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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파업? 당장 이번주 당직에 치이고 환자가 줄어 매출 타격이 걱정"

    의료계 총파업에 부정적인 의견 다수…"필요성은 공감, 충분한 공감대와 동참 의지를 만들어야"

    기사입력시간 2018-11-20 06:13
    최종업데이트 2018-11-21 15:3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총파업이요? 당장 눈 앞에 몰려든 환자들을 진료하고 당직 스케줄을 짜느라 바빠서 몰랐어요. 의사 구속 사건은 어떻게 됐나요? 풀려났나요? 뉴스를 볼 여유도 없었네요." (서울의 A대학병원 교수)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의료계가 총파업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며 1~2주 안에 총파업의 시기와 방식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일선 의사들의 총파업 분위기는 어떨까. 교수와 개원의 등 서로 다른 직역의 의사들로부터 총파업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일선 교수들은 환자 진료에 정신 없거나 총파업에 부정적 

    20일 의료계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우선 교수들은 총파업을 생각해볼 여유를 갖기 어렵다고 했다. 일단 의사 3인 구속 사건 자체를 모르는 교수도 있어 보였다. 당장 병원 일에 치이느라 다른 병원이나 다른 환자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의 A대학병원 외과계열 교수는 “지난 11일 궐기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당시 당직이라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환자들이 밀려드는데 다른 병원의 소식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총파업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B대학병원 내과계열 교수는 “진료와 연구에 온갖 회의까지 시간을 쪼개도 여유가 잘 나지 않는다”라며 “이번에 의사 구속 사건도 이야기만 얼핏 들었고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와 관련 있는 모학회 관계자는 “아무래도 환자 생명과 관계된 진료과 입장에선 일선 환자들의 곁을 지켜야 한다. 총파업이라는 단어는 거부감을 줄 수 있어서 행동에 옮기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학회 관계자도 “환자 생명과 밀접하게 일하는 특성상 진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거부할 수 없다”라며 “대리수술 논란 등으로 의사들에 대한 국민 정서가 좋지 않다. 총파업을 했을 때 국민들의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개원의들, 강한 투쟁 필요성과 매출 압박 등 총파업 찬반 엇갈려

    일선 개원의들은 총파업을 통해 정부에 압박을 가하자는 의견이 있고, 반대로 하루 총파업을 하더라도 타격이 크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의 개원의는 “각종 의료제도가 의사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의료계는 희망이 하나도 없다”라며 “총파업을 통해 강력한 의료계의 힘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개원의도 “노조처럼 사회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의 강한 투쟁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의료계 일부의 궐기대회 참여에서 그친다면 정부나 국회가 아무도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개원의는 “하루만 공휴일이 껴있어도 한숨이 나온다”라며 “직원들의 월급은 늘어나고 각종 제반 비용이 올랐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했다.
     
    다른 개원의 역시 “만일 하루만 문을 닫으면 100만~200만원대의 매출 타격이 생긴다. 만약 우리 병원은 총파업에 참여하고 다른 병원은 문을 열면 환자를 뺏길수도 있다”라며 “가뜩이나 환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총파업 동참은 생각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총파업 필요성 공감, 회원들의 동참 의지 불러일으키면서 가야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시도의사회장 등과의 확대 연석회의를 통해 총파업은 집행부에 위임할 것을 결정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비상실무단 100명을 구성하고 1~2주 안에 총파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특히 교수와 봉직의들의 주 52시간 준법진료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별도의 수순을 밟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 백진현 회장은 “총파업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투쟁의 끈을 놓지 않아야 의료계의 힘을 끌어올릴 수 있고 정부와의 협상에서 영향력을 줄 수 있다. 투쟁은 기선제압의 효과이자 일종의 심리전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투쟁에 대한 회원들의 생각은 다양하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 다만 투쟁은 회원들의 50%, 70%이상이 참여하는 등의 전제조건으로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투쟁의 선봉에 나서거나 투쟁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성향의 회원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백 회장은 “의료계는 총파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총파업에 관심이 전혀 없는 회원들이라도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한 문제가 많다는 것을 잘 생각하고 힘을 하나로 모아줄 수 있길 바란다"라며 "의료계 상황이 절벽에 가까워져야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여유를 갖고 정부를 압박하면서 수가 협상 등을 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이철호 대의원회 의장은 “총파업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회의를 통해 의협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했지만 여러 대표자들과의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총파업은 어느날 갑자기 하루 아침에 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완벽에 가까운 전략을 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평소 회원들에게 총파업에 대한 군불을 충분히 때면서 동참 의지를 밝혀야 한다”라며 “총파업의 명분을 의료계에 충분히 알리고 공감대를 쌓아야 한다. 단계별로 절차를 밟아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