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덱스콤·메드트로닉·애보트 제품 국내 허가…24시간 혈당 파악 '연속혈당' 어디까지 왔나

    [칼럼] 문준성 영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당뇨병학회 총무이사

    기사입력시간 2022-02-02 14:46
    최종업데이트 2022-02-02 14:46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릴레이 칼럼
    메디게이트뉴스는 대한내분비학회 연속혈당소위원회 전문가들과 함께 갈수록 중요해지는 연속혈당측정(CGM)의 현황과 전망에 대한 릴레이 칼럼을 연재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해 연속혈당의 종류와 원리, 기본 개념을 시작으로 각 대상자별 가이드라인과 사례를 소개합니다.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연속혈당을 활용한 진료방식 변화와 미래 당뇨병 관리의 그림을 그려볼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①서문: 연속혈당측정(CGM), 당뇨병 관리의 새로운 시대 열린다
    ②24시간 혈당 파악하기, 연속혈당 어디까지 왔나

    연속혈당의 역사

    고대 인도인의 기록과 기원 전 1500년경에 쓰여진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소변에 단 맛이 나는 병이 있다고 기록돼 있는 것으로 보아 당뇨병의 존재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지식과 기술의 한계로 소변이 달다는 현상만 어렴풋이 인지할 수 밖에 없었고, 진단을 받아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불치병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질환으로 오랜 기간 인식돼왔다. 19세기에 들어서야 혈액 속의 포도당을 검출할 수 있었고, 혈당이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가 당뇨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서야 드디어 이 병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따라서 ‘혈당 측정’은 곧 당뇨병의 진단과 관리의 실제적인 역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손끝 채혈 혈당기의 원조는 1970년대에 개발됐다. 안톤 클레멘즈(Anton H. Clemens)에 의해 개발됐던 제품은 스트립에 묻은 혈액을 청색광(blue light) 의 반사를 통해 혈당 수치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보다 크기도 크고 무게도 무거웠을 뿐 아니라(1.4 kg) 고가 장비라 병원 진료실에서만 사용했고 개인이 사용하는 건 언감생심이었다고 한다. 이후 비약적인 기술의 개발로 인해 정확도와 편의성이 크게 개선돼 알려진대로 자가 혈당모니터링(Self monitoring of blood glucose, SMBG) 기기들이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혈당측정이 간편해졌지만 인슐린을 하루 3-4번 사용해야 하는 경우나 야간의 저혈당을 느끼지 못해 생명과 직결된 경우라면 밤낮없이 수시로 혈당을 재야하므로 여전히 불편하다. 이런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연속혈당측정시스템 (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system, CGMS)’이라는 새로운 혈당 측정기가 개발돼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CGMS는 메드트로닉의 ‘CGM GOLD’로 전문가용 CGM이었다. 나도 이 기기를 전공의 시절에 사용해본 기억이 있는데, 3일간 환자에게 전극을 피하에 삽입해 부착한 뒤 3일 뒤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블라인드 방식이었다. 보통 병원에 입원해 3일간 측정 후에 데이터를 다운로드해 야간의 혈당 변화나 식후 혈당패턴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혁신적인 기기였지만 당시 결과지에 나온 고혈당과 저혈당의 반복을 보면서 어찌할 줄 몰랐던 기억이 난다. 또 여전히 하루에 손끝 혈당을 3~4회 측정해 후보정을 해야했는데, 만약 혈당 기록이 없으면 정확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덱스콤과 애보트도 유사한 형태의 CGMS를 출시했다. 하지만 전문가용 CGMS는 환자가 혈당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하므로 저혈당이나 고혈당이 발생할 때 즉각적인 대처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실시간(real-time) 감시 형태의 CGMS에 대한 수요가 등장했다. 최초의 실시간형 CGMS는 손목시계 형태의 글루코워치 바이오그래퍼(Glucowatch Biographer)였는데, 상용화되진 못했다. 2004년 메드트로닉이 상용화한 첫번째 실시간 CGMS인 가디언 리얼타일 CGMS(Guardian REAL-Time CGMS)를 출시했다. 다른 회사들도 잇달아 실시간 CGMS를 출시했으나 손 끝 채혈을 통한 혈당의 보정이 계속 필요해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 미리 혈당이 보정된 상태로 나와 추가적인 혈당 보정이 필요없는(factory-calibration) 기기들이 대중화됐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환자의 개인 스마트폰으로 직접 혈당을 확인할 수 있는 G5모바일이 2015년 소개됐고, 스마트 워치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한 보호자 및 의료인과의 데이터 공유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렇듯 IT 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혈당관리를 더욱 더 스마트하게 해줄 수 있게 됐다.

