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회식자리에서 좋아하는 소주와 맥주를 섞는 황금비율은 무엇일까? 가장 인기 있는 비율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프-하프(맥주 반 잔과 소주 반 잔)'가 있다. 이것은 제조의 관점에서 본 비율이다.
회식자리에선 더 정량적으로 종종 소주 3 대 맥주 7 비율을 쉽게 만들수 있도록 쏘맥잔이 등장하기도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s: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는 우리 몸 안의 시클로옥시게나아제(COX: Cyclooxygenase)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소염 기능을 갖는다.
이 효소는 불포화 지방산인 아라키돈산(AA: Arachidonic acid)에 작용해 여러 종류의 프로스타글란딘(PG: Prostaglandin)과 트롬복산 A2(TxA2: Thromboxane A2)를 만들며 두 이성체인 COX-1와 COX-2로 존재한다. 위장관의 COX-1은 AA로부터 PG를 만들고, 혈소판(platelet)의 COX-1은 TxA2를 만든다.
PG는 위장관에서 산 분비를 억제하고, TxA2는 혈소판 응집을 촉진한다. COX-2는 COX-1보다 좀 더 염증세포에 집중돼 있어서 COX-2 저해제는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NSAIDs)와 유사한 소염 및 진통작용이 있으면서 COX-1의 위장관 출혈이나 항응혈작용 등의 부작용을 낮춘다.
따라서, 제약사들은 경쟁적으로 COX-2에 선택적인 저해제를 개발했고, 머크(Merck)의 바이옥스(Vioxx)는 1999년에, 당시 설(Searl, 파마시아와 합병 후 지금은 화이자)의 쎄레브렉스(Celebrex)는 2001년에 각각 류마티스 관절염과 골관절염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COX-2 선택적 억제제라도 비슷한 단백질 구조를 가진 COX-1의 기능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선택 비율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부작용 관점에서 COX-2/COX-1의 비율이 매우 중요하다. COX-2 억제제도 위장관 출혈 말고 다른 NSAID의 부작용들은 줄이지 못하는데, 신부전이나 심근경색, 혈전증 등의 발생 가능성은 높인다.
즉, 혈소판을 응집하도록 하는 TxA2가 COX-1을 통해서 만들어지는데, COX-2 선택 저해제는 COX-1을 거의 억제하지 않으므로 혈전 생성을 막을 수 없어 심장병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COX-2를 타겟으로 개발한 대표적인 약물로는 세레브렉스, 알콕시아, 아셀렉스, 바이옥스, 벡스트라, 다이나스타트, 프렉시즈 등이 있다. 이중 바이옥스, 벡스트라, 다이나스타트, 프렉시즈가 심혈관 위험 또는 독성 증가로 시장에서 2005년 경에 퇴출됐다.
각 제약회사마다 경쟁적으로 COX-2에 선택적인 저해제를 개발하면서 COX-2 저해 효과가 특히 좋았던 것들은 결국 다 퇴출됐다. 이 약물들의 효과검증연구에 사용된 용량은 골관절염 환자 치료를 위한 일반 용량이 아니라 암 예방을 위해 쓰이는 적어도 4배나 높은 고용량이었고, 모두 심혈관계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과를 보고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것은 퇴출된 약물들이 COX-1에 비해 COX-2에 대한 선택성이 30배 이상으로 좋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한 세레브렉스는 COX-2/COX-1의 비율이 7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다. 비슷한 시기에 먼저 출시된 바이옥스와 달리 세레브렉스가 아직도 건재한 이유는 바로 이 황금비율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황금비율을 중요하게 고려해봐야 할 또 다른 예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인 SGLT(Sodium glucose cotransporter) 저해제일 것이다.
