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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가 드신 한약, 성분을 알고 싶어요!"

    모친 사망하자 한의사 "남은거 그냥 먹어라"

    기사입력시간 2016-10-13 07:23
    최종업데이트 2016-10-13 09:1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0월 사망할 당시 72세였던 박모 환자.
     
    고인은 2014년 간암 확진을 받았는데, 그 다음해 폐로 전이됐다.
     
    고인이 다니던 S대병원 의료진은 더 이상 손 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고인의 딸 정모 씨는 어머니를 포기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새로운 치료방법이 없을까 백방으로 찾아다니던 중 한의약으로 암을 고칠 수 있다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J한의원을 방문했다.
     
    J한의원 홈페이지 캡처

    암 완치를 목표로 하고, 50회 이상 치료를 받으면 말기암 판정을 받은 환자라도 41% 이상 살릴 수 있다는 J한의원.
     
    J한의원 원장은 자신이 개발한 한약을 3~6개월 복용하면 암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고인은 지난해 7월부터 J한의원이 택배로 보내준 한약을 복용하고, 항암 효과가 있다는 오일을 꾸준히 몸에 바르기 시작했다.
     
    정씨는 "한의사가 자신만 믿고 따르라고 하니까 믿음이 갔고, 기대고 싶었다"고 했다.
     
    J한의원이 택배로 보낸 두 종류의 한방 항암제

    J한의원은 60ml, 100ml 두 종류의 탕약을 주면서 처음에는 100ml 한 봉으로 시작해 두 개를 섞어 최대 15봉(1200ml)까지 복용하라고 했다.
     
    1200ml는 캔콜라 5개에 해당하는 양이다.
     
    탕약 봉지에는 한약 이름도, 성분도, 용량도 적혀 있지 않았고, J한의원은 점차 양을 늘려가라고만 할 뿐 한약에 대해서는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정씨는 "한약 이름이 없었고, 색깔이 진한 약, 색깔이 같으면 1번약, 2번약을 복용하라는 식으로 전화 안내했다"면서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어머니는 6봉까지 드셨는데, 식사도 잘 못하는 말기암환자가 15봉을 드시는 건 무리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한의사 말만 믿고 '먹어야 사는데 왜 더 안먹냐'고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면서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은 갈수록 부종, 통증, 기침이 심해졌고, 복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약이 잘 맞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한 한의사

    하지만 J한의원은 "환자에게 한약이 굉장히 잘 맞고 있으니 절대 끊지 말고 더 많이 드시게 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고인도, 정씨도 갑자기 좋아질 수는 없지만 꾸준히 한약을 복용하면 어느 순간 암이 자라지 않을 것이라는 한의원의 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
     
    임종 4일 전 S대병원 의사는 "지금쯤이면 어머니가 숨 쉬기도 힘들테니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게 좋겠다"고 했지만 J한의원은 "약이 잘 맞고 있으니 계속 드시게 하라"고 했다고 한다. 
     
    한 달 약값은 무려 380만원.
     

    그러던 10월 어느 날 정씨의 모친은 하늘나라로 떠났다.
     
    정씨는 어머니가 한약을 드신지 3개월 만에 돌아가셨지만 한의원을 원망하지 않았다.
     
    한의원에서 한번에 15봉까지 먹어야 좋아진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많이 드시지 못해 효과를 보지 못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후 너무나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정씨는 어머니가 드시고 남은 한방 항암제를 어떻게 폐기해야 할지 문의하기 위해 한의원에 전화를 했다.
     
    J한의원이 보낸 문자 메시지

    그랬더니 "그냥 가족 분들이 드세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 한약을 먹으면 어디에 좋냐고 물었더니 "면역이 올라가고요. 몸순환이 좋아진다"며 아무렇지 않게 설명했다. 
     
    그 때부터 정씨는 모든 게 의심스러웠고, 건강보조식품만도 못한 걸 암을 고치는 약으로 팔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정씨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말이 안되는 거였는데 돌이켜보면 너무 창피하다"고 토로했다.
     
    한약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J한의원은 해당 한약이 비방(비법)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정씨는 "하물며 과자, 생수도 성분과 함량을 공개하는데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인데 성분을 공개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때부터 청와대, 복지부, 식약처, 보건소를 가리지 않고 한약 성분을 알고 싶다는 민원을 넣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국가로부터 납득할 만한 답변을 들었을까?


    10월 14일 2편 '대한의사민국'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