    2014년 애보트는 새로운 형태의 CGMS를 출시했는데, 환자가 수신기(또는 휴대폰)로 센서를 스캔하면 포도당 수치를 보여주고 이전에 8시간동안 수집된 혈당 변화까지 보여주는 간헐적 스캔형 CGMS 제품이었다. 기존의 실시간 CGMS보다 사용기간이 14일로 길고 특히 최초로 손끝 채혈로 보정할 필요가 없고 센서와 송신기 일체형이라는 경제적인 부분까지 장점으로 내세우며 인기를 끌었다.     
     
    CGMS의 원리와 구성요소

    CGMS는 정확히 말하면 혈액 속의 포도당 농도가 아닌 피하지방의 간질액속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한다.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이 변하게 되면 간질액 내 포도당 농도가 평형을 이루면서 간접적으로 혈당치를 보여준다.  당연히 혈당 변화의 추이도 알아볼 수 있다. 이런 특성을 이해한다면 필연적으로 혈당값과의 오차가 생길 수 있고, 특히 혈당의 변화가 단시간 내 급속히 변하는 경우에는 간질액의 농도가 평형을 이루기까지 지연(delay)이 일어날 수 있다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CGMS는 센서(전극), 송신기(트랜스미터) 그리고 수신기로 이뤄져 있다. 센서는 피부에 삽입된 카터테를 통해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고, 송신기는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무선주파수를 이용해서 수신기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수신기는 얻은 정보를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데, 이전에는 별도의 수신기가 있었지만 최근 기기들은 환자의 휴대폰이나 스마트워치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수신기는 어플리케이션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각각의 제품마다 센서를 부착시키는 삽입기(어플리케이터)도 포함이 돼있는데 환자 스스로 또는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가정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해주는 역할을 한다. 각 회사마다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착용법에 대한 안내를 공개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CGMS
    *MARD, mean absolute relative difference
    ** 2022.1월 현재, 대략적인 금액이며 정부 정책, 지역 및 병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음.

    우리나라에서 사용이 가능한 CGMS 제품을 표에 정리했다. 현재 덱스콤과 메드트로닉, 애보트 세 제품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고 정식으로 판매되고 있다. 정확도나 작동방식은 유사하지만 각각의 장단점들이 있다. 더불어 환자의 경제적 사정과 선호도를 고려해서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다.

    실시간 CGM 과 스캔형 CGM의 가장 큰 차이는 알람 기능의 유무다. 저혈당 무감지증(hypoglycemic unawareness)과 같은 경우라면 실시간 CGM이 적합할 수 있다. 센서의 사용기간도 조금씩 다른데, 가장 긴 제품은 스캔형 CGM인 리브레로 2주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송신기 사용기간도 G6는 3개월 주기로, 가디언센서는 1년 주기로 다르기 때문에 비용이나 선호도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외래 혈당 프로파일(Ambulatory Glucose Profile, AGP)
     
     프리스타일 리브레 'AGP 리포트'

    CGMS를 일정기간 사용하고 나면 혈당 관리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보고서가 생성되는데 이를 AGP리포트라고 한다. 여기에는 환자가 사용했던 기간, 비율, 평균 혈당치, 혈당 관리 표시기(Glucose management indicator, GMI), 혈당변동성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와 목표 범위내 비율 (Time in Range, TIR) 등이 포함된다. 또 24시간 시간대별 혈당 추이 그래프와 요일 별 혈당 프로파일도 함께 일목요연하게 제시돼 환자의 혈당 조절 상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중 최근 새로운 혈당 조절 목표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GMI와 TIR이다. GMI는 측정 기간 동안의 평균 혈당을 당화혈색소 수치로 환산한 것이며, 3개월이 아닌 사용 기간 동안의 평균이므로 실제 당화혈색소와 차이가 날 수 있다. TIR은 혈당 목표 범위를 70~180mg/dL로 정했을 때 하루 중 범위 내로 혈당이 조절되는 시간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이전 연구들에서 합병증 발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70%이상이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 목표이며, 고령이나 저혈당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50%까지 조절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지표들을 이용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혈당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CGMS의 사용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혈당의 변화를 통해 보다 나은 당뇨병 관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물론, 사용 자체의 효과도 있겠지만 적절한 해석과 적용을 통해 생활 습관의 획기적인 변화가 동반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향후 이어지는 칼럼들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과 사례들이 제시돼 CGMS에 더 친숙해지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