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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명의무법 고민을 덜다

    [기획⑦] 헬스브리즈 정희두 대표

    전자차트에 애니메이션 설명컨텐츠 탑재

    기사입력시간 2017-07-07 06:28
    최종업데이트 2017-07-07 06:28

    [기획]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ICT 융합 의료를 대비하다'를 주제로 바이오 업계가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맞춤형 의료를 위한 유전체 분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기업,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투자기업(VC), 정부 출연기관, ICT 융합의료에 활발한 연구중심병원 등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1편) 바이오산업의 핵심은 '협업' - 신테카바이오 경영총괄대표 김태순 사장
    (2편) 바이오 투자 더 늘릴 계획 - 한국투자파트너스 황만순 상무
    (3편) 유전자 기반으로 패러다임 바뀐다 - EDGC 이민섭 CTO및 신상철 CEO
    (4편) 초기 기업 투자에 집중 – 인터베스트 문여정 이사
    (5편) 혼밥, 혼숙에 이어 “혼톡” – 헬스케어 챗봇 김민열 대표
    (6편) 20년 뒤 토종 글로벌제약사 기대 - 국가항암신약개발사업단(NOV) 박영환 단장
    (7편) 설명의무법 고민을 덜다 - 헬스브리즈 정희두 대표
     
    사진: 헬스브리즈 정희두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설명의무법이 지난 달 21일부터 시행되면서 의료진의 부담이 커진 듯 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그 고민을 덜만 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환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용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제작하는 헬스브리즈를 찾았다.
     
    그는 ICT 융합의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의사들의 가장 큰 이슈는 "동의서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사가 과태료를 내야 하는 현 상황에 대한 울분"이라고 언급하며 의사와 환자 사이에 '정보 전달'의 이슈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전자차트에 환자 설명용 애니메이션을 담다
     
    헬스브리즈는 회사명이자 서비스명으로, 진료현장에서 설명해야 하는 복잡한 의료정보를 진료실 PC나 대기실 TV 등을 통해 알기 쉬운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거나 환자 혹은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보내주는 설명처방(Information Prescription) 시스템이다.
     
    사진: 헬스브리즈 개념도 (헬스브리즈 제공)
     
    헬스브리즈는 지난 달 1일, 전자차트에 환자교육용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내재화한 '헬스브리즈  API'라는 설명처방 솔루션을 출시했다.
     
    전자차트에 애니메이션을 연동한 서비스는 201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전국 15개 대형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하이차트'가 이미 있지만, 이는 헬스브리지의 서비스 모듈을 기존 전자차트에 단순히 연결하는데 불과해 콘텐츠와 의료정보시스템이 시너지를 내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헬스브리즈는 14개 의료정보회사와 헬스브리즈 API 탑재를 합의하고, 현재 브레인컨설팅, 비트컴퓨터 등 4개 회사와 개발을 마쳤다. 지난 29일에는 대구 곽병원에서 사용 중인 자인컴 전자차트를 통해 국내 처음으로 상용화된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희두 대표는 환자 동의서 작성과 관련해서도 "글로 아무리 잘 정리한 동의서라 하더라도 시각적으로 보는 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환자가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보고 난 후에 내방해 동의서를 작성하게 되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및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의료인, 학회, 의료정보회사와의 컨센서스 구축


    정희두 대표는 "3가지 컨센서스의 구축을 통해 지난 7년 동안 준비해온 일을 이제서야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지식 격차를 시각화한 애니메인션을 통해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의료인들의 컨센서스, 전문가 그룹이 공신력을 갖고 개발한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학회의 컨센서스, 그리고 전자차트를 통해 교육용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의료정보 회사들의 컨센서스를 이루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제 의료인들과 학회, 의료정보회사와 헬스브리즈가 함께 의료용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출판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의료인이 특정 질환에 대한 설명 등 컨텐츠의 필요성을 학회에 건의하면 학회는 헬스브리즈와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의료정보회사는 고객용 전자차트 시스템에 이를 탑재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헬스브리즈는 마치 환자교육용 의학서적을 출판하는 경우처럼 학회와 의료정보시스템 회사에 특정 수수료율(인세율)을 적용해 로열티를 지급한다.

