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정 안되면 삭발이라도 하자!"

    "복지부, 정신과 수가 인상 7년째 모른 척"

    정신병원들 "클린인증제 시행해 자정 노력"

    기사입력시간 2015-06-02 06:18
    최종업데이트 2015-06-02 07:17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는 1일 '정신병원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실무세미나'를 열어 클린인증제(안심병원) 실행방안 설명회를 가졌다.
     
    클린인증제는 일부 정신의료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침해, 불법 강제 입원, 유인행위 등을 방지하고, 적절한 입원 및 치료의 질을 유지하자는 취지 아래 협회가 평가항목을 심사해 인증하는 제도다.
     
    협회는 내년부터 △환자의 권리 △인권 △진료 및 위생 △안전 등 4개 평가항목에서 37개 조사항목별 점수를 부여해 148점 만점에 126점 이상 획득하면 클린인증할 계획이다.
     
    협회가 클린인증제를 시행하는 이유는 정신병원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일부 정신의료기관들을 자정하자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최봉영 클린인증TFT 위원

    최봉영 클린인증TFT 위원은 "인터넷에서 정신병원을 검색하면 온통 안 좋은 기사로 도배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걸 보고 있으면 억울하다. 앞으로 이런 기사가 나지 않도록 준법경영을 하고, 지킬 것만 잘 지키자"고 강조했다.
     
    클린인증제를 해야 하는 더 절박한 이유는 경영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수가 인상과 자정 노력을 연계하겠다는 뜻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정신병원 입원환자의 80%는 의료급여 대상자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10월부터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정신보건전문요원 1인당 의료급여 입원환자 수에 따라 환자 1일당 정액수가를 G1~G5로 등급화해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금까지 의료급여 일당 정액수가를 동결한 채 한 푼도 인상하지 않았다.  

    반면 정신병원에 입원한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 즉 각각의 의료행위(진찰료, 검사료, 약제비, 주사료 등) 별로 비용을 청구하고, 건강보험공단과 병원협회간 수가협상 결과가 다음해 수가에 반영되도록 했다.  
     
    다시 말해 내년도 수가가 3% 인상되면, 정신병원 입원환자 진료비 역시 같은 비율만큼 상향 조정된다는 의미다.

    정신병원 건강보험 입원환자에 대한 수가는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2% 인상됐지만 의료급여는 2008년 수가가 그대로 적용되면서 환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직격탄을 맞는 구조가 됐다.  
     
    이 때문에 일부 정신병원들은 적자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다. 
     
    그러자 협회는 조속한 수가 인상을 기대하며, 클린인증제 방안을 마련해 자정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협회 서덕웅 부회장(클린인증TFT위원장)은 "일부 정신병원의 문제가 언론에 도배되면서 수가 인상이 되지 않고 있다"면서 "언론에 자꾸 부정적인 기사가 나니까 전체 병원이 그런 것처럼 비춰지고, 자존심이 상하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곽성주 회장도 절박함과 함께 현실을 개탄하고 나섰다.
     
    곽 회장은 "7년간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수가를 한푼도 안올려줄 수가 있느냐"면서 "정 안되면 삭발식이라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곽 회장은 "복지부는 5월까지 수가 인상안을 내놓기로 약속했는데 묵묵부답"이라면서 "심평원 역시 수가인상방안 연구용역이 늦어지고 있다고 발뺌만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협회는 약속대로 클린인증제 사업에 착수했는데 정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에게는 7년 수가 동결이라는 무기가 있다"고 단언했다.
     
    곽 회장은 "의료급여 수가 동결로 인해 정신장애인들이 질 낮은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차별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정부가 또다시 수가 인상을 차일치일 미룬다면 헌법소원이라도 하겠다"고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