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대란의 재발방지를 위해 '필수의료 유지'라는 사후조치보다 의정갈등을 합리적으로 봉합할 수 있는 사전조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한 의사 단체행동시 필수의료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이 의료법에 명시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8일 '의사 단체행동시 필수의료 유지, 단체행동 예방 및 절차 먼저' 이슈브리핑을 발간했다.
우선 의정연은 보고서에서 파업과 필수유지 업무의 관계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살펴봤다.
의정연에 따르면 영국, 독일, 프랑스에서는 의사들도 노동관계법의 틀 안에서 파업권을 보장받으며, 절차에 따라 응급의료 등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있다. 의료인의 기본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영국의사회(BMA)와 병원의사회(HCSA)가 의사 노동조합으로 활동하며, 쟁의행위시 병원은 파업법상 최소 서비스 수준을 준수한다.
독일의 경우, 봉직의 노동조합은 노동법을 준수하며 파업을 할 수 있고, 파업의 정당성은 개별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통해 확인된다. 개원의 단체는 노동조합으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단체행동을 통해 의견을 표명하지만 이에 대한 제한은 없다.
프랑스는 노동법에 따라 직종별, 직능별 노동조합 설립이 자유로우며, 병원, 개원의, 진료과, 지역별 의사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연합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별적 또는 집단적 쟁의행위를 추진한다. 병원의 경우 노동법상 최소서비스 의무를 준수해야 하나, 개원의 경우 이런 제한이 없다.
의정연은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별 노동조합의 활동이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련의 의정갈등과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개원의 또는 의사 전체를 구성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는지, 사직·휴직·휴업·폐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가능한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하에서 의사의 근로자성 여부 등에 관한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정연은 "과거부터 정부와 의료계는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수차례 의정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며 "의료대란을 막을 수 있는 것은 금지, 명령, 처벌 등 엄격한 법제도가 아니라, 상호 간 존중과 배려, 대화를 위한 노력이다.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을 공식화, 정례화함으로써 의료인의 근로환경이 개선되고, 안전한 진료환경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의사 단체행동시 필수의료를 유지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준비 중인 가운데, 파업과 같은 노동조합 쟁의행위시 필수유지 업무를 규정하는 것은 국내외 법체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서, 이를 의료법에 추가하는 것은 옥상옥에 해당해 불필요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