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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진을 구속하면 의료사고가 줄어들까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구속수사는 과도…의료사고 은폐하거나 조작한다면 중대 범죄로 다뤄야

    기사입력시간 2018-04-23 11:00
    최종업데이트 2018-04-23 11:00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자신이나 가족이 관련되지 않으면 남의 일처럼 느끼다가 막상 피해자가 되면 그 때서야 보이는 것이 있다. 학교 폭력, 직장 내 성폭력, 군대 내 사고, 의료 사고 등이 이런 경우다. 피해자는 거대한 벽을 느끼고 주위에 자신의 편이 없는 것 같고 '진실이 은폐되지나 않을까' 하고 초조해진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학교폭력은 왜 근절되지 않고 재발하는지 살펴보자.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교사와 학교장은 학교 폭력이 빈번히 발생하는 것을 교육청에 보고할 때 자신의 고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 폭력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징계하기보다는 문제를 축소하고 덮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은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2차 피해를 받기 일쑤다.
     
    군대 내 폭력과 총기사고가 은폐되는 이유도 비슷하다.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가 신고해도 부대장이나 상급자가 이런 문제가 다발하는 경우 자신의 진급에 악영향을 미칠까 두려워하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경우가 많다.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해 궁극적으로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가 생각하는 방안은 두 가지다. 우선 학교 폭력이나 군대 내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를 책임자의 고과 기준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장이나 부대장은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욕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학교 폭력이나 군대 내 사고가 신고됐을 때 그것을 정당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지 않는 교장이나 부대장을 매우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정당하게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책임자는 그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자체만으로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경우 무거운 처벌을 내리도록 법규를 정비한다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학교 폭력과 군내 내 폭력이 줄어들 것이다.
     
    이 이야기가 의료사고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사망했다. 경찰은 3개월에 걸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의사와 간호사 등 7명의 의료진을 기소했으며 이 가운데 3명은 구속됐다.

    이번 사건에서 의료진 구속은 당연한 것이었을까? 의료진 구속으로 나아지는 것은 무엇일까? 의료진 구속으로 앞으로 의료 사고는 줄어들까?
     
    이번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에 대해 의사들과 일반인의 생각의 간극이 큰 것을 본다. 중환자를 제대로 진료하려면 환자 한명 당 간호사는 한명, 의사도 환자를 서너명 이상 돌보지 못한다. 선진국은 그렇게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그것보다 네다섯배가 넘는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물론 의료수가도 그 이상 차이가 난다.
     
    하나하나 복기해 보면 의료진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진료하는 의료진들은 이번처럼 치명적인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모두가 시한폭탄처럼 비슷한 상황을 겪지 않은 경우가 없다.
     
    의료진의 열정과 중노동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의료의 불확실성에는 반드시 존재한다. 인력 기준을 아무리 높인다 하더라도 의료사고는 발생한다. 의료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언정 '제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의미에서 '구속 수사까지는 과한 것 아니냐, 저런 일이 나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수 있겠구나' 하고 중환자를 보는 대다수 의사와 간호사들은 걱정하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해 다른 과실사고와 똑같이 피해 정도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에게 형사처벌이나 인신 구속을 하게 되면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징벌적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의가 아닌 한 구속이 타당하냐 하는 문제 제기는 많다.) 하지만 의료 산업 전반으로 볼 때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보라매 병원 사건으로 (1997년, 보호자의 요구에 따라 중환자를 퇴원시킨 의사가 살인죄로 기소된 사건) 그 이후 말기 환자조차 퇴원이 금지됐던 경험을 보면 앞으로 중환자 진료나 응급환자 진료 같은 위험한 업무에 종사할 의료진을 구하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 이미 중환자실 근무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한 외국과 같이 의료비용이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학교 폭력이나 군내 내 사고에 대한 대책처럼 의료 사고에 대한 필자의 제안은 이렇다. 첫째, 의료의 특수성에 비춰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 결과가 중(重)하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을 형사 처벌하거나 구속하는 것은 전체 의료와 환자들을 위해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물론 고의 사고나 의료사고를 은폐하거나 조작하는 것은 중대 범죄로 다뤄야 한다.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한다.

    셋째,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사고는 상호간의 합의나 과실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 경우에도 의료진과 병원은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협조해야 하고, 증거를 조작한다면 형사처벌해야 한다.

    넷째, 병원이나 국가는 의료사고의 원인을 분석해(이 경우에도 분석 결과 자체를 가지고 처벌에 사용한다면 정확한 분석이 방해받을 소지가 있다. 마치 학교 폭력이나 군내 폭력이 은폐되는 것처럼 말이다.) 개선책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학교 폭력이나 군내 내 사고는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폭력의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의료사고에서 의료인을 형사처벌하는 등 엄중히 처벌하는 것은 의료사고를 줄이는 것 보다 오히려 의료 환경을 황폐화시키거나 의료비용을 상승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기가 쉽다. 의료사고를 일반적인 범죄나 과실치사와 동일하게 대하면 안 된다. 의료인에게 특권을 부여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익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