제2형 당뇨병의 병태 생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여러 기전의 경구 약제와 인슐린 등의 주사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당뇨병 치료 약제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데, 이 기대에 부응하는 타겟이 SGLT 저해제다. 이 운반체(transporter)도 COX-1, COX-2와 비슷하게 SGLT-1과 SGLT-2 두 가지 형태로 우리 몸에 존재한다.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는 SGLT에 의해 이뤄지는데, 대부분은 SGLT-2에 의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SGLT-2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소변으로 포도당 배출을 증가시켜 혈당을 조절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최근 SGLT-2에 선택적이며 약리적 우수성과 안전성을 보이는 여러 약제들이 개발됐다.
대표적인 SGLT-2 억제제로는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 카나글리플로진(canagliflozin),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 등이 있다.
이 제제의 큰 장점은 인슐린과 비의존적으로 혈당을 감소시키고 베타 세포의 기능 장애와 인슐린 저항성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DPP-4 억제제와는 달리 체중이 감소되고 최대혈압(systolic blood pressure)까지도 내린다는 점이다. [인슐린 분비는 증가시키고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하는 한편 베타세포 보호 효과를 나타내는 인크레틴 호르몬인 GLP-1 (glucagon like peptide-1)을 분해하는 효소가 DPP-4 (dipeptidyl peptidase-4)이다.]
반면, 대부분 이 계열 약물의 안전성 측면의 부작용은 저혈당과 요로 생식기 감염 등이다.
이들 SGLT-2 억제제의 SGLT-2에 대한 선택성은 SGLT-1에 비해 약 2000배 정도 좋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SGLT-2 선택적 저해제들의 신장에서의 하루평균 포도당(glucose) 배출량은 약 160 그램이다. 그러나 임상결과는 약 절반 정도밖에 못 미친다는 걸 보여줬다.
이는 우리 몸의 항상성 때문인데, SGLT-2의 기능이 저해되면 SGLT-1이 보상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SGLT-1과 SGLT-2를 동시에 저해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대부분의 빅파마들과 달리 렉시콘(Lexicon)이라는 바이오텍은 SGLT-1 선택적 저해제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나 말이 SGLT-1 선택적 저해제이지 실제 SGLT-2/SGLT-1의 비율은 ~150 정도다. 신장에서 SGLT-2의 역할이 90%이기 때문이다.
렉시콘(Lexicon)은 지난 6월의 미국당뇨학회에서 고무적인 제1형 당뇨병의 3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소위 SGLT-1 선택적 저해제도 당 조절이 가능한 것을 보여줬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렉시콘(Lexicon)의 제2형 당뇨병의 3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DPP-4 개발 때와는 달리 우리 나라의 SGLT-2 개발과제는 거의 없었다. G사가 개발하고 있었으나 지난 주 칼럼에서 소개한 N-TRK 물질과 함께 우선순위 결정에서 밀려 개발을 중단했다.
그 후, 한독에서 그 과제를 계속하고 싶어 SGLT-2/SGLT-1의 비율이 약 300인 소위 이중 억제제(Dual Inhibitor)와 ~2000인 SGLT-2 선택적 저해제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 무엇보다 렉시콘에서 3상을 진행 중인 소타글리플로진(Sotagliflozin)보다 프로파일이 더 좋은 것이 눈에 띄었다.
COX-2/COX-1의 경우처럼 이 물질이 황금비율을 가진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한독에서는 개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런 황금비율을 가진 좋은 물질이 억울하게 몇 년을 잃었지만, 국내에서 개발이 속히 진전되면 좋겠다.
성서에 따르면 일과 쉼에도 최소한 6:1이라는 황금비율이 있다. 일주일에 하루는 쉬도록 우리 몸이 만들어졌기에 조물주는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령한다. '월화수목금금금'은 누구처럼 추락하거나 우리 몸을 망치는 비결이다.
그렇다고 '일일일일일일일'은 쉼이 아니라 죽음이나 마친 가지다. 신약개발은 결국 위험요소(Risk)와 유용함(Benefit), 독성과 효과 사이의 황금비율 물질을 찾아내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