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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의 양면성

    국가 단위의 빅데이터 전략 부재

    [칼럼] 아주의대 의료정보학과 한현욱 교수

    기사입력시간 2017-09-18 05:00
    최종업데이트 2017-09-18 05: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빅데이터는 이제 더 이상 미래 혁신의 아이콘이 아니라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공고히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빅데이터가 필요한가?'에 대한 지리한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를 잘 활용해 높은 가치를 창출한 것인가?'로 논의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듯 하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는 다른 어떤 영역에 비해 빅데이터의 잠재적 가치와 활용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평가되고 있어 구글, 아마존 등 세계 유수의 정보통신 공룡기업들이 입맛을 다시고 있는 핵심 사업 분야 중 하나다.

    또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공익적 측면에서 개인이 건강을 관리하고 의료를 선택하는 방식을 변화시켜 국가 보건의료시스템 전반을 변화시킬 혁신의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래에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임상적 의사결정(Clinical Decision)과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이 보편화 될 것이며, 더 나아가 인간이 건강을 바라보는 관점과 삶의 방식마저 많은 부분에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세계는 지금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로부터 의료적 가치를 어떻게 창출 할 수 있을 것인지 본격적으로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보건의료 데이터는 공공 영역과 민간 영역에서 각각 독립적이지만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데이터는 보건복지부와 기타 부처의 각 기관의 특성을 고려해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청구데이터와 일부 선별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유전체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고, 민간 데이터는 병원이 환자 진료과정에서 수집한 임상데이터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이 사업의 일환으로 수집한 쇼셜 데이터와 스트림 데이터 등이 있다.

    최근에는, 암 유전체 검사에서 보험수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암 패널 중심으로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우리나라가 양질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보건의료 분야에서 이렇게 세계가 부러워할 만한 수준의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분야에서 빅데이터 연구나 산업화가 활성화되지 않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각 기관들 간 데이터 연계성의 부재 때문이다.

    빅데이터의 진정한 가치는 고유한 목적으로 수집된 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상호 연관지어 이것으로부터 새로운 창발 가치 (Emerging Value)를 만들어내는데 있다. 예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는 보험 청구를 주목적으로 수집한 데이터이므로 시계열에 따라 개인의 질병 진행 패턴 분석이나 청구비용 분석 등에는 매우 적합한 데이터다. 하지만, 질병의 임상양상, 처치과정 및 실험실 결과 등과 같이 깊이 있는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지 못한다.

    반면, 의료기관은 개인의 질병에 관한 정보가 기관별로 모두 단절(Flagmentation)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시계열에 따른 질병 변화 양상 등을 분석 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나, 깊이 있는 임상 데이터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서비스까지 분석할 수 있다.
     
    기관 간 데이터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기관별로 분산된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상호 연계되어 활용 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 각 기관별로 자체적으로 데이터 표준화를 통한 통합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관 간에 데이터 상호 연계 분석을 위한 통합은 부재된 상황이다.

    최근 임상데이터에 관한 공통데이터모델(Common Data Model)이 등장해 이런 부분에 대한 갈증이 일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또한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만 분석이 가능해 이를 전 기관에 걸쳐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른다.

    따라서, 의료기관간 데이터 연계를 하지 않고서는 단절된 환자 데이터만 분석 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심평원 및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공공 기관과 국내 몇몇 민간 의료기관들이 공통데이터모델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데이터 공유기반은 이미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공유기반에도 불구하고 각 기관의 데이터 연계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국내 의료법 상 의료데이터의 비식별화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개인정보보호법 상 문제의 소지가 있어 공공 및 민간 기관 모두 데이터 개방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오히려, 공공기관에서는 데이터 접근성을 제한해 가급적 정보보호와 데이터 보안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빅데이터의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는 분명 양면성을 갖고 있다.

    데이터의 활용을 강조할 경우 개인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생활은 필연적으로 침해 될 것이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할 경우 어설픈 수준의 빅데이터 연구만 가능해 공공의 목적을 달성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야를 정책적으로 타개해 나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특성과 높은 기대가치를 고려한 별도의 국가 단위 전략이 없다.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각 공공분야 기관 간에도 첨예한 대립을 반복하고 있으며, 민간 의료기관 사이에서도 빅데이터에 관한 현안과 연계분석을 위한 협의체나 거버넌스가 부재한 상황이다.

    보건의료 데이터를 생산해 내는 주체는 분명 정부 유관 기관과 전국에 흩어져 있는 개별 의료기관이지만, 이러한 데이터의 실제 소유권은 국민 전체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국민들이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실제 국민들에게 빅데이터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이 만들어 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