    학회와 협력해 표준화한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제작한 사례로는, 2년 전 대한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와 진행한 '갑상선암 수술 올바르게 알리기' 애니메이션과 대한심장학회의 '우리가족 심장지킴이 앱' 등이 있다.
     
    정 대표는 "새로운 치료약이 나와도 이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쓰기가 쉽지 않고, 설사 시간을 내어가며 설명을 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다"며 "헬스브리즈는 의사의 품위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환자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이미 알려진 객관적인 사실은 의사의 설명의무의 바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의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학회 차원에서 만든 공신력 있는 동의서용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로 생산성 높여
     
    정희두 대표는 "헬스브리즈는 예술을 하는 게 아니라 실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컨텐츠 제작사업의 원칙으로 통일된 소스를 사용해 다양한 컨텐츠에 활용하는 방식을 택해 제작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세계 애니메이션 외주 제작의 강자로 기획력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의료 분야로서 이는 전문가 집단과 해결했고 레고블럭처럼 모듈화한 방식으로 대량 생산의 장점을 접목해 비용을 낮췄다"고 밝혔다.
     

    사진: 헬스브리즈 애니메이션 컨텐츠 소스 스크린샷 (헬스브리즈 제공)
     
    헬스브리즈에서는 현재 정희두 대표를 비롯해 의사와 간호사들로 구성된 4명의 프로듀서(PD), 8명의 애니메이터, 3명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근무하는데, 매일 한 개 이상의 완성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내고 있다.

    헬스브리즈의 보급형 서비스는 월정액(의원의 경우 3만원) 외에 설명처방 건당 발송료 200원만 내면 돼 설명처방 문자 한 통을 발송하는 비용이 브로셔 한 장 값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이는 미국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 요금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또 국내에서 지난 해 12월 암 환자 교육에 이어 올해 2월부터는 심장질환이나 만성신부전 등에 대한 환자 교육 수가가 신설돼 헬스브리즈는 이를 또 다른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정희두 대표는 "교육 수가 적용이 확대되면서 300병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억 남짓한 추가 매출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보이는데, 이 교육에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한국 시장을 발판으로 프랜차이즈 형태로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
     
    정희두 대표는 한국 의료용 애니메이션 컨텐츠 시장을 300억 규모로 보고 있다.
     
    그런데 그는 병원-학회-전자차트-제약회사 관계는 다른 나라에서도 대체로 동일한 시스템이라 보고, 의학서적이 국경을 넘어 보급되는 것처럼 더 큰 시장을 목표로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각 국가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당초 전자차트에 교육 기능을 담아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가졌었다.
     
    북미의 경우 의료기기 회사 혹은 제약회사에서 홍보 마케팅용으로 접근하는 의료 애니메이션 시장은 크지만 고품질의 짧은 영상에만 국한돼 있고, 의료인이 환자에게 설명하는 컨텐츠 자체를 시각화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
     
    그래서 올해 초까지 캐나다에 있는 의료 IT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호흡기 질환에 대한 콘텐츠 제작을 위한 개념증명(POC: proof of concept) 프로젝트를 마친 상태다.
     
    그런데 최근에 오히려 한국에서 환자 설명용 애니메이션 컨텐츠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고 중국에서도 애니메이션 출판 모델에 관심을 보이면서, 한국을 발판으로 중국을 거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정희두 대표는 "의료 서비스의 옵션이 많아질수록 고객가치의 전달과 의료인의 효율적 설명 업무를 위한 컨텐츠 수요는 반드시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헬스케어브리즈 정희두 대표가 애니메이터와 상의하는 모습 ©메디게이트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