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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 바라보는 낙태죄 "의사·임산부 처벌 아닌 낙태 원인을 국가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 "대다수의 낙태는 사회경제적 원인, 양육 국가가 책임진다면 낙태 줄여"

기사입력시간 19-06-17 07:30
최종업데이트 19-06-1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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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지난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자가로 낙태한 자와 수술한 의사에게 낙태 죄를 물어서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향후 법 개정 방향은 처벌을 통해 낙태를 규제하는 것보다 낙태의 가장 많은 원인인 사회 경제적 자유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법제이사는 15일 대한의료법학회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보건의약식품 전문검사 커뮤니티와 함께 마련한 ‘의료형사법의 새로운 문제’ 춘계 공동학술대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날 낙태죄 적용에 대한 법리적인 해석 위주였지만, 의료인의 입장에서 입법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 위주로 풀어봤다. 

김 이사는 “낙태죄는 형법상 낙태 처벌을 규정하고 모자보건법은 낙태를 협소하게 허용했지만, 제한적인 허용 사유를 통해 낙태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낙태 처벌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법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낙태죄의 사문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해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것을 위헌으로 보고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고 했다. 

김 이사는 낙태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낙태죄 처벌 대신 임산부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을 국가가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떤 형식으로든지 낙태죄를 부활시켜 의사와 임산부를 처벌하려는 입법에 반대한다”라고 말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으로 주수별 허용사유 담아야  

김 이사는 우선 정부와 국회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안입법 개정을 서둘러야 하며,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김 이사는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 법 제14조에 따른 인공임신중절수술은 임신 24주일 이내인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헌재 판단대로 22주로 개정할 것인지 쟁점이다. 임산부 건강을 위해서라면 22주로 단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예외적으로 임산부 건강이 임신을 지속하기에 위험한 경우에는 22주 이후라도 허용돼야 한다”라고 했다.  

김 이사는 “임신 12주 이전에는 배우자 동의와 부관하게 자유로이 낙태 수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임신 초기 12주까지는 어떤 사유를 요구하는 것이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12주까지는 태아가 모체 밖으로 나와도 생존할 수 없고, 임산부 건강에도 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이 임신 12주를 초기 낙태 허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김 이사는 “임신 12주 이후 22주까지 우생학적, 윤리적 적응증과 강간, 태아의 심각한 기형으로 확인되면 의사의 판단에 따라 수술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배우자 동의는 사실혼인 경우만 허용하고 기타의 경우에는 임산부의 자기결정만으로 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강간의 경우 입증책임을 완화해 성폭력 범죄 행위로 인해 임신했다고 인정할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22주 이후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라도 의사가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시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낙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예외적으로 임산부 건강이 임신을 지속하기에 위험한 경우에는 22주 이후라도 허용돼야 한다”고 했다. 

또한 김 이사는 “초음파 상태에 따라 임신 주수가 달라질 수 있다. 임신 주수에 따라 처벌규정을 정하는 것도 법률상 명확성에 위배된다”라며 처벌에 반대했다.  

사회경제적 자유에 의한 낙태 추가하고 낙태죄 처벌 반대  

김 이사는 모자보건법상 사회경제적 정당화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경제적 자유에 의한 낙태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헌재 결정에서 예를 들면 위기 임신에 처한 사례로 헌재에서 지적한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에 대한 우려, 소득이 충분하지 않거나 불안정한 경우, 자녀가 이미 있어서 더 이상 자녀를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 경우, 부부가 모두 소득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어느 일방이 양육을 위해 휴직하기 어려운 경우, 상대 남성과 교제를 지속할 생각이 없거나 결혼 계획이 없는 경우, 상대 남성이 출산을 반대하고 낙태를 종용하거나 명시적으로 육아에 대한 책임을 거부하는 경우, 다른 여성과 혼인 중인 상대 남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임신한 경우, 혼인이 사실상 파탄에 이른 상태에서 배우자의 아이를 임신했음을 알게 된 경우, 아이를 임신한 후 상대 남성과 헤어진 경우, 결혼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등이다. 

김 이사는 “12주 이후부터는 상담과정과 최소 1주일의 숙려기간을 거치는 등의 절차와 방법을 시행령에 포함시켜야 한다. 이를 위반했더라도 처벌을 전제로 하지 말고 출산 친화적인 상담을 통해 위기임신에 대한 특별지원책을 마련해 이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가령 낙태를 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모든 임신, 출산, 양육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대 남성에게 강제로 양육비를 징수하게 할 수 있다"라며 "여성은 출산을 해도 아무런 사회 경제적 부담이 없다고 한다면 낙태 자체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김 이사는 “의사가 신념과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해도 의료법상 진료거부로 보지 않는다는 조항과 불가피하게 낙태수술한 의사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조항도 신설해야 한다. 의료행위의 시술자 위치로 합리적인 법 개정이 이뤄져서 의사가 의료행위로 처벌받지 않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에 대해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헌재는 낙태죄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일정 범위 내에서 유지하고 고치라고 한 것이다”라며 낙태죄를 없애는 것 자체는 법 체계에 맞지 않다며 반대했다. 

단국대 법대 이석배 교수도 “낙태죄 처벌을 없애라는 것은 헌재 판결과 맞지 않다. 다만 낙태 자체를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라며 "임신 주수 22주에 대한 설정은 의사들이 혼동될 수는 있어도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