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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손보험 청구 의료기관 대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하자는 것…환자·보험사 계약→환자·보험사·의료기관 3자 계약"

    "의료법 위반, 진료비 삭감에 보험 혜택 축소 우려…의료계 외에 시민단체가 반대할 사안"

    윤용선 전 의원협회 회장, "환자 편의를 빙자한 보험사의 이익 챙기기 의도"

    기사입력시간 2019-05-02 06:11
    최종업데이트 2019-05-02 13:04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현재의 보험사와 환자와의 계약이 아닌 보험사와 환자, 의료기관 등 3자간 계약 방식에서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결국 제2건강보험과 의료민영화 논란을 낳을 수 있고 의료계 외에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반대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인터뷰를 통해 의료계 외에 국민들까지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자세히 들어봤다.  
    ▲대한의원협회 윤용선 전 회장. 사진=메디게이트뉴스 자료 사진

    그는 “보험회사들은 2000년도 초반부터 환자 편의를 명분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는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보험회사의 이익이라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하려면 청구서식을 표준화하고 보험회사가 환자로부터 정보를 직접 받으면 된다. 하지만 현재 보험회사가 원하는대로 청구 간소화를 진행하면 진료비가 삭감될 수 있고 환자의 정보수집을 통한 보험 혜택 제한의 우려가 생긴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무엇보다 실손보험 청구 대행을 의료기관이 떠안으려면 실손보험이 환자와 보험사가 아닌 의료기관 간 3자 계약간 성립해야 한다. 이는 당연지정제 폐지와 제2건강보험 논란이 될 수 있다. 의료계는 당연지정제 폐지에서의 전제라면 실손보험 청구대행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관여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을 위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등이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보험회사는 요양기관의 서류 전송 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1월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심평원 대신에 전문 중계기관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환자 진료정보 제3의 기관으로 보내면 의료법 위반  

    -대한의원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위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에 나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보면 보험회사는 청구정보를 보험회사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제3의 중계기관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환자가 원하면 진료기록 사본을 줄 수 있다. 예외적으로 건강보험 청구나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산재법 등에 의해 다양한 상황에서 진료기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민간보험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실손보험 청구에 따른 진료정보 전송은 의료법 위반이다. 

    즉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든, 심평원이든, 어디로 보내든 진료정보 제공은 의료법 위반이다. 법 간의 충돌이 있어서 위헌적인 소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에서는 이미 청구 간소화를 시행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진행하면 되는 문제 아닌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논의할 때 자동차보험을 예로 드는 경우가 많다. 비록 초기에 의료계가 반대했지만 자동차보험 청구내역을 의료기관에서 심평원에 전송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했다. 

    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청구 과정 자체가 매우 번거롭고 여기에 대한 책임도 막중하다. 만일 자료를 전송한 다음 오류가 나면 해당 부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자료에 대한 책임은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이고, 문제가 되는 행위에 대해 의료기관이 심사를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한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보험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입해야 하는 의무보험이자 공적보험 성격이 강하다. 실손보험은 엄연히 개인의 의지로 보험사와 상품을 선택하는 선택보험의 영역이 강하다. 보험사와 환자 사이의 계약에 따라 가입하는데 의료기관이 관여할 이유가 없다. 

    환자-보험회사 간 계약인데 의료기관 관여 합당하지 않아 

    -만약 청구자료 전송을 번거롭지 않게 하거나 의료기관에 전송 비용을 지불한다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단순히 전송 과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안은 환자 편의를 빙자한 보험회사의 이익 챙기기라는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본다.   

