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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문의 경계가 사라진다"…내분비대사학 8개 연관학회 대표들 한 자리에

    대한내분비학회 등 첫 통합 학술대회 'Endocrine Week 2018' 개최

    전공의 지원 감소 대책 논의하고 통합 학술 교류의 장으로, 사회적 책임도 고려

    기사입력시간 2018-11-03 08:14
    최종업데이트 2018-11-03 08:14

    사진: 내분비대사학 8개 연관학회의 첫 통합학술대회서 열린 토론회 'ENDOCRINE SUMMIT'.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내분비대사학 8개 연관학회가 전공자 수 감소와 사회적 책임 등 내분비내과학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8개 연관학회는 2일 첫 통합 학술대회 'Endocrine Week 2018'을 공동으로 주최하고 8개 학회 대표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ENDOCRINE SUMMIT'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대한갑상선학회 이가희 이사장(서울의대 보라매병원)과 대한골대사학회 정호연 이사장(경희의대 강동경희대병원), 대한노인병학회 이동호 이사장(서울의대 분당서울대병원), 대한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서울의대 서울대병원),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가톨릭의대), 대한소아내분비학회 신충호 회장(서울의대 서울대어린이병원),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박중열 차기 이사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대한내분비학회 김동선 이사장(한양의대 한양대병원) 이 참여했다.

    학회 간 소통의 필요성 대두

    통합학술대회는 최근 학문 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의료 문화의 변화에 따라 마련됐다. 내분비대사학 각 대표는 앞으로도 필요에 따라 여러 학회가 함께하는 학술대회를 가져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은 "내분비계열학문은 그동안 대사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8개 학문으로 분화됐다. 연구나 접근법은 비슷한 만큼 내분비 전공을 수련의들을 위해 공동으로 프로그램 만드는 일을 시작으로 계속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인병학회 이동호 이사장은 "학문 간의 벽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학문 간에 협력해 연구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며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노인 환자는 여러 약물을 쓰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서너개 학회가 함께하면 이처럼 시너지를 내는 토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소아내분비학회 신충호 회장은 "소아내분비학의 경우, 돌보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다른 내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온다. 이때 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돌보던 아이들을 성인이 되어서는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고민에 직면한다. 그런 부분을 다른 과와 함께 학술대회 열어 논하고 싶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은 "학회를 통합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가 왔다. 최근 사회구조적 변화로 진료과 간 영역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더 발전하려면 친교 목적이 아니라 진정한 학술교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내분비대사학 8개 연관학회의 첫 통합학술대회서 열린 토론회 'ENDOCRINE SUMMIT'. 대한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
     
    내분비내과 지원자 감소에 대한 대책은

    고령화로 인해 내분비대사학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내분비내과 전문의 지원자 수의 감소는 대부분 학회의 고민이었다. 전공자 수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갑상선학회 이가희 이사장은 "최근 몇 년간 내분비내과 전문의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다음 세대를 양성하기 위해서 학회는 감성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의대학생들이 종종 저에게 '언제 내분비를 하겠다고 결심했느냐'고 묻는다. 요즘 학생들에게 내분비과가 어필되지 않고 있다. 우리 학회는 의대 학생들과 접점이 없는데 학회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뇨병학회 박경수 이사장은 "당뇨병학회는 당뇨병 교육자 자격인정 시험을 매년 시행해 당뇨병 교육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학회 차원에서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접근은 환자에게도 좋지만 학회 차원에서도 전문성을 강화해 내분비내과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소아내분비학회 신충호 회장은 "소아내분비학은 소아청소년과 다른 파트에 비해 오히려 전공자 수가 많다. 이러한 현상의 이유는 문화 때문이다"며 "내분비라고 하면 그게 무슨 학문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전공의 되면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에서 내분비학과 거치지 않는 아이들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성장호르몬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병원서 소아과전문의에 대한 수요가 늘었던 면도 전공자 수가 많은 이유로 작용했다고 본다"며 "학회는 전공의 4년차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내분비학 강의를 하고 있다. 또 프로그램이 전임의 친화적이다. 학회는 회원들이 소아내분비학회에 꾸준히 호감 가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병학회 이동호 이사장은 "앞으로는 노인질환이 사회의 주류 질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중국도 마찬가지다. 내분비내과학이 다른 학과와 협력해 진료하는 데에 선장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학회에서 내분비계 공부 많이 하는 분들에게 자격을 줘서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는 제도를 만들겠다. 이러한 제도가 사회에 기여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 집단으로서 사회적 책임 지는 방법

    8개 학회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학회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학회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골대사학회 정호연 이사장은 "학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정책 제안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골대사학이 중요해졌다.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환자의 골절위험도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보험 급여가 안돼 병원이 쓰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골대사학회는 사회적 책무를 위해 한국형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정책 제안을 했다. 우리나라는 골절 이후 후속치료율도 낮고 골절 예방도 실용화되지 못했다. 지속적으로 홍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가희 이사장은 "4년 전쯤 국정감사에서 감상선 암 수술이 과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그때 학회는 갑상선 암이라고 해서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홍보를 했다. 또 병원에서 작은 암은 수술하지 않도록 '갑상선 결절 및 암 진료 권고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갑상선 암 치료를 잘해서 환자가 잘 살 수 있었던 것이다. 학회가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과잉 수술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한다"고 말했다.

    내분비학회 김동선 이사장은 "최근 불임과 난임이 증가하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내분비교란물질(EDC)이 원인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전문가 집단으로서 EDC의 위험성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만학회 유순집 이사장은 "먹방이 주류 방송이 된 이후, 의사로서 소아비만이나 나쁜 생활 습관이 걱정이 컸다. 학회는 먹방에 대해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미디어와 사생활에 대한 규제 아니냐는 논란이 생겼다"며 "내분비 의사들은 시각적 자극이 얼마나 식습관에 영향을 주는지 알고 있다. 방송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학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은 "다행히 국가가 비만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이제는 직접 국민을 대상으로 활동을 해야한다. 미디어가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뿐 아니라 학회가 국민 건강과 관련해 정책적인 면도 앞서가고 법안을 만드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