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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연구 윤리: 임상시험은 인권, 안전, 비밀보장 등 엄격한 윤리지침에 따라 수행돼야

    [칼럼] 정형진 바이엘코리아 메디컬 디렉터·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20-12-17 10:36
    최종업데이트 2020-12-18 10:46

    1947년 독일 뉘른베르그에서 열린 전범재판에서 의학연구에 대한 10가지 기본 원칙인 '뉘른베르그 강령'이 발표됐다. 사진=국제적십자위원회 블로그(blogs.icrc.org)
    [메디게이트뉴스] 임상연구 편을 시작하면서 먼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특히 중재가 있는 임상시험의 윤리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연구가 과학적이면 되지, 왜 윤리적이어야 하는가? 

    신약이 실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므로 ‘인간에 대한 시험: 임상시험’이 필수적인데 모든 신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험약(investigational drug)이므로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는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미래의 환자를 위해 참여하는 것이므로 대상자의 인권, 안전, 복지, 비밀보장 유지를 위해 임상연구는 국제적으로 정해진 엄격한 윤리지침에 따라 수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 연구기관, 윤리위원회, 의뢰자 및 규제기관 등의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임상연구 윤리가 대두되고 관련 규정이 발전하게 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밝혀진 나치 독일군에 의한 인체실험이 극단적인 사례이다. 군진의학이라는 이름하에 전쟁 수행에 필요한 의학지식과 기술을 얻기 위한 잔인한 생체실험으로 피해자는 사망하거나 평생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1950년 후반과 1960년 초반에 임신초기 입덧 방지용으로 탈리도마이드를 사용했는데 이 약의 부작용으로 1만명이 넘은 기형아를 출산한 것도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미국 FDA는 이 약의 시판허가를 하지 않아 본 비극을 피할 수 있었다. 

    터스키지 매독 연구(Tuskegee Syphilis Study)는 1932년 미국 터스키지 마을에서 흑인 매독환자를 대상으로 매독의 자연경과를 관찰하기 위한 장기 추적조사였다. 문제는 흑인에 국한됐으며, 환자들은 연구 목적에 대해 알지 못했고, 페니실린이 매독에 효과있음이 알려진 후에도 환자들에게 페니실린을 투여하지 않고 연구를 지속했다는 점이다.

    이런 역사적 사건에 따라 임상연구 윤리 기준이 마련됐다. 뉘른베르그 강령(The Nuremberg Code, 1947)은 독일 뉘른베르그에서 열린 전범재판에서 나치의 생체실험을 범죄로 규정하면서 허용가능한 의학연구에 대한 10가지 기본 원칙을 발표했다. 최초의 의학연구 윤리강령으로 이후 관련 윤리규정의 기초가 됐으며, 첫 번째 원칙으로 시험대상자의 자발적 동의는 절대적으로 필수적임을 명시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이후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인간대상 의학연구의 가장 대표적이고 국제적인 윤리 원칙인 헬싱키 선언(Declaration of Helsinki, 1964)이 제정됐다. 1975년에는 임상연구시 ‘독립위원회 심의’를 요구하는 조항이 추가돼 국제적인 의학잡지들은 논문심사 기준에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조항을 삽입하게 됐다.

    2013년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제7차 개정이 있었고 일반원칙 7조에 ‘의학연구는 모든 연구대상자에 대한 존중을 함양하고 보장해 그들의 건강과 권리를 보호하는 윤리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참고문헌 1) 

    대한의사협회는 2001년 의사윤리강령과 의사윤리지침을 제정했고, 2017년 2차로 개정했는데 의사윤리강령 제10조(의사는 사람 대상 연구에서 연구참여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보호하며, 연구의 과학성과 윤리성을 유지하여 의학발전과 인류의 건강증진에 기여한다)와 의사윤리지침 제40조에서 의학연구를 언급했다.(2)

    마지막으로 벨몬트 보고서(The Belmont Report, 1979)는 오늘날 임상연구에서 필수적인 윤리 원칙을 세가지로 요약했다. 인간존중의 원칙(Respect for person)은 개개인은 자율적인 행위자들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선행의 원칙(Beneficence)은 대상자의 복지와 안녕을 지켜야함을 명시했고, 정의의 원칙(Justice)은 대상자를 선택할 때나 시험 결과를 누리는데 있어서 공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연구윤리를 잘 지키고 대상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는 무엇인가? 먼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는 윤리위원회(Ethics Committee: EC)라고도 하는데,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KGCP)에 따르면 ‘계획서나 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나 제공되는 정보를 검토하고 지속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의 권리, 안전, 복지를 위해 시험기관에 독립적으로 설치한 상설위원회’로 정의했다.(3) 과거 의학자들의 양심을 믿는 자율적인 의학연구 윤리제도에 동료 및 외부 전문가 심사라는 안전장치가 도입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9년 가톨릭대병원에 처음으로 설치됐고 1995년 KGCP 제정으로 임상시험실시기관에 IRB 설치가 의무화됐다.

    독립적인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tee, IDMC)는 시험 외부의 독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으로 대상자의 안전과 시험의 과학적 타당성을 극대화한다.(4) IRB가 기관별로 상설돼 임상연구의 주로 윤리적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IDMC는 연구별로 의뢰자에 의해 구성돼 과학적 측면에서 임상시험 자료와 안전성을 검토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마지막으로 Good Clinical Practice(GCP)는 임상시험 실시를 위해 반드시 따라야할 지침으로 GCP 준수는 대상자의 안전, 권리, 복지 및 비밀보장을 보호하고, 헬싱키 선언에 기초한 원칙과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임상시험 자료가 신뢰할 수 있음을 보증할 수 있다. GCP는 임상연구를 위한 바이블과도 같으므로 다음 시간에 별도로 설명하겠다.

    헬싱키 선언의 일반원칙 제12조는 ‘인간 대상 의학연구는 적절한 윤리적, 과학적 교육과 훈련을 받은 자격이 있는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1) 이에 임상시험 교육의 내용, 방법, 시간 등을 2015년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에 법제화하면서(제38조의 2) ‘임상시험 대상자 보호 등에 필요한 윤리적 소양에 관한 사항’을 교육 내용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했다.(5) 임상시험 종사자가 면허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교육을 의무화한 것은 그만큼 임상시험을 과학적이고 윤리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되겠다.
     
    참고문헌
    1. 세계의사회 헬싱키 선언: 인간 대상 의학연구 윤리 원칙. J Korean Med Assoc 2014;57(11);899-902.
    2. 의사윤리강령/의사윤리지침. 대한의사협회. 2017
    3.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기준.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4]
    4. 독립적인 자료 모니터링 위원회 설립 및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 식품의약품안전청. 2009
    5.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 제38조의 2 (개정 2018. 10. 25)
    6. 임상시험 관련자를 위한 기본교재와 전문교재. 식품의약품안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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