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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의심 환자 대장내시경 검사했는데 법정 구속…아이둘 엄마가 도주의 위험이라니"

소화기내과 의사 구속에 의사들 격분 "형사처벌은 고의 의도가 있어야...판사도 잘못 판결하면 구속하라"

기사입력시간 20-09-12 08:56
최종업데이트 20-09-1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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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장암 의심되더라도 고령에서는 대장내시경검사를 하지 말라는 것인가." "아이 둘 엄마에게 도주의 위험이 무슨 이야기인가." "고의가 아닌 선의의 의료행위로 생긴 결과로 법정구속이 웬 말인가." "판사도 억울한 옥살이를 판결했다면 법정구속하라." 
  
의료계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의사 법정구속 사건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서울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장폐색이 있었던 환자에게 대장암 의심으로 대장내시경을 위해 장정결제를 먹인 후 환자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주치의에게는 금고 10개월을 선고하면서 법정 구속시켰다. 전공의에 대해서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11일 성명서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의료진들은 환자가 복통이 없고 배변활동을 서너 번 해 배가 부드러운 것을 확인하고, 장폐색이 아니거나 부분 장폐색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또한 금고형을 선고하면서 재판부는 40살의 애가 둘이나 있는 여의사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법정 구속까지 시켰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이러한 사실을 들은 의사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성남 횡경막 탈장 어린이 사망 사건, 독일 산모 사망 사건 등 최근 사법부에서는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았거나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망에 대해서도 빈번히 의료진 구속 판결을 내렸던 탓이다.

병의협은 “의학은 아직도 미지의 분야가 많고 인간의 생명을 의학을 통해서 완벽히 구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일반인들도 잘 아는 상식이다. 따라서 아무리 의료진이 치료를 잘 했다고 하더라도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불가항력적인 사망은 지금도 전국에서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병의협은 “물론 이번 사망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어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확실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현재 기사에서 드러난 내용으로는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이번 사건도 불가항력적인 사망 사고로 볼 수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과실로 보고 금고형 및 법정 구속이라는 중형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강제지정제, 저수가로 인해 왜곡될 대로 왜곡되어 있는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정부는 각종 악법을 퍼붓고 있고, 사법부는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을 죄로 물어 중형을 내리고 있다”라며 "불가항력적인 사망 사고에 의료진 구속을 판결한 재판부를 규탄하며, 국회는 조속히 법안 개정을 통해 억울하게 처벌받는 의료진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생명을 살리는 분야인 필수 의료 분야에 지원자가 없는 이유는 진정 정부는 모르는가? 필수 의료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는 경제적으로 힘들고, 매일 교도소 담장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가?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하지 않는다고, 의사들을 돈만 밝히는 파렴치한으로 매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인가”라고 되물었다. 

병의협은 "이제 대한민국 의사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의 정책과 국회의 악법, 사법부의 과도한 판결은 의사들을 의료 현장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있다"라며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다른 요인에 신경 쓰지 않고,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묵묵히 환자 치료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와 국회와 사법부가 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라남도의사회 역시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의 필수의료를 죽이는 법원의 판결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전남의사회는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대장암에 의한 장폐색이 있는 환자는 대장내시경 등 사전 검사는 일체 하지 말고 바로 수술부터 하라는 것이다”라며 “이 판결 소식을 들은 전국의 의사들은 크게 놀라며 분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의사회는 “이러한 판결은 의료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법관의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다. 면허제도의 근간을 뒤흔드는 아주 나쁜 판례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

전남의사회는 “문명사회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다양한 직업들에 대한 면허 제도의 강제화이다. 면허제도는 무면허자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보호장치이자 적정한 진입장벽을 통한 재화나 서비스 제공자의 질과 수준을 제고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전남의사회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예로들며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의해 운전 중 과실로 피해를 입혔을지라도 특정 유형의 교통사고만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 국민이 자동차를 이용하는 편의를 누리는데 방해 요소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전남의사회는 “의사 면허는 더더욱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분야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의사의 정당한 의학적 판단에 따른 의료행위라 할지라도 예측하기 힘든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 행위의 결과를 보고 의사를 구속하거나 형사처벌을 한다면 의사 면허 제도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가”고 밝혔다. 

전남의사회는 “만일 의료행위의 결과를 보고 잘잘못을 판단한다면 판사가 잘못 판단해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발생된 경우도 동일하게 적용해서 해당 판사를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남의사회는 “실제 미국,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의료사고로 기소를 하려면 형사법상 행위 요건인 고의의 의도가 있어야만 한다. 선의의 의료행위의 단지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형사 기소를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전남의사회는 세가지를 요구하며 “첫째 선의의 의료행위로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의료분쟁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형사처벌 특례 조항을 만들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거나 사회상 규상에 위배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보건의료인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남의사회는 “둘째 의료분쟁에 대한 법적 형사처벌이 계속되는 상황 속에서 의료인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처벌이 예상되는 환자의 진료나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남의사회는 “셋째  법원에서 의료 분쟁의 판결을 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받는 경우 그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의사협회의 의료감정원에 우선 자문을 받도록 법적 개선을 해야 한다. 의사협회 역시 신속하고 공정한 자문과 감정을 할수 있도록 인력과 조직을 보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