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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멥스젠, 동물실험 한계 보완하는 인간 장기칩 개발 넘어 신약개발회사로 거듭나겠다"

    [바이오 CEO 인터뷰] 김용태 대표 "생체내 물질 이용해 독성 없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연말 동물실험결과 나올 것"

    기사입력시간 2021-10-24 08:32
    최종업데이트 2021-10-24 08:32

    사진: 멥스젠 김용태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 돌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동물모델이 없는 희귀질환, 사람에는 있지만 동물에는 없는 단백질이나 수용체를 타깃하는 경우, 타깃하는 수용체가 사람보다 많이 또는 적게 발현되는 경우 등 사람과 종이 다르기 때문에 한계가 존재하지만, 아직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근 이러한 동물 실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3차원으로 작은 미세유체 구조를 만들어 그 안에 세포를 배양해 실제 사람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 장기의 특성을 모방한 생체모방 마이크로시스템(Organs-on-chip)은 신약후보 물질이 심각한 부작용 없이 임상 연구에서 얼마나 효과적일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멥스젠(Mepsgen)은 주요 장기 조직의 핵심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인간 장기 모델 칩(Human Organ Model Chip)을 개발하고 있다. 이 칩을 이용하면 질병에 대한 기전을 보다 효과적으로 연구하고 약물 효능을 효율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임상시험을 위한 대량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칩을 활용해 자체 신약을 개발하고자 목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는 멥스젠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이사(CEO)인 김용태 박사를 만나 멥스젠이 가진 기술의 차별성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김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 연구개발부서에서 역학과 제어, 로봇공학 분야 연구원으로 6년간 근무했다. 이후 미국 카네기멜론대학(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던 중 지도교수의 권유로 피츠버그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 바이오랩과 공동연구를 하며 발생생물학을 접하게 됐다. 박사 학위 연구는 생물학 및 발달 생물학에 대한 랩온어칩(lab-on-a-chip)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미세유체 제어 시스템을 중점으로 이뤄졌다.

    이후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로버트 랭거(Rober Langer) 교수의 연구실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채용되면서 생체모방 마이크로시스템(Organs-on-chip)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로 재직하며 장기 수준의 기능을 칩에서 재구성하는 생체모방 마이크로시스템과 치료 및 진단용 바이오·나노 물질의 대규모 생산을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 제어 시스템 개발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혁신자상(New Innovator Award)을 수상, 약 3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기도 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 멥스젠을 창업했다. 멥스젠은 설립 이후 엔젤투자를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티움바이오로부터 시리즈 A, 한국투자파트너스와 SBI인베스트먼트, 노터스, 티움바이오로부터 시리즈 A 브릿지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설립 2년만에 총 83억원 가량을 투자받았다.

     
    사진: 멥스젠의 인간 장기 모델 칩을 설명해주는 구조물.

    인간 장기칩, IND 제출 전 규제기관 설득시키는데 활용도 높아

    멥스젠은 약물전달시스템과 조직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랭거 교수가 공동 창업자로 참여하며 화제를 모았다. MIT에 있는 랭거 랩(Langer Lab)은 세계에서 가장 큰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 연구실로 꼽히며, 랭거 교수는 모더나(Moderna)를 비롯해 40개 이상 바이오텍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멥스젠이 추구하는 혁신은 랭거 랩이 추구하는 가치와 맞닿아있다. 랭거 랩에서는 논문 갯수가 아닌 단 하나라도 해당 논문이 가지는 영향력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어떻게 하면 그동안 이루지 못한 것을 한 발 앞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 지 좀 더 도전적이고 어려운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장려한다. 김 대표는 이미 다른 사람이 하고 있는 것,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조금 발전시키는 일이 아닌 챌린지를 극복하는 비즈니스를 하고싶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멥스젠이 개발하고 있는 인간 장기 모델 칩 분야는 학계에서 연구가 이뤄진지 10년이 조금 넘었고 전세계적으로 아직 연구자가 많지 않은 신생 분야에 속한다. 현재 앞서나가는 곳은 한국과 미국 보스턴, 유럽의 네덜란드, 스위스 정도다.

    장기칩은 3차원으로 작은 미세유체 구조를 만들어 그 안에 세포를 배양해 만든 조직 큐브로, 새로운 약물이 세포와 반응하거나 통과하는 것 등을 실험할 수 있다. 인비트로(in-vitro) 실험에서 세포가 신체 내에 있을 때와 다른 행동을 하는 반면, 조직체를 만들어 구조를 잘 모사하면 세포가 몸 안에 있는 것이라 인식해 반응한다.

