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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반복된 의료계 역사, 소수 의사단체 패권주의에 짓밟힌 젊은 의사들의 미래

    의료환경 변화를 이끌어내고 한 발 더 전진하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의료계가 되길

    [의협에 바란다 기고] 기동훈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기사입력시간 2019-04-22 07:04
    최종업데이트 2019-04-23 06:11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40대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집행부가 4월 27~28일 임기 중 첫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있다. 의협은 정부로부터 진찰료 30% 인상 등을 거부당하며 정부와의 전면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제2기 의쟁투를 조직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앞으로 의협, 그리고 의협회장이 정부와의 관계, 그리고 투쟁 국면에서도 의료계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으로 얻어내려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각 직역의 의료계 인사, 전직 의협 임원 등으로부터 의협이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글 싣는 순서, 마감순) 
    1. 의쟁투, 선도적 입장 정리와 로드맵 발표로 회원 단합부터 이용진 미래한국의사회 사무총장
    2. 최대집 회장, '문재인 케어 저지' 회원과의 약속 지켜라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부회장 
    3. 일차의료 의사는 아사 직전,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최우선으로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4. 의협 회장 선출제도 개편 논의할 때 송우철 전 의협 총무이사 
    5. 
    2000년 의약분업 이후 반복된 의료계 역사 기동훈 전 대한전공의협의회장 

    제 40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출범한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주치의 제도의 전 단계인 만성질환관리제 추진, 밀실에서의 의료일원화 추진, 그리고 대의원총회 직전 투쟁조직을 급조해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 본인들이 비판했던 정책을 권력을 잡자마자 돌변해 찬성하는 모습 등의 모습을 보여왔다. 

    이전의 의협 회장만 바뀌었을 뿐 회장의 출신 단체는 같았다. 그리고 의료계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의사들은 2000년 의약분업 때 강력히 투쟁했지만 결국 패배했다. 조제권은 약사들에게 빼앗겼고 회원들에게는 깊은 무력감과 패배감을 남겼다. 이후 처절하게 관치 의료의 폐해를 견뎌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이후에도 단일학파의 독식으로 보장성 강화라는 허울 속에 무의미한 변화는 계속됐다. 

    앞선 보수 정권에서는 23조원을 투입해 보장성 강화를 진행했지만 의료현장의 안전에 대한 투자를 외면했다. 정권이 바뀌고 2017년 8월 고작 7조원을 더한 30조의 재정으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문재인 케어라는 거창한 의료정책을 발표했다. 

    의약분업을 추진했던 자들이 다시 만들어낸 국가 주도 의료정책 앞에서 의사들은 다시 한번 뭉쳤다. 하지만 그저 ‘강력한 투쟁’이라는, 전략도 근거도 없이 맹목적인 구호를 외치던 후보가 당선됐다. 

    회장 취임 이후에 마치 예고된 것처럼 투쟁이란 구호는 사라지고 의미 없는 협상을 반복하면서 문재인 케어는 모두 통과됐다. 2000년도 강력한 투쟁으로 승기를 잡은 후 갑자기 결정된 집행부가 그러했듯, 17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의사들의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

    젊은 의사들의 미래는 소수 의사단체의 패권주의에 짓밟혔다. 그들은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입으로 말하며 어깨에 힘만 주고 의협 근처에서 맴돌았다. 그들이 보낸 10년의 세월 동안 약사, 한의사 등 다른 직역들은 영역을 확장하고 대국회, 대정부 등 대관 라인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넓혀 나갔다. 그리고 의사들은 2000년 그 자리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내세우는 의료정채은 같았다. 단일 학파가 의료정책을 독식하며 보장성 강화를 내세운 관치의료를 한결같이 행해왔다. 의료현장을 묵묵히 지켜냈던 의료진과 정말 필요한 진료를 제한 당해 본인들도 알지 못한 채 고통받은 국민은 외면 당했다.
     
    그동안 의사단체들은 어떤 전략도 없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구호를 외쳐왔다. 정책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지도, 국회, 정부에 영향을 끼치지도 못하고 그 때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러나 함께 의료현장에서 밤새우고 뛰어다녔던 젊은 의사 동료들의 빼앗긴 미래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매년 이맘때쯤 하는 대의원총회는 항상 같은 제목, 같은 주제,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10년 후에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벌써부터 두려운 예감이 앞선다.

    미래의 의사단체는 정권에 관계없이 의료현장에서 환자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집권당에 관계없이 미국의 골드만삭스가 경제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미국의사협회 또한 정권에 관계없이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피를 나눈 부모, 형제 간에도 다른 생각을 하듯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료계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올바른 의료환경을 위해 하나로 나아가야 한다. 의협은 그 바탕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의협 대의원총회는 의료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 한 발 더 전진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회원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미래를 이야기하는 기회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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