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의료진이 8월 11일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을 방문해 진폐재해자와 가족 대상 건강강좌를 열고, 국내 마지막 탄광인 경동광업소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병원에서 약 250km 떨어진 지역에서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직업병에 노출되기 쉬운 근로자들의 건강을 살피기 위한 정기적인 현장 방문이다.
서울성모병원은 국내 전공의 수련병원 중 유일하게 진폐증 전문 치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현장 수련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4명이 참여했다. 이는 병원을 찾는 진폐증 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작업환경과 직업성 질환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20년 넘게 운영해 온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당시 명준표·강모열·이종인·박민영 교수, 김서영 임상강사, 권오휘·김효정·이찬영·김동근 전공의 등 총 9명의 의료진이 도계읍을 찾았다. 의료진은 첫날 진폐재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열었고, 이튿날에는 경동광업소 탄광 현장을 방문했다. 전공의들은 회사 측 안내를 받아 석탄을 채취하는 가장 깊은 곳인 막장까지 이동하며 지하 작업장을 체험했다.
고용노동부 2024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진폐증 환자는 약 2만명, 진폐 사망자는 506명이다. 분진으로 인한 직업성 폐질환인 진폐증은 여전히 업무상 질병 사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70~80년대 석탄과 주요 광물 채광이 활발했던 도계와 태백 일대는 진폐재해자와 가족이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잠복기로 인해 과거 노출자가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진은 국내 탄광 근로자 진료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산재 진단 과정의 궁금증 해결, 합병증 예방 관리, 약물 치료 경과 등을 현장에서 설명했다. 이번 방문에서는 사망 시 업무 관련성 평가와 질병 사망 판정 등에 대한 오해 지점을 안내하고 개별 상담도 진행했다.
방문 이튿날 전공의들은 내년 폐광을 앞둔 경동광업소 채탄 현장에서 광부의 노동 환경을 체험했다. 작업면을 준비하는 채준 작업과 탄층을 발파해 무너뜨린 뒤 떨어진 석탄을 거두는 케이빙 채굴 과정 등 진폐증의 요인이 되는 열악한 환경을 직접 확인했다.
김동근 전공의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으로 진폐와 진폐의 원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 막장까지 내려가 탄분진 등 진폐를 일으키는 유해요인을 몸으로 체험한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며 “앞으로 환자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 날의 경험이 진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밝혔다.
명준표 교수는 “전공의가 환자 곁과 작업 현장을 함께 경험해야 환자 진료에 진심을 다하고, 산재 판정 시 현장을 이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내년에 탄광이 문을 닫게 되어도, 앞으로도 꾸준하게 사업장 현장을 방문하여 진폐재해자 건강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1962년 국내 최초 직업보건 전문기관인 직업환경의학센터를 설립했으며, 1965년 국내 최초 직업병 클리닉을 개설하고 1973년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국내 최초의 민간 직업보건협력기관으로 지정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