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보건의료인력을 공급을 위해서는 중소형 병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환자 안전과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적정 보건의료인력 공급 방안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의료기관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중소병원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의견은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이 25일 연 '의료서비스 요구 변화에 부응하는 보건의료인력 정책세미나'에서 나왔다.
이 세미나는 보건의료인력의 공급체계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현재 공급체계는 1950년대의 단기·급성 치료 패러다임에 머물러, 변화한 환자안전 의식에 따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기반이 됐다.
양적으로도 인구 천명당 의료인력수가 OECD 평균의 40%에 불과하는 등 부족현상이 심각하며, 특히 병원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병상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과잉 공급돼, 의사 수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면서 의사인력 부족을 심화시켰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이러한 병상 과잉, 의료인력 부족, 과도한 의료이용량은 질 높고, 안전한 의료제공을 막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중소병원 합병과 청산 촉진
이 교수는 병상의 과잉공급을 해소하기 위해 복지부가 병상 총량을 관리하는 등 병상 수급 조정기능을 확보하는 한편, 현행 30병상인 신규 병원 신설 기준을 300병상 이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 간의 합병 허용을 검토하고, 청산을 촉진할 수 있는 특례를 신설해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람 값'에 박한 보상체계도 개편해 인력등급제 등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동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자들의 과다한 의료이용량을 줄이기 위해 환자 당 적정 진료시간 확보를 보장하는 보상체계 개편도 제안했다.
이 교수는 "미국은 진찰시간에 따라 진찰료가 다르다. 환자 한 명을 한 시간 동안 자세히 보거나 10분씩 5명을 보거나 진찰료 차이가 없어 박리다매식 진료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의대 의전원 박형근 교수 역시 현재 의료기관들의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고용 창출 여지가 큰 대형병원 중심의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직종만이 고용 일으킨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새로운 직종 창출만이 고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 없는 보건의료직업이 71개에 이른다"면서 "기존에 없던 직종을 만들고 이 직종에서 고용을 창출해야 환자가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료인력을 무한정 늘리는 게 아니라, 의사의 경우 부수업무를 다른 직종에게 넘기면 새로운 인력 개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기존 직종 활용, 수가와 고용 직접 연결
이와 달리 서울대 간호대 김진현 교수는 "71개 직종 중 절반 이상은 이미 한국에도 있다"면서 새 직종을 만들 게 아니라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직종이 환자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정부가 최소인력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의료기관이 고용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이런 직종 고용할 때 인센티브를 준다. 사회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수가 체계와 고용과의 직접적인 연결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대형병원들은 흉부외과 전공의 모집으로 정부지원금 천억원을 받았지만, 실제로 이를 흉부외과 전공의 모집에 쓰지 않았다"면서 "적정한 수가를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절대 고용수준을 정해야 한다. 고용의 조건으로 수가를 연결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단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킬 것을 주문했고,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사 업무의 보조인력 활용이 바람직한 방향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문상준 사무관은 "의료인력이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부족한 걸 안다. 또 최근 다나의원 사건을 보면서 고민이 더 필요해졌다"면서 "현재 인력 인센티브가 적은 건 사실이지만 최근에 조금씩 검토 및 도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 사무관은 "또 의사 및 의료기사의 면허신고 제도를 통해 취업실태를 파악할 수 있어 정책 개선의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최근 전공의특별법 개정으로 병원의 인력부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어떤 식으로 의료인력을 활용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