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보건의료 예산중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비 14억원을 신규 편성했지만 나머지 감염병 관련 비용을 줄줄이 대폭 삭감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실제 항생제, 백신 등이 발견되고 인류의 천적이던 여러 감염질환에 대한 대응책들 나온 것이 불과 100여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수천년 동안 인류를 위협하던 감염성 질환을 과학과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제압한 듯 보였으나 현재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균 증가, 개발과 도시화에 의해 파괴된 지역의 감염성 질환 전파, 대중교통 및 항공교통 등의 발달로 국가간 감염병의 증가 등이 인류에게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는 의료선진국이라고 자화자찬하던 대한민국의 의료체계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누구나 아플 때 의료기관을 쉽게 갈 수 있고 치료를 받는 높은 수준의 의료 접근성이 오히려 쉽게 감염질환을 전파하고 통제 되지 않는 전파 경로들로 변질되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는 많은 지적과 함께 감염관리 및 예방에 대한 여러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지만 일년이 지난 지금 병원에는 여전히 방문객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감염관리에 힘쓰자는 감염내과 의료진 등 일부만 분주할 뿐인 것 같다.

의료인 스스로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 환자를 위해, 수술할 때마다 하루에도 몇번씩 샤워를 한다는 존경하는 교수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무릇 의료진은 그런 마음으로, 모든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면 다행이다. 다음 소라도 잃어버리지 않고 잘 키울 게 아닌가 한다. 지금은 국민 여론이나 비판이 생기면 반짝 지원하고 또 관심을 끊어버리는 쳇바퀴 도는 것 같은 답답한 현실이다.
 
감염병에 대한 투자와 방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대처하기 어려운 일일수록 기초를 튼튼히 하는 대책부터 시작해야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 스스로 감염 관리 예방 교육과 실천에 힘쓰고, 의료진도 늘 환자 위생, 개인위생을 지키며 감염 전파를 막는데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전문가들과 감염 예방 대책을 논의하고, 이를 의료정책 수립, 예산 투입 우선 순위 설정 등에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나 건의를 반영할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임상현장에서 겪으며 고안해 낸 감염예방 대책이 실제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항생제 내성균의 위험 실태조사를 들어간다고 하니 이제라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이렇게 감염예방에 노력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감염예방에 힘쓰는 전국의 감염내과 의사들과 질병관리본부의 노고에 응원을 드리며, 일부분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 보호자, 의료진, 정부 모두 같이 노력하는 길만이 미래 세대에게 감염병 없는 건강한 사회를 물려주는 길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