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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으면…

    J원장 미망인이 조사관에게 보낸 3번의 문자

    기사입력시간 2016-07-28 07:01
    최종업데이트 2016-07-28 10:21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를 받은 뒤 자살한 J원장.
     
    J원장의 미망인은 지난 5월 남편이 현지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자 조사관을 찾아가 "남편 건강이 좋지 않다"고 전하면서 신중한 조사를 당부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예정대로 현지조사를 강행했고, 조사가 끝나자 사실확인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J원장은 부당청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서명을 거부할 경우 더 가혹한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서명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 후 J원장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
     
    미망인은 J원장이 사망한 당일 오후 5시 58분 장례식장에서 현지조사를 나왔던 조사관에게 남편이 사망한 사실을 휴대폰 문자로 알렸다.



    그리고 10분 뒤 다시 조사관에서 "남편 건강이 염려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미망인은 다음날 오전 7시 26분 조사관에게 다음과 같은 휴대폰 문자를 한번 더 보냈다.
     
    "자료 제출할 시간을 좀 주지 그랬느냐. 너무 가혹하다. (현지조사를 받은 뒤부터) 너무 힘들어하고, 억울해 했다."
     
    비뇨기과의사회 어홍선 회장은 27일 미망인의 허락을 받아 휴대폰 문자 내용을 메디게이트뉴스에 제공했다.
     
    어홍선 회장은 "미망인은 남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면서 "고인의 죽음이 얼마나 분하고 억울했으면 영안실에서 조사관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의사들이 이번 사건을 행정살인이라고 분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어홍선 회장은 "고인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달라는 게 유족의 바람"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현지조사와 심사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J원장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J원장법 만들자"

    J원장의 사망 이후 현지조사와 심평원 심사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의료계의 핵심 현안으로 부상했다.   

    안산시의사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J원장이 자살한 것은 복지부의 강압적 현지조사에 기인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의혁투와 안산시의사회, 비뇨기과의사회는 고인을 애도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추모집회를 열었다.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노만희)와 22개 각과개원의협의회 회장들도 27일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복지부, 심평원, 건보공단 관계자가 사전고지 없이 방문했고, J원장의 자기방어에 대해 설명하지도 않은 채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사실확인서 서명을 강요했다"고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이들은 "사실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조사 기간 연장과 조사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협박하는 관행은 국민기본권을 묵살하는 행위이며 범죄행위"라면서 "(급여 청구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감추고 있다가 필요할 때 써먹는 실사 관행도 반드시 없어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의협회장이 26일 심평원장에게 제시한 현지조사, 현지확인, 심사제도 개선안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추무진 의협 회장은 J원장 자살 사건과 관련해 손명세 심평원장과 만나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이전 사전통보 의무화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대상 선정시 의사단체 참여 보장 ▲해당 요양기관이 요청할 경우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에 의사단체 참여 ▲조사 대상 자료의 구체화 ▲조사 대상 기간 축소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지침 위반 시 지침 위반시 제재 규정 마련 ▲현지조사 및 방문확인 결과 공유 등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추무진 회장은 "진료비 심사가 의료기관의 진료행태나 환자의 진료비 부담 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의학적 타당성에 근거한 기준 설정과 심사의 투명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어홍선 회장은 "의협을 중심으로 의료계가 합심해 J원장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현지조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변호인단을 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J원장 진료분에 대한 환수, 과징금 처분 등이 나올 경우 비뇨기과의사회 차원에서 대응하고, 그 과정에서 현지조사와 진료비 심사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다.
     
    어홍선 회장은 "이번 사건은 개원의 전체의 문제"라면서 "소송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반드시 J원장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