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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 나이·기저질환·맥박·혈압 누르면 "중증 환자입니다" 알려주는 앱

    허준녕 군의관 "현장에 못가지만 의료인들 돕고 싶어"...밤새 중증도 분류 앱 개발 '뚝딱'

    기사입력시간 2020-03-12 07:02
    최종업데이트 2020-04-16 20:51

     
    앱을 소개하고 있는 허준녕 군의관. 사진=국방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허준녕 군의관(국방의료정보체계 성능개선팀 진료정보담당 대위)은 연세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신경과 전문의다. 학부에서 화학생물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평소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아 취미생활로 디자인과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의사였다. 그러던 중 허 군의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언론 등을 통해 일선 현장의 어려움과 노고를 전해들었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사 동료들의 헌신에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었던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료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앱(Application) 개발을 시작했다. 업무 이후 쉬는 시간에 틈틈이 만들다보니 피로는 더해 갔지만, 벌써 의사와 환자를 위한 코로나19 앱을 2개나 출시했다.

    국방부도 허 군의관의 노고를 인정해 해당 앱을 전국적으로 알리고 홍보하고 있다. 현장에서 코로나19 진료를 위해 여념이 없는 의료인들을 위해 각각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일반인들을 위한 ‘코로나19: 체크업’ 앱을 출시한 허준녕 의무사령부 군의관을 지난 6일 만나봤다.


     


    Q. 앱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일 퇴근하려고 주차장에 가던 길에 뉴스에서 우연히 접한 질병관리본부 '코로나19 진료 7판 개정'에 따른 중증도 분류 알고리즘을 접했다. 현재 대구처럼 환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모든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다보니 중증도 설정이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터라 관심이 갔다. 자세히 보려고 했는데 항목이 워낙 많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복잡한 내용이 많았다.
     
    해당 내용을 현장의 의료진들이 항상 머리에 외우고 있기에는 너무 어렵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꼈다. 그러다보니 잘못 분류하는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해 중증도 분류 내용을 앱으로 만들게 됐다. 적시성이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보니 지체하지 말고 오늘 내로 끝내자라는 마음으로 밤을 새워 새벽에 완성해 배포했다.

     Q.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을 소개해달라.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많이 확산됨에 따라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환자들을 모두 격리 입원한다는 기존 방침이 불가능해지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실제로 경증환자들은 입원해서 별다른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동시에 입원을 못해서 집에서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해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향성을 다르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 기저질환 여부, 맥박, 호흡, 체온, 의식수준 등으로 중증도를 분류한다. 혹시라도 위급한 환자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상세한 항목들로 이뤄져 있다. 이 모든 항목을 언제나 의료진이 머리 속에 기억을 하기도 힘들고, 기억하더라도 실수로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은 의료진이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지침이 절대로 완벽할 수는 없고 현실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결국 여러 가지 의학적 상황을 반영해야 하므로 의사의 임상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며 앱은 이를 보조할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 중증도 분류’ 앱의 모습

    Q. 개발 과정에서 힘든 점 혹은, 보람 있었던 적은 없었나. 
     
    지침이라는 것이 완벽할 수가 없다보니 앱으로 인해 환자 분류가 잘못될 수 있다는 노파심이 있었다. 물론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내린 지침이니 믿어야하겠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발생해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될까봐 걱정이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앱을 만드는 과정에서 훈련소 동기이자 국군수도병원에서 호흡기내과로 선별진료를 보고있는 군의관 친구에게 보여주니 생각 외로 반응이 너무 좋았다. 친구는 실무에서 사용하면 너무 편리할 것이라고 말해줬고 이런 응원의 말들에 힘을 내서 앱 개발을 끝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앱 개발 자체의 의미 여부를 떠나 많은 분들이 특별한 대가없이 동료들을 위하는 심정으로 앱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응원해줬다. 그 자체가 엄청난 힘이 되고 그 힘으로 지금 추가로 ‘코로나19: 체크업’ 앱까지 개발할 수 있었다.
     
    Q. 또 다른 앱인 ‘코로나19: 체크업’은 어떤 앱인가. 
     
    이 앱은 '내가 코로나 검사를 해야할까'라는 일반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제작된 앱이다. 사실 검사 실시 조건에 대한 중앙방역대책본부 가이드라인은 실제 보건소에서 검사를 하는 조건과 다소 다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의사환자와 조사대상 유증상자만 검사를 하도록 했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는 놓치는 확진자가 너무 많다. 이 때문에 보건소에서도 훨씬 더 넓은 범위의 환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선 보건소에서 선별진료를 하는 의사 2명과 수도병원에서 선별진료를 시행하는 호흡기내과 전문의, 감염내과전문의, 이비인후과전문의 등 다수 의료인과 상의를 거쳤다. 이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보건소(대구‧경북 제외) 검사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작했고 이를 앱으로 만들었다.

    Q. 원래 그렇게 앱 개발에 관심이 많았는가. 
     
    초등학교 때 웹사이트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후로 계속 프로그래밍 공부를 취미로 해왔다. 이후 대학교 때 ‘핀노트’라는 벤처회사를 설립한 경험도 있다. 주요 경력으로는 2007년 중소기업청 대학생 창업경진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적이 있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의료봉사 사회적 기업 프리매드(Freemed)의 창업자 중 한명이다. 

    또한 현재도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연세의대 커뮤니티 와이에스메드(YSMED)를 처음 기획해 만든 경험도 있다. 2012년경 스터디메이트(Studymate)라는 시간관리 앱을 만들어 한국 앱스토어 매출 전체 2등을 한 적도 있다. 현재까지 운영 중인 ‘뇌졸중119’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만 1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기도 했다. 

    Q. 코로나19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대구 사건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많은 의사들이 팔 걷고 나서시는걸 보면서 큰 감명을 받았다. 동료들도 많지만 특히 나이 많으신 선배들께서 자원해 밤을 새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울컥해 눈물이 나기도 했다.
     
    젊은 사람도 힘든데, 얼마나 힘드실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서시는걸 보면서 '이게 의사구나' 깨닫고 다시 한번 사명감을 마음에 새겼다. 이 같은 선배들을 보면서 저희 후배들은 힘을 내고 결국엔 재난을 헤쳐 나가서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 의료인들이야 말고 진정한 ‘어벤져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