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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크버블 넘어 2021년 사상 최고 많은 기업 나스닥 상장…전체 IPO의 36%는 헬스케어 분야

    비임상단계 기업 중 역대 최대 규모 IPO 성공한 사나 이어 AI 신약개발사 리커젼에 자금 몰려

    기사입력시간 2022-01-05 07:15
    최종업데이트 2022-01-05 07:15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2021년 기업 실적이 회복되고 금리가 낮게 유지되면서 미국에서는 증시가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동시에 1년간 1000개에 가까운 곳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면서, 지난해 기록의 2배를 넘어선 데 이어 테크 버블(tech bubble)이 일었던 1990년대 세워진 기록마저 훌쩍 뛰어넘었다.
     
    나스닥(Nasdaq)의 경제연구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를 제외하고 단일연도 기준 IPO 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1983년으로 850곳이 상장했다. 이어 1996년 845개, 1993년 772개, 1986년 710개 기업이 상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그 기록은 급격히 낮아졌고 2020년 464개 기업이 상장하며 2000년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21년 들어 그 수는 급격히 늘어 11월 19일 기준 IPO 기업 수만 958곳에 달했다.
     
    이러한 뜨거운 열기는 바이오텍 IPO 시장에서도 이어졌다. IPO 리서치 기업 르네상스 캐피탈(Renaissance Capital)에 따르면 2021년 바이오텍이 포함된 헬스케어 분야가 전체 IPO 활동의 36%를 차지했다. 총 399곳이 상장하며 1425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 건수이자 모금액 측면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2021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의 주요 특징을 알아봤다.

    사나·라이엘 4억~5억달러 IPO 성공하며 '주노' 출신 주목
     
    올해 최대 규모로 IPO에 성공한 곳은 세포치료제 개발기업인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Sana Biotechnology)로 5억88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이는 아직 임상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기업 중에서도 역대 최대 규모의 IPO였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사나는 2022년과 2023년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직 임상 데이터가 없는 사나를 IPO로 이끈 자산은 세포유전자 치료 기술과 2018년 세엘진(Celgene)에 90억 달러에 인수될 때까지 주노 테라퓨틱스(Juno Therapeutics)를 이끌었던 경영진의 리더십이다.

    사나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하르(Steve Harr) 박사는 인수 전까지 주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기업개발총괄을 맡았다. 개발 총괄 겸 최고의학책임자(CMO)인 수닐 아가왈(Sunil Agarwal) 박사는 주노의 연구개발 사장 출신이며, 임상및중개과학총괄인 폴 브루네타(Paul Brunetta) 박사는 주노의 중개과학 수석 부사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사나 외에도 세포치료제 개발 기업으로 라이엘 이뮤노파마(Lyell Immunopharma)과 카리부 바이오사이언스(Caribou Biosciences), 인스틸 바이오(Instil Bio), 탈라리스 테라퓨틱스(Talaris Therapeutics), 아킬레스 테라퓨틱스(Achilles Therapeutics) 등이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들은 상장 당시 최소 초기 임상 단계에 도달했다.
     
    특히 라이엘은 주노와 그레일(GRAIL)의 공동 창업자이자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소장을 역임한 릭 클라우스너(Rick Klausner) 박사가 설립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고형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로 미충족 수요가 높은 고형암에 대한 4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 중 1개 물질이 1상 단계에 있다. IPO를 통해 4억2500만달러를 조달하며 모금액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AI 신약개발사 열풍, 리커젼·엑사이언티아·앱사이 2억~4억달러 이상 모금
     
    두 번째로 큰 규모로 IPO에 성공한 바이오텍은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회사인 리커젼 파마슈티컬스(Recursion Pharmaceuticals)다. AI 플랫폼이 발굴한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개발을 계속하기 위해 4억3640만 달러를 모금했다.
     
    영국 옥스포드에 본사를 둔 엑사이언티아(Exscientia)는 리커젼과 마찬가지로 AI 기반 약물 발굴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내부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파트너를 위한 약물 후보물질 개발 AI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으며, IPO를 통해 3억470만달러를 조달했다.
     
    또 다른 AI 기업인 앱사이(Absci)는 기계학습과 합성 생물학을 활용해 단백질의 치료 가능성을 확장하는 약물 및 표적 발굴 회사다. 새로운 약물 표적을 식별하고, 최적의 바이오 의약품 후보를 발굴하고, 단일의 효율적인 프로세스에서 이를 제조하기 위한 세포주를 생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원생이 2011년 설립한 이 회사는 2억 달러를 모금하며 IPO에 성공했다.

    역대급 스팩합병으로 상장한 징코, 컴퓨터처럼 세포도 프로그래밍한다
     
    2021년 나스닥 IPO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 스팩(SPAC)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한 곳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스팩을 통하면 기업은 기존의 IPO보다 빠르게 증권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 스팩 합병으로 2021년 상장한 바이오 기업으로는 노틸러스 바이오(Nautilus Bio)와 휴마사이트(Humacyte), 징코 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 파르데스 바이오사이언스(Pardes Biosciences) 등이 있다.
     
    징코는 150억 달러의 밸류에이션과 25억 달러의 거래 수익을 포함해 175억 달러라는 현재까지 이뤄진 스팩 합병 중 가장 큰 규모의 거래를 통해 상장했다. 주문형 미생물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시작한 이 회사는 모든 생명체를 지탱하는 빌딩 블록인 DNA를 디자인하고 인쇄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유기체 회사(organism company)'라 부른다. 컴퓨터를 프로그래밍하는 것처럼 세포를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노틸러스는 신약 개발 및 진단을 위한 단백질 분석 도구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3억5000만 달러에 스팩 합병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약품의 90%가 단백질을 표적하지만 아직 혈액 샘플에서 검출할 수 있는 단백질 수가 적고 기존의 단백질 분석 기술은 사용하기 어렵거나 다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노틸러스는 세포, 조직 및 기관에서 생성되는 완전한 단백질 세트인 프로테옴(
    proteome) 분석의 기초를 다지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주사제를 경구제로·조혈모세포를 이식 후 표적치료제로, 혁신 기술 눈길
     
    몇몇 회사는 한때 공모가 대비 최소 200%에서 많게는 500% 이상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생물학적 제제의 피하(SC) 또는 정맥주사(IV)를 경구 투여로 대체하는 독점적인 라니필(RaniPill) 캡슐을 보유한 라니 테라퓨틱스(Rani Therapeutics Holdings Inc.)도 그 중 하나다. 골다공증 치료 또는 예방을 위한 부갑상선 호르몬 페이로드가 포함된 RT-102는 비임상 7일 반복 경구 투여 연구를 완료하며 주가가 200% 이상 올랐고, 올해 1상 연구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라테라퓨틱스(Vera Therapeutics Inc.)는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맞춘 회사다. 지난해 12월 화이자(Pfizer)로부터 BK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단클론항체인 MAU868를 인수했다. 현재 신장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2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고, 올해 중반에 데이터를 판독할 예정이다.
     
    보어 바이오파마(Vor Bioparma Inc.)는 조혈모세포를 조작해 이식 후 표적 치료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혈액암 환자의 표준 치료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임상 단계 세포·유전체공학 회사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VOR33은 임상 1·2a상 단계로 올해 상반기 초기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버브 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는 심혈관질환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척하고 있다. PCSK9을 표적하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 VERVE-101은 올해 임상 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며, 처음에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의 일반적인 형태인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FH) 환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