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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자리성(Allosteric)'에 결합하는 신약을 만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칼럼] 배진건 배진(培進) 바이오사이언스 대표

기사입력시간 19-08-02 05:58
최종업데이트 19-08-02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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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Pharmacological Sciences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효소는 거대한 분자로, 기질이라는 보다 작은 분자가 결합하고, 이를 이용해 세포가 생존하는데 필요한 유용한 생산물로 변환시킨다. 생화학에서 활성물질(effector molecule)들이 효소나 다른 단백질의 활성 부위(active site)가 아닌 다른 자리에 결합해 이뤄지는 반응능력 조절을 영어에서 번역된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allosteric regulation)'이라고 한다. 효소나 단백질의 반응을 촉진시키는 활성 물질을 '다른 자리성 활성인자(allosteric activator)', 반응을 억제시키는 물질을 '다른 자리성 저해제(allosteric inhibitor)'라 부른다. 다른 자리 입체성 조절은 생물학적 되먹임(feedback) 등의 자연적 조절 회로의 한 예다.

연극 무대에서 혼자 독백을 하는 주연 배우 한 사람만 비추는 불빛처럼 다른 자리성 저해제는 우리 몸 안 활성 단백질의 한 특별한 자리에 붙어서만 작용한다. 활성부위 전체를 작용하는 저해제는 주연 배우 이외에 옆에 서서 다음 대사를 기다리는 다른 배우들까지 비추는 조명의 상황과 같은 것이다. 주연 배우에 이어 그들의 대사가 이어지면 집중이 떨어지듯이 약의 효과와 달갑지 않은 독성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약은 효과와 독성의 두 측면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적인 약물들은 물질이 수용체에 붙는 것을 경쟁적으로 차단해 약의 활성을 일으킨다. 약이 결합하는 부위가 수용체 작용 부분을 넘어 다른 부분에까지 넓게 붙어 본래 수용체에만 붙는 역할에 덤으로 다른 작용까지 할 때 독성으로 이어질 찬스가 높아진다.

약의 독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다른 자리성 억제제/활성인자를 약으로 개발하려는 노력이 이미 오래 전부터 시도됐다. 필자가 쉐링프라우(Schering-Plough, S-P)에서 근무하던 2001년 8월 6일에 S-P는 보스턴에 있던 네오제네시스(NeoGenesis)라는 회사와 같이 다른 자리성 억제제/활성인자 리드를 발굴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네오제네시스는 자사가 보유한 'neoMorph'이라는 화합물은행과 독자적으로 개발한 ‘Automated Ligand Identification System(ALIS)’을 사용해 S-P의 항바이러스 약 개발을 돕기로 했다. 한편 S-P는 지분투자(equity investment)와 연구비를 제공하는 딜(deal)이었다.

네오제네시스는 그 당시 S-P외에도 미쓰비시(Mitsubishi) 의약연구부, 옥스포드 글리코사이언시즈(Oxford Glycosciences), MSD(Merck & Co.) 등 여러 제약회사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그만큼 다른 자리성 억제제/활성인자를 약으로 개발하고 싶은 제약사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파트너십이라 할 수 있다. 결국 S-P는 2005년 1월 31일 네오제네시스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ALIS 은 affinity selection을 통한 질량분석(Mass Spectrometry, MS) 시스템이다. Affinity selection은 단백질에 붙은 리간드(lignad)를 찾아내는 방법으로 계속적인 사이즈 배제 크로마토그라피(size-exclusion chromatography)를 사용하는 것이다. ALIS 시스템의 첫 부분은 ‘affinity selection stage’로 리간드가 단백질 타겟에 붙는 과정이다.

ALIS의 첫 부분인 단백질과 화합물이 결합하는 상태가 용액 상태에서 반응하므로 활성 부위 외에도 다른 부위에 결합(allosteric binding)이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 'SEC' 스텝은 단백질-리간드로 결합한 화합물들을 결합하지 않은 화합물들과 분리시키는 과정이다. 세번째 'RPC' 스텝은 단백질-리간드 결합에서 리간드만 분리하는 것이고 네번째는 리간드를 MS로 정량하고 어떤 구조인가를 알아내는 과정이다. 굉장히 민감(sensitive)한 최신 MS를 사용하기 때문에 타겟 단백질을 사용하는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장점이다.

아쉽게도 이런 노력의 결실이 이뤄진 것을 기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저분자 물질을 뛰어넘어 흥미롭게도 단백질과 압타머(Aptamer)를 가지고 다른 자리성 억제제/활성인자를 창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스턴에 있는 릴레이 테라퓨틱스(Relay Therapeutics)가 단백질을 사용하겠다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Drug Discovery Set in Moti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1963년 헤모글로빈 X-Ray 구조가 밝혀지고 1989년 HIV 프로테아제(Protease) 구조 분석을 통해 구조에 기반한 약물개발이 시작됐고, 이제는 단백질의 움직이는 것을 약물개발의 토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단지 활성부위만 아니라 표적 타겟 단백질의 어느 부위와의 결합도 알아내겠다는 생각이다. 2000년 대의 affinity selection을 통해 단백질에 붙은 리간드를 MS 찾아내는 방법인 ALIS를 뛰어 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방법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에 소재한 '압타머 사이언스'는 선도물질 발굴 기술(ligand scan)을 이용해 먼저 표적 단백질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기능적 특성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먼저 세포막 단백질 압타머 라이브러리를 활용하여 결합 다양성을 극대화한 압타머 풀을 확보하고 세포막 단백질 활성 영향도를 평가한다. 이어 세포막 단백질 결합 기전을 분석하여 세포 수준 결합 작용 기전을 확보한다.

이런 방법으로 작용제(agonist)인지 길항제(antagonist)인지 분류하고, 그 중에서 allosteric인지 orthosteric인지 분류한다. 이렇게 얻은 선도 물질을 길이 줄이기 및 서열 최적화를 수행한다. 이어 압타머가 뉴클레오티드 저항성(nucleotide resistance)을 강화하기 위해 화학적 최적화, 화학적 치환이나 기능성 분자를 도입해 효능 강화 및 기능성 내제화를 지닌 약물가능성(druggability)이 확보된 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한다.

압타머 사이언스의 선두주자인 AST-101은 1·2형 당뇨를 겨냥한 ‘Allosteric Agonist Aptamer, AAA’이다. 인슐린이 인슐린 수용체(IR)와 IGF1-R에 모두 붙기에 인슐린과 경쟁하는 다른 소분자 화합물질들은 두 수용체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AST-101은 allosteric binding으로 분명하게 구별한다. 그러기에 IR이 내재화(internalizatrion)되지 않고 선택적으로 IR을 인산화해 선택적인 시그널링이 일어난다. 그러기에 단지 글루코스 uptake만 일어나게 하는 선택성을 지닌다.

앞으로 AAA가 연극 무대에서 혼자 독백을 하는 주연 배우 한 사람만 비추는 불빛처럼 '다른 자리'에 결합하는 신약으로 개발된다면 무엇보다 현저하게 독성을 줄일 수 있으며 더 강한 효과가 가진 약으로 기대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