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정당성을 위해 기자 회견을 연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
그런데 한의협의 김필건 회장이 '현대의료기기 사용' 직후 기존 의학과는 다른 진단을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김 회장은 기자 회견장에 미리 준비한 초음파골밀도기를 이용, 한 모델의 복숭아뼈 골밀도를 측정했다.
골밀도 측정을 직접 시연한 김 회장은 출력된 결과 'T-score -4.4'에 관해 "골밀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고 설명하며 "골수를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후 측정위치와 결과값에 따른 정확한 진단을 요구한 기자의 질문에 복숭아뼈를 측정했다며, 진단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았다.
'골감소증'인지 '골다공증'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기자가 재차 요구하자, 김 회장은 "현재 시연했던 분은 골감소증으로 봐야 한다"면서 "골다공증은 현재 기기로는 측정할 수 없고, 엑스선 같은 검사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진단한 '골감소증'은 기존 기준에 따르면 '오진'이다.
일반적으로 의학에서는 뼈의 치밀함을 검사한 후 T-score의 결괏값이 -1.0~-2.5이면 '골감소증'이라고 진단해 약물 치료를 권하진 않으며, -2.5가 넘어갈 경우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골다공증의 경우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
김 회장이 알고 있는 잘못된 진단 기준도 문제지만, 의사들은 더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시연장의 환자 모델처럼 '50세 이하 남성'의 경우, 예외적으로 T-score 대신 Z-score를 따져야 하며, 이 값이 -2.0 이하일 경우 2차 원인을 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의 Z-score는 -4.3)
기자회견 사실을 전해 들은 골다공증 전문가들은 '매우 드문 결괏값'에 관해 '다른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는 폭넓은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성 '골다공증'의 2차 원인
한 수련 병원의 내분비 내과 과장은 "29세면 젊은 남성인데, 그럴 경우 Z-score를 확인해야 한다"라며 "결과가 오류라면 사용방법이 잘못됐으며, 만약 오류가 아니라 해도 Z-score가 -2.0 이하라면 호르몬 질환이나 다발성 골수종 같은 혈액암의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만 한다"고 대답했다.
물론 이것은 '의사'들이 '의학'에서 주장하는 내용이다.
시연 중 보여준 위생 관념도 논란
한편 김 회장은 시연을 위해 멸균 장갑을 준비했는데, 착용 직후 컴퓨터 입력 작업을 한 후 환자 몸을 바로 만져 위생 관념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보통 멸균 장갑을 착용하는 이유는 사람 손에 존재할 수 있는 세균을 환자 몸에 전염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키보드는 주요 세균의 번식처로, 이미 여러 조사 결과 "키보드 세균이 화장실보다 더 심하다"라는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물론 피부에는 특별히 열린 상처가 없는 한 박테리아를 막는 일차 방어막이 작동하지만, '멸균 글러브'까지 끼면서 뭔가 '제대로' 보여주려 했던 김 회장 입장에서는 시연 자체가 머쓱하게 돼버렸다.
시연을 직접 준비하는 정성까지 보인 대한한의사협회.
하지만 김 회장이 '오진'에 '위생 관념'까지 보여주면서 그들의 기존 주장이 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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