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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물 부작용 의심 안한 의사의 과실

    스티븐 존슨 증후군 유발 8천여만원 배상

    기사입력시간 2016-12-19 06:14
    최종업데이트 2016-12-19 06:14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환자에게 약을 처방한지 하루만에 두드러기 증상 등을 호소했다면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야 하지만 전날과 같은 약을 처방해 '스티브 존즌 증후군'을 초래한 사건에 대해 1심 법원이 동네의원 원장의 과실을 인정, 8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32) 씨는 2012년 5월 말 Y이비인후과의원에서 발열, 설사 등의 증상으로 내원했다.
     
    이에 Y이비인후과의원 K원장은 급성 인후두염, 상세불명의 위장염 및 결장염, 위궤양, 알레르기비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 린코마이신을 주사한 후 타이레놀(해열진통제), 캐롤에프(소염진통제), 스멕타현탁액(지사제), 페니라민(알레르기용약), 큐란(위염치료제) 등을 2일분 처방했다.
     
    그런데 A씨는 그 다음날에도 두드러기, 재채기, 콧물, 가래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Y이비인후과의원에 내원했다. 

    그러자 K원장은 만성비염, 알레르기비염, 기관지염, 위궤양으로 진단한 후 린코마이신을 주사하고, 타이레놀, 시네츄라시럽(진해거담제), 큐란, 에바스텔(알레르기용약), 코데날(진해거담제), 소론도(호르몬제) 각 2일분을 처방했다.
     
    A씨는 2차 진료를 받은 직후 눈의 이물감, 충혈, 통증 증상으로 안과의원을 내원했고, 결막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그 다음날 새벽 호흡곤란 증세로 H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는데, 당시 두드러기, 목과 피부의 발적, 39도의 발열과 발한, 두통, 연하통 증상을 보였다.
     
    H대학병원 의료진은 A씨의 호흡곤란이 더 심해지자 기관삽관을 하고, 두드러기가 얼굴과 온 몸으로 퍼지면서 수포가 발생하자 '스티븐 존슨 증후군'으로 진단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대부분 약물에 의해 발생하는 심한 급성 피부점막 질환으로, 발생시 즉각적으로 원인 약제를 찾아내 사용을 멈춰야 한다.
     
    A씨는 H대학병원에서 한달여 치료를 받은 후 퇴원했지만 현재 얼굴과 등 부위에 과색소침착 및 반흔의 추상장해가 있고, 양안 중심부 각막반흔으로 인해 시력이 저하된 상태다.
     
    그러자 A씨는 K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A씨는 "K원장은 약을 처방하면서 복용상 주의사항을 설명하지 않았고, 두 번째 진료 당시 약물 부작용을 의심해 약물 투여를 중단하게 했어야 하지만 1차 처방과 유사한 처방을 했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상급병원에 내원하라는 지도설명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K원장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법원은 "환자는 1차 진료 당시 발열, 설사 증상 외에 두드러기, 발진, 가려움 등을 호소하지 않았지만 24시간 만에 눈이 출혈된 상태로 얼굴, 목 부위 두드러기 증상을 호소했는데, 이런 증상은 1차 진료 당시 진단한 병증의 진행 경과에 따른 증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법원은 "그렇다면 2차 진료 당시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의심하거나 그에 대한 진단, 처치를 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1차 처방약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을 의심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원장은 1차 처방약 투약을 중단시키거나 약물 부작용 여부에 대한 감별 진단을 하지 않은 채 환자의 증상을 음식물에 의한 과민반응으로 판단해 1차 처방과 동일하게 스티븐 존슨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이레놀, 큐란, 린코마이신을 다시 처방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K원장은 이 사건 2차 진료 및 처방을 하면서 약물 부작용을 의심하지 못해 그에 대한 검사나 처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면서 815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