    이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인 오가노이드(organoid)와 다르다. 오가노이드는 모델로써 더 생명체에 가깝지만 재현성(reproduceble)이 나타나게 하기는 어렵다. 약물 스크리닝에 사용하려면 통계적 분석을 해야하는데 변동이 커, 연구용으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비즈니스용으로는 활용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장기칩은 오가노이드에 비해 생명체와 덜 비슷하지만 만들고 나면 정해진 채널들이 있어 공간 안에 세포가 프로토콜에 맞게 조절, 똑같은 모양으로 반복돼 재생산이 된다. 이렇게해서 반복성이 보장된다면 다른 약을 실험하더라도 신뢰성이 높아진다"면서 "그동안 구조가 복잡해 대량생산이 어려웠지만 우리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장기칩이 약물 스크리닝 용도로 좀 더 비싼 인비트로 모델이라 생각됐으나 최근에는 동물실험 후 임상시험계획(IND) 자료를 제출하기 전 규제기관을 설득시키기 위해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면서 "동물실험을 마치고 임상에 들어가기 전 약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제약회사와 일하며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기칩 연구서비스 제공 및 자동시스템 적용 가능한 장비화가 멥스젠 차별성

    장기칩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기업으로 미국 에뮬레이트(Emulate)를 꼽을 수 있다. 미국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for Biologically Inspired Engineering)를 이끄는 도날드 인그버(Donald E. Ingber) 교수가 설립한 회사다.

    에뮬레이트는 AA 배터리 크기의 작은 하드웨어 조각으로 축소된 인간 장기(또는 인간 장기 시스템)을 재현한 장기칩을 개발하고 있다. 인그버 교수 연구팀은 2010년 사람의 폐 기능을 재현한 장기칩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9월 마감한 82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E를 포함해 2013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총 2억 2500만 달러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시리즈 E 투자금은 제약회사의 요구에 맞게 만들어진 특정 장기 모델 칩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미메타스(Mimetas)도 2013년 네덜란드 라이덴에서 설립,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네덜란드-벨기에 생명공학회사인 갈라파고스(Galapagos)를 런칭 고객으로 시작해 최근에는 로슈(Roche)와 인간 질병 모델 개발을 위한 협력을 체결했다. 2014년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560만 달러, 2018년 시리즈 B 라운드에서 2100만 달러를 유치했다.

    멥스젠은 이들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앞서간 기업들이 사업적인 측면에서 어떤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알고 첫 발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며 서로 다른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김 대표는 "장기칩은 신기술인 만큼 엄격한 프로토콜에 따라야 조직이 완성된다. 에뮬레이트가 처음 칩을 판매했을 때 고비용의 출장비가 너무 많이 들어 비즈니스로 정착되기 어려웠다"면서 "우리는 단순히 장기칩을 파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판매와 함께 연구서비스를 같이 제공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칩이 퍼지기 위해서는 천천히 기술이전을 하고 고객사의 연구원이 이를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에뮬레이트는 폐 장기칩을 만들면서 플라스틱칩이 아닌 늘어나는 물질을 이용했다. 문제는 이 경우 대량생산이 안된다는 점이다. 대량생산이 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일일이 만들어야 한다"면서 "여기서 착안해 우리는 엔드유저가 직접 사용하게 하는 것이 아닌 장비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현재 제약회사 자동화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사진: 멥스젠 실험실 전경.

    "신약개발 패러다임 바꿀 장기칩 이용해 직접 혁신신약 개발하겠다"

    멥스젠은 장기칩을 이용해 좀 더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고 나아가 신약개발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장기칩이 신약개발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플랫폼 기술인 인간 장기칩 기술은 어떤 세포를 넣느냐에 달라지는데, 현재 멥스젠이 논문으로 검증한 것은 뇌혈관장벽에 대한 것이다. 나노입자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도 이와 관련돼 있다.

    김 대표는 "특정 인지질 단백질을 활용해 그 입자가 어떤 구조를 가졌을 때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한다는 유의한 동물실험 중간결과를 확인했다. 올해 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올해 6월 바이오젠(Biogen)이 처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허가받았다. 그러나 승인 조건에 따라 약물의 임상적 혜택을 확인하기 위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RCT)을 추가로 수행해야 한다. 또한 항체로 접근했을 때 몸 안에 계속 남고 혈관을 자극하는 등 한계가 남아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것은 외부물질이 아니라 아밀로이드 베타를 청소하기 위해 인간이 원래 갖고 있는 물질을 입자화시킨 것이다"면서 "독성이 없고 그 안에 저분자물질이나 다른 종류의 약을 캐리어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높다"고 소개했다.

    현재 어떻게 투여할 것인지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뇌종양과 면역세포를 표적하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데이터가 쌓이면 신약개발회사로 밸류를 높여갈 계획이다. 2024년이면 기업공개(IPO)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진행중인 동물실험의 최종 결과가 나오면 해외 기업들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여기에 진전이 있다면 신약개발회사로 변모할 것이다. 이미 장기칩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오며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 진단키트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장기칩 기술을 가져가되 신약개발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 후발 파이프라인도 따라올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장기칩 플랫폼을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치를 보여주겠다. 멥스젠에 관심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용태 멥스젠 대표이사

    서울대 기계공학과 학·석사
    현대기아차 연구원
    삼성전자 연구원
    미국 카네기멜론대 기계공학 박사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 코흐통합암연구소(The Koch Institute for Integrative Cancer Research) 박사후연구원
    현 미국 에모리대(Emory University) 연구교수
    현 미국 조지아공과대 기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