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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이대목동병원 사건, 병원 경영진과 의료계 리더십 아쉽다

    "병원 경영진이 책임질테니 의료진과 함께 사과하자고 했다면"

    "의협은 형사처벌 안된다는 주장만 있고 재발방지 대책 고민은 빠져"

    기사입력시간 2019-01-21 07:50
    최종업데이트 2019-01-22 03:3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00이 아빠, 00이를 살려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16일 이대목동병원 피고인 증인신문에서 피고인 조모 교수가 증인석에 앉아 최후 진술에 나섰다. 그는 판사의 동의를 구한 다음 방청석 쪽으로 돌아섰다. 그는 유족 대표를 향해 죄송하다는 인사를 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의료진 피고인 7명 전체가 유족들을 향해 아이들을 살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의미로 보이는 눈물을 흘렸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수사과정과 8차례의 공판과정에서 마음고생의 의미도 담겨있을 테다.   

    이번 사건의 진짜 사망원인이 궁금했다. 16일 결심공판에 이르기까지 의료계에서 나오는 모든 주장을 담았고 8차례 공판에 다니면서 주요한 내용을 상세히 다뤄보기도 했다. 다른 의도보다는 많은 정보들이 세상에 꺼내지면 혹시라도 진짜 원인을 가려내는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에서였다. 하지만 어떤 주장도 감히 유족들의 아픔을 대체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유족들에 따르면, 아이들은 당시 심장박동수가 20~30에서 200까지 널뛰기를 했을 때 의사를 불러달라고 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의사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두고 의료진의 직업적 소명의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공판을 지켜보면서 병원 경영진의 리더십에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사건 초기의 병원 경영진의 태도다. 병원 경영진이 먼저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담당 의료진에게 '모든 책임을 병원이 질테니 유족에게 같이 사과를 하자'고 말했어야 한다. 의료진 증언대로 병원이 그저 누군가의 꼬리자르기에 급급했다면 어떤 의료진도 책임있는 자세로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병원이 손해다. 의사들, 그리고 직원들은 병원이 그들의 안전망이 되어준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의사 스스로 어떤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일단 치료를 회피하거나 적극적인 대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중환자 진료를 맡는 의사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소위 바이탈(vital) 진료과 전공의들도 마음이 흔들릴 수 있다.  

    다른 아쉬운 점은 의료계의 리더십이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회장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사건을 이용하다시피했다. 각종 성명서를 발표하고 1인시위를 열었다. 나중에는 의료진의 법정구속을 규탄하는 궐기대회까지 가졌다. 하지만 의료진을 처벌하면 안된다는 주장만 있지, 유족의 심정을 헤아리고 사건의 원인규명이나 재발방지 노력은 무엇일지 고민하는 모습이 빠졌다. 젊은 의사들의 연구단체인 바른의료연구소 정도만 수사결과를 분석하고 국내외 관련 논문을 검색하면서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제시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의사들 모두, 나아가 환자들까지 불행해진다. 법정에서 의사는 다른 의사들을, 간호사는 다른 간호사들을, 의사와 간호사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의료진은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빠질테고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못할 수 있다. 환자들은 그런 의료진을 보면서 불신만 커지고 이렇게 의사와 환자와의 소송만 늘어날 것이다.  

    이번 사건의 선고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어떤 판결이 나오든 양측 모두에게 상처를 안겨준다는 사실은 틀림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뾰족한 사망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학조사 결과에 의문 투성이었는데 분주에 의한 오염이 사망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까. 신생아 중환자실 감염관리를 강화하고 수가를 인상하면 이런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까. 언론의 책임은 그저 판결을 전하고 끝내야 하는 것일까. 여기서 더 무엇을 해봐야 할까. 의사와 환자 사이 불신의 간극을 좁히는 방법은 없을까. 답답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죄송한 마음 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