. 

    조 원장은 “대구 동산병원은 이전에 1000병상이었지만 200병상만 운영하고 나머지는 1년쯤 닫은 상태이다 보니 준비에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이틀만 더 있었다면 400~500병상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너무 시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245병상을 만들어서 2월 21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불과 3일만에 병실이 다 찼다. 그 때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아찔하다”고 회고했다.

    뼈 아픈 간호인력 부족, 위기시 의료전달체계 붕괴 막아야  

    조치흠 원장은 “한번에 환자가 100명씩 들어오는데 정말 감당이 안됐다”라며 “대구 동산병원 간호인력이 160병인데 주로 1,2,3년차들밖에 없어 이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첫날 환자 진료 시스템 세팅을 위해 계명대 동산병원의 경력 간호사 80명을 투입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이 D레벨 방역복을 입고 2시간 일하고 2시간 쉬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1400명의 계명대 동산병원의 간호사들이 순차적으로 2주 간격으로 투입됐다. 인력이 제한적이면 도저히 운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대구 동산병원은 건물이 많다 보니 의료진의 숙박공간 외에 환자가 음성으로 전환되면 이송할 병동을 지정해 출구전략을 만들었다. 감염내과와 중환자실 호흡기내과 교수를 중심으로 일괄적으로 치료하고 다른 교수들은 무조건 치료방향을 물어봐야 했다. 중증 환자로 가기 쉬운 환자들에게는 병상에서 중환자실 외에 집중관찰실(subICU)을 만들어 운영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역시 간호인력이다. 경력간호사들로 채웠지만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조 원장은 “중환자 다학제 협진을 하고 중환자의학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며 “다만 간호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많았다.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사들로 순환하더라도 워낙 중환자실 간호가 힘들어서  녹록치 않았다”라고 말했다. 

    위기 상황을 겪어 보니 감염병 대응에 중요한 교훈은 많이 남는다. 조 원장은 “사전에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예방해야 한다. 평시 진료계획과 위기시 외래 진료계획이 달라야 한다”라며 “앞으로 대비한다면 감염병 전담 이송팀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환자 이송 전에 사망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조 원장은 “임산부, 소아환자, 노인환자, 정신질환자 등 특수환자들의 진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자체 진단검사체계를 구축해 빠른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야 한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언택트 시스템이 필요하다. 비대면 바이탈 사인 측정, 비대면 모니터링 시스템, 로봇물류시스템, 음성 차트 시스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민간의 협조와 민간에 대한 공공의 투자 필수  
    사진=온라인 공동포럼 유튜브 캡처 

    이날 온라인 포럼에서 감염병 대응에 협력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한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 민간의 협조, 그리고 민간에 대한 공공의 투자다. 

    조 원장은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공공이 절대로 전부 담당하지 못한다. 민간의 협조가 필수적이다”라며 “민간에 대한 공공의 투자가 또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대구시의사회와 각 병원, 그리고 대구시가 모든 힘을 합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서울에서 만약 2차 유행이 일어난다면 몇 개의 병원은 코로나로 대응을 해야 한다. 만약 코로나19 환자가 여러 병원에 분산해서 가면 전 병원이 마비될 가능성이 많다”라고 내다봤다. 이어 “코로나19 외에 일반적인 중환자의 사망이 훨씬 높다. 이를 방치하면 또 다른 아웃브레이크(outbreak)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 예방의학교실 이경수 교수는 “대구의 코로나19 발생 규모와 속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자택에서 대기하는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환자 퇴원시키는 과정에서 병원을 어떻게 소개하고 퇴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라며 “이 부분을 내용적으로 분석해서 어떤 방법으로 환자를 소개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각자도생이 아닌 공생과 협력이 필요하다. 지자체와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킹을 단단해야 한다”라며 “중환자 치료는 지자체와 병원 간, 각 병원의 중환자 치료 네트워킹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시나리오를 짜서 2차 유행을 대비하고 있다. 훈련, 연습, 준비 등을 실제적인 수준에서 진행해야 한다”라며 “전문가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내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응원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경북대병원 핵의학과 이재태 교수는 “의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나 의료기관 중심으로 총괄해서 운영해 환자들의 사망률을 줄이고 환자 상태가 갑자지 악화했을 때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며 “국가적으로 의료와 병원을 연결하는 커네팅(conneting) 시스템이 잘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