    실손보험에는 크게 두 가지 형태가 있다. 보험사와 환자 사이에 계약하고 의료기관이 전혀 관여하지 않는 전통형이 있다. 의료기관 보험사 환자 등 3자가 다같이 계약하는 계약형이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형에 해당하며 의료기관이 보험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의료기관에 자료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따른다. 
    ▲건강보험 형태별 진료수가 및 심사평가. 자료=보험연구원

    -보험회사들의 숨겨진 이익 챙기기 의도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청구가 불편하면 가장 이익을 보는 쪽은 보험 회사다. 청구가 쉬워지면 보험금 지급이 많아질텐데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에 자료 전송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험회사들이 환자 편의와 관련해 그동안 어떤 행태를 해왔는지 보면 숨겨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보험회사가 정말 환자 편의를 위한다면 청구서식을 표준화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회사마다, 보험상품마다 청구서식이 전부 다르다. 환자의 편의을 위한다면 요구하는 서류도 많고 복잡하다. 
     
    둘째, 2016년 12월에 정부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진료비에 따른 청구서류를 최소화하고 환자가 청구서류를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보험회사로 전송하면 바로 보험금을 청구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비협조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말 환자의 편의를 위한다면 의료기관의 청구자료를 보험회사로 직접 전송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회사는 이를 보험회사로 받지 않고 심평원이나 제3의 중계기관으로 보내달라고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보험회사가 의료행위에 따라 나름대로 기준을 만들고 해당 기관의 심사를 거쳐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실손보험은 환자와 보험사와의 계약인데 의료기관에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은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에도 진료비 삭감의 우려가 있다. 환자는 최선의 진료가 아닌 최소한의 진료를 강요받는다.

    의료계는 진료비 삭감,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 못받을 우려 

    -의료기관은 청구 간소화를 위한 자료전송만 해주면 된다고 설득하고 있다. 우려가 앞서거나 조금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의료계 입장에서는 자칫 청구를 위한 자료전송만 해주는 것으로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료전송의 주체가 누구냐의 문제이지, 자료를 받는 주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만일 심평원이나 중계기관에 자료를 보낸다고 해도 그 주체가 환자면 상관없다. 하지만 자료를 보내는 주체가 환자가 아닌 의료기관이라면, 전송의 주체가 의료기관으로 굳어지고 향후 심평원 전송으로 바뀔 개연성이 크다.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가 보류됐다. 하지만 언제든 다시 논의할 여지가 있고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의료계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가. 

    의료계 외에 환자들도 피해를 입는다고 설득해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주체는 의료기관이 아니라 보험회사다. 보험회사들은 2016년 정부의 간소화방안만 잘 지켜도 환자의 편의는 많이 증대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청구 간소화와 자료전송의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의 의료행위가 통제되고 감시와 규제를 받는다. 최선의 의료가 아닌 비용경제적인 최소의 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 

    이 때 수집된 개인정보들을 일종의 빅데이터화되고 또 다른 형태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 보험회사가 특정 환자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거나, 고위험군 환자는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악영향이 따를 것이다. 환자들의 의료이용 행태가 분명히 드러나고 환자의 이익이 아닌 보험회사의 이익을 위한 보험상품 개발에 이용할 것이다.  

    현재의 전통형 방식에서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의료기관에 자료전송을 요구할 수 없다. 보험회사의 숨겨진 의도에 환자와 의사가 힘을 합쳐 반대해야 한다. 

    의료기관이 심평원이나 제3의 중계기관에 자료 전송을 하게 하려면 현재의 전통형을 계약형 실손보험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나 향후 제2의 건강보험 또는 의료민영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법안이 나올 때마다 제2의 건강보험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하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의미인가.  

    당연지정제 폐지의 의미다. 이에 따라 당시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민주당이 반대했다. 하지만 이번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발의됐고 금융소비자단체가 찬성했다. 과거와 달리 법안에 대한 정확한 내막과 취지가 이해되지 않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이전과 달리 단일 건강보험 제도를 포기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실손보험의 청구를 의료기관에 대행하게 하려면 실손보험을 계약형으로 바꾸면 된다. 환자와 보험회사 간 계약을 환자와 보험회사, 의료기관 간 계약으로 바꾸고 제2의 건강보험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논의를 거쳐 계약형 실손보험을 받아들이겠다면 3자간 심사기준, 지불제도 등을 계약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기관이 얼마든지 실손보험 청구 대행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