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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파킨슨, 그는 누구인가?

    파킨슨병으로 알려진 그를 재조명하다

    [칼럼]한국아브노바연구소 배진건 소장

    기사입력시간 2017-06-09 12:16
    최종업데이트 2017-06-09 12:16

    하루 하루에 이름이 붙여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5월 5일 어린이날, 6월 6일 현충일 말고도 4월 11일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의 날'이다. 제임스 파킨슨의 생일을 기념하여 만든 날이다.
     

    그림: 신경세포에서의 도파민 분비(출처: 네이버 건강백과)


    파킨슨병은 신경과에서 다루는 이상운동질환의 하나이자 3대 노인성 질환으로, 60세 이상의 인구 약 1% 정도인 6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인 중에서는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교황 요한바오로 2세, 영화배우 마이클 J. 폭스 등이 파킨슨병 환자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도 약 9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뇌의 흑질에 분포해 도파민을 분비하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로 인해 나타나는 운동이상 증상으로 임상 진단을 한다. 다른 부위의 뇌세포도 영향을 받아 수면장애, 우울증, 치매가 나타나기도 한다.

    요즘은 특히 운동증상 전에 나타나는 파킨슨의 전구 증상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 냄새를 못 맡거나, 변비가 심하거나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것이 추후 파킨슨 진단을 받을 확률과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고 한다.

    올해는 1817년 영국의 의사인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 1755-1824)이 처음으로 파킨슨병에 대해 체계적으로 기술한 'An Essay on the Shaking Palsy'가 발표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그의 이름이 붙은 파킨슨병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만 제임스 파킨슨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제임스 파킨슨은 누구인가?
     

    사진: 제임스 파킨슨(James Parkinson) (출처: pn.bmj.com)

    최근에 파킨슨을 재조명하는 책 'The Enlightened Mr. Parkinson: The Pioneering Life of a Forgotten English Surgeon'이 발간됐다.

    파킨슨의 가문은 최소한 4대에 걸쳐 영국에서 의사의 직무로 대를 이었다. 제임스 파킨슨도 아버지에게 약제상(apothecary)을 물려 받아 아버지의 조수로 일을 시작했고, 그도 아들 존(John)에게 약제상을 물려줬다. 저소득 중간 계층이 많이 살던 런던 동쪽의 혹스톤(Hoxton)에서 태어나 일생을 거의 그곳에서 살았다.

    그곳은 산업혁명의 홍수 속에서 공장 건설과 함께 하수와 공기 오염이 심각했기에 그는 환경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또 공장으로 인해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결핵(TB) 환자들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런 시대적인 상황 앞에서 그는 점점 사회적인 관점과 정치적인 현안에 눈을 뜨게 됐다.

    그가 살던 시대는 또한 전쟁의 시대였다. 7년 전쟁과 미국 독립전쟁, 나폴레옹 전쟁이 이어졌다. 전쟁 때문에 정부는 세금을 올렸고, 영국인의 시민 의식은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의 영향으로 고취됐다. 파킨슨 역시 점점 더 진보적인 성향을 띠게 됐다.

    그 당시에는 영국 인구의 단 2%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었다. 파킨슨은 1792년 런던통신협회(London Corresponding Society)에 참여해 모든 사람에게 참정권을 줘야 하고 의회도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빈곤층에 대한 교육과 정치 및 종교 토론의 자유를 강조했다. 그는 올드 휴버트(Old Hubert)라는 가명으로 당시의 소셜미디어인 정기 간행물을 출간하고 팜플릿을 열심히 만들기도 했다.

    파킨슨은 1799년에 'Medical Admonitions'라는 책을 쓰면서 18세기 후반의 사회정의 문제인 아동 노역, 정신병자 보호시설, 백신 접종 등의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였다. 그는 에드워드 제너와 함께 런던에서 아이들에게 종두를 처음으로 접종했다. 1811년에는 'Mad-houses: Observations on the Act for Regulating Mad-house'라는 책에 어떻게 정신병자들을 인간답게 다룰 것인가에 대하여 기술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로 '정신병자 보호법(1845 Lunacy Act)'이 발효되기도 했다.

    그는 의학 외에도 지질학에 관심이 많아 화석을 수집하기도 하고 지질학회(The Geological Society) 창립 멤버가 되기도 했다. 파킨슨의 이러한 광범위한 사회적 관심과 활약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그가 쓴 운동이상에 대한 관찰을 기술한 작은 에세이 하나로만 그의 이름을 기억한다.

    게다가 그 에세이가 발표된지 50년이 지나 프랑스 신경의사가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라고 명명한 후에야 사람들이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알기 시작했다. 

    최근에 새로 나온 파킨슨의 전기를 통해 그를 재조명하고 재평가하기를 바란다. 파킨슨의 생애를 다시 읽어보며 '과학자나 의사가 어떤 사회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물어보고 행동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