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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케어가 연착륙 하려면

    전문가 대접 받을 수 있게 정부와 협상

    [칼럼] 정명관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

    기사입력시간 2017-08-28 06:50
    최종업데이트 2017-08-28 06:5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금껏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해 오던 비급여를 제한하고 대부분의 필수 의료를 급여화하여 건강보험보장률을 높이겠다는 문제인케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정부와 진보단체는 가능하다는 입장이고 의사 단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양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미 나올 수 있는 분석은 대충 나온 것 같아서 필자가 뭘 덧붙인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워낙 중요한 문제인지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몇 자 적어 본다.
     
    의사 단체가 반발하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그동안 건강보험 수가가 충분하게 책정되지 못해서 (원가의 60%인지 80%인지는 분분한 해석이 있다) 병원 경영을 위해서 의사들이 취해온 방법은 진료 횟수를 늘리거나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를 개발하는 것 두가지였는데, 이제 비급여를 금지하게 되면 병원이 정상적인 수익을 유지할 방법이 없고 파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여 건강보험 수가를 적정화하겠다고 약속은 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충분하지 못하면 원가 보상을 못해 주거나 삭감이 늘어나 진료량을 통제할 수 밖에 없어 꼭 필요한 진료도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의사 측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정부의 약속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당장은 어떻게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비급여를 개발할 길이 막히기 때문에 더욱더 완전하게 정부의 통제 하에 놓일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에 정부가 문제인케어를 발표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2014년 기준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63.2%에 불과하여 평균 80% 정도인 OECD 국가에 비하여 보장률이 낮고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로 지출하게 되는 돈이 많으므로 각 가정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나라의 의료비 지출 규모가 아직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지만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급증할 의료비를 어느 정도는 통제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양 쪽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일리가 있다. 이제 그 주장의 타당성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서로 양보하여 타협할 지점은 없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의사 단체는 정부안대로 시행하게 되면 의료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오고 환자가 100% 자기 돈을 내고 치료받고 싶어도 치료받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며 반대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보험 진료는 엄격한 규정이 있어서 그 기준을 넘어서면 금지가 되는데 (예를 들어 산전 초음파 검사가 비급여일 때는 횟수의 제한 없이 검사할 수 있었지만, 보험 적용이 되고 2회까지만 보험 적용을 받는다고 하면 3회째는 비용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고 검사를 하여도 불법이 된다.) 의료 행위는 정해진대로만 흘러가지를 않고 위급하거나 필요한 경우엔 보험 기준을 넘어서서 진료를 해야할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꼭 필요한 진료조차 못하게 되면 환자 건강에 악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의사 단체의 말이 타당성이 있다.

    실제 필자도 당뇨병 환자에게 약제를 3종류까지 써도 조절이 안되어 인슐린을 사용할 단계가 되어도 어떤 환자는 인슐린 주사를 거부할 때가 있어 부득이하게 약제를 4개 쓰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 경우엔 보험 적용이 안되므로 약 한가지를 비급여로 처방할 때가 있는데 그런 것도 못하게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검사 횟수나 치료 재료에 대해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말하자면 기계적인 보험 규정과 삭감은 의료의 불확실성을 무시한 처사이다. 정부와 심평원도 그 문제를 인식하고 개별 심사보다 기관별 심사로 전환하여 꼭 필요한 치료를 보험 규정 때문에 하지 못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어떻게 시행될지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단히 중요한 변화라고 본다.
     
    이제 의료기관의 경영 문제로 초점을 맞추어 보자. 필자가 그동안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의사나 심평원이나 환자들의 의료비 총액을 고민하지는 않고 건강보험진료 액수만 고민해 왔다는 부분이다.
     
    먼저 건강보험공단이나 심평원은 보험진료만 수지를 맞추면 된다는 생각에 그동안 의료수가를 저수가로 책정하고 삭감을 일삼으면서도 무자격자의 불법 진료나 의사의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보험 진료가 적절하게 커버해 주지 못하여 풍선 효과로 터져나간 부분이 있는데도 보험 이외의 부분은 나몰라라 하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의료기관과 환자 양 측에 고통으로 다가왔다.
     
    의료기관은 또 어떠한가?

    비급여를 금지하면 환자에게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큰 병원이나 작은 의원이나 건강검진기관이나 가격과 빈도 면에서 심평원의 통제를 받지 않는 비급여를 통하여 수익을 보전해 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꼭 필요한 비급여 의료 행위도 있지만 불필요한데도 의료기관의 수익 보전을 위해서 과잉 진료를 한 부분도 엄연히 존재한다. 이 부분 이야기만으로도 칼럼 하나를 채울 수도 있지만 오늘은 각론을 언급하지는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의사와 의료기관의 존재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그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케어의 중요한 한 축은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어 주자는 것이지만, 또다른 중요한 한 축은 의료의 질관리이다. 전문가 단체의 동료 감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금처럼 보험진료는 저수가로 묶어두고 비급여를 계속 개발하고 통제를 받지 않는다면 그 두가지 모두 보장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정부 측에서는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하여도 의료기관의 수익엔 큰 변화가 없도록 아니 오히려 단기간엔 의료기관에 이득이 되도록 충분한 재원을 건강보험에 투입하여야 한다.

    환자 진료에 꼭 필요하여서 보험 규정을 약간 벗어난 진료를 한다고 하여도 함부로 삭감의 칼날을 휘두르지 않도록 심사 방식을 개편하여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의료 행위가 보험 진료로 편입되는 만큼 의료 수가 책정이 공정하게 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 구성과 방식을 개편하여야 한다. 의료계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것이 단기적으로는 손해인 듯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의료비 절감 효과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사 단체도 수가 인상과 비급여 허용 또는 수가 인상과 행위량 통제 금지와 같은 서로 상충되는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수용 가능하고 국민 건강과 국민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고 수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현재와 같은 자유로운 전문의 개원 허용, 무제한적인 행위별 수가제로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 병원에는 수술 등을 위한 초음파 검사나 MRI 검사 같은 꼭 필요한 비급여가 있지만 의권급에는 그러한 비급여는 아무래도 부족하기 때문에 의료 공급 구조의 개편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즉 일차의료는 주치의제도나 일정부분 인두제 개념을 도입하여 병원급과의 역할 분담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의사 마음대로 진료하고 환자에게 비용을 전담(비급여)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부로부터 전문가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협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한다고 고생했는데 의사는 왜 돈을 벌면 안되느냐 하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없고 정부로부터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