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법원이 손가락 인대가 끊어진 환자에 대해 엑스레이나 추가진단 없이 단순 피부봉합을 실시한 의사에게 벌금형을 내렸다.
통상적으로 손가락 손상을 입었을 때 진단을 통해 굴곡건 손상이 발견되면 이에 합당한 접합 수술을 시행하는 등 조치가 취해졌어야 한다. 하지만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최근 부산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로 고발된 의사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9월 1일 9세의 여성 피해자 B씨의 손가락 인대가 끊어진 후 A씨의 병원을 방문하며 시작됐다. A씨는 부산해운대경찰서에서 야간 수술이 가능한지 전화를 받고 “수술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피해자 B씨는 오후10시 45분경 A씨의 병원을 찾았다.
A씨는 B씨의 손가락을 육안으로 살피고 "손가락 인대는 끊어지지 않았다. 봉합만 하면 6개월 뒤 생활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나는 백전노장이다. 내 말만 믿어라"라고 말한 뒤 그대로 피부 봉합수술에 들어갔다. A씨는 육안 상 손상이 있던 좌수부 3지를 접합수술하고 좌수부 4지와 5지의 경우 굴곡선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 단순 피부 봉합술만 시행했다.
그러나 수술이후 뒤늦게 B씨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낀 가족들은 타 병원을 방문했고 결국 왼손 4지, 5지 굴곡건이 파열돼 있어 급히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B씨는 급하게 수술을 받았지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좌수부 4, 5수지 굴곡변형이 발생했다. 또한 B씨는 수지의 단축과 영구적인 변형이 초래돼 영구적 기능 저하 등 상해를 입게 됐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통상적으로 손가락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는 환자에게 손가락을 굽히게 하는 등 일정한 동작을 취해 보도록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의료인은 보통 환자가 의사의 지시대로 손가락을 굽히지 못하거나 손가락이 저절로 펴지는 현상 등으로 굴곡건 파열을 진단하게 된다"며 "그러나 A씨는 육안으로만 B씨의 손가락을 살펴보고 잘못된 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외견상으로도 4지와 5지의 손상 흔적이 3지의 손상보다 크다는 점, 4지와 5지는 가동성 자체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A씨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양형 이유에 대해 법원은 "피해의 정도가 중한 점,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 A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