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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을 중단하고 천막을 걷어라…정부는 비용 절감 정책 중단하고 의협회장은 열린 자세로 투쟁 조직화하길

    [칼럼] 박상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경남 대표·경남 대의원

    기사입력시간 2019-07-09 15:57
    최종업데이트 2019-07-09 15:57

    ▲홍옥녀 간호조무사협회장이 최대집 의사협회장의 단식 투쟁장을 방문했다. 

    [메디게이트뉴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단식 투쟁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시작해 벌써 8일째다. 7월의 불볕더위에 홀로 천막에 앉아 비정상적인 의료를 정상화를 요구한 회장의 단식 투쟁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고, 정부 또한 이런 상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단식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의료계의 많은 공감과 지지가 계속되고 있다. 또한 회장이 의도했든 아니든 회원들을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은 충분했다고 평가한다.

    정부가 국민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실행에 옮기는 방안으로 추진된 '문재인 케어'는 의료계의 요구가 반영된 필수의료의 강화가 아니라, 단순한 의료비의 절감을 목표로 한 전형적인 포퓰리즘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정부가 본래 의도한 저소득층의 의료비 절감보다는 오히려 의료비 지급에 문제가 없거나, 사보험으로 충분히 의료비를 감당하고 있는 계층을 지원하는 꼴이 돼 정책의 취지마저 퇴색해졌다.

    무리하게 추진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결과적으로 1차 의료와 상급병원 의료 간의 경계를 허물게 했고, 상호 무한 경쟁으로 내몰아 의료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 같은 비용과 시간이라면 국민 누구라도 더 나은 시설과 인력이 있는 상급병원 진료를 택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이런 혼란을 충분히 예상하고 대책을 추진해야 할 정부는 오히려 상급병원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부족한 상급병원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정부는 PA 등 불법 면허자의 의료행위를 단속하기는커녕 알고도 눈을 감는 어이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제한된 간호 인력이 상급병원에 집중된 현실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등 무책임한 정책을 남발하며 간호 인력의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상급병원은 경쟁을 위해 더욱더 덩치를 키우고 있으나, 정부는 이와 관련한 규제나 일관된 의료 정책 방향성 제시 및 지역 간 의료 불균등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다.

    저수가 문제 또한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의료가 적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은 적절한 수가의 책정에 있다. 장기간의 국가 정책에 협조한 의사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무시되고, 현재와 같이 저수가가 지속하는 한 비급여 진료에 기댄 의료시장의 왜곡현상 시정과 정부가 원하는 보장성강화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대통령조차도 인정한 낮은 수가 개선을 위해 정부도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의료의 발전과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추진하는 일련의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재검토와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추진해야 실질적인 정책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의료를 단순한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적은 부담을 통한 양질의 의료를 원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현대의료가 질적으로 혁신을 이룬 밑바탕에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큰 비용이 수반된 결과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정부가 단순히 국민에게 비용 증가 없는 양질의 의료 혜택을 제공하려는 정책시도는 매우 위험천만하다. 한번 추진된 복지로 해석된 정책을 되돌리기는 몹시 어렵다. 이것이 정부가 반드시 의료계와 함께 의료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가 다원화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 구성원의 요구가 다양한 현재 정부는 의협 회장이 단식을 통해 요구한 사안에 대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주장으로 매도해선 안 된다. 정부가 정말 의료공공성을 강조한다면 의료공급자의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단순히 국민을 앞세워 일방적인 의료공급자의 양보만을 주장하거나 정책을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면,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의협 회장도 단식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당면한 현안을 해결해 의사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협 집행부의 정확한 정책 방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아울러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려는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단식의 중단이 투쟁의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일시적인 미봉책을 제시해 또 다시 의협을 속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의료가 멈춰서는 현장이 대한민국에 실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차근차근하게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화한 투쟁이 함께 필요하다. 의협 회장은 현실을 직시해 단식을 중단하고, 천막을 걷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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