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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립테크] 밤에 악몽꾸고 소리지르는 아이·밤새 게임하는 청소년 수면 치료 필요할까

    대한수면학회 '연령대 맞춤형 수면건강' 주제로 컨퍼런스 열어

    기사입력시간 2023-08-08 05:43
    최종업데이트 2023-08-08 05:43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대한수면학회가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대한민국 꿀잠프로젝트, 제4회 국제수면건강박람회 슬립테크 2023(SleepTech 2023)'에서 '연령대 맞춤형 수면건강'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김태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꿀잠 원리'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수면과 치매 위험성' ▲최하연 중앙보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김상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수면건강과 만성질환의 위험성' ▲변성환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소아청소년층의 수면 문제 해결'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잠 안자는 아이들을 위한 부모 솔루션' 강연이 이뤄졌다.
     
    김태 GIST(광주과학기술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광주과학기술원 김태 교수는 "각성회로와 수면회로는 똑딱이 스위치와 비슷한 상호작용을 한다. 각성회로가 올라가면 잠에서 깨고 수면회로가 올라가면 잠이 들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택적으로 각성회로만 억제하고 수면회로를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잠을 자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면서 "아직 가능하지는 않지만 빛을 사용해 뇌를 조절하는 최첨단 기술인 광유전학을 이용하면 뇌 부위의 특정한 세포만 조절할 수 있다. 현재 동물 실험 단계에서 가능해졌다. 화학유전학 방법으로도 특정 세포만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아직 사람에게는 사용되지 않고 연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태 교수는 "뇌를 살펴보면 깨어있을 때는 아데노신이 점점 늘고 잠을 자면 다시 줄어드는 경향성을 보인다. 아데노신은 각성회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아데노신을 인공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면 우리가 잠을 잘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아데노신은 ATP라는 우리 온 몸에서 쓰는 물질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작동하기 어렵고, 아직까지는 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보는 수면 관련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고 말했다.
     
    김태 교수는 "비약물적인 방법으로 아데노신을 증가시켜 수면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됐고, 동물실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생쥐에게 빛을 쪼여 아데노신이 증가하는 현상을 유발한 결과 잠이 늘어나는 것이 확인됐다. 이제 사람에게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단계다"면서 "앞으로 이런 방법이 나온다면 약물 치료와 더불어 아데노신을 증가시켜 수면을 개선하도록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기형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기억을 잘 하려면 기억이 뇌 안으로 잘 들어가야 하고, 들어간 기억이 잘 저장돼야 하며, 저장된 기억이 내가 필요할 때 잘 떨어져 나와야 한다. 이것을 기억의 등록과 저장, 인출이라고 한다"면서 "수면 상태에서 해마와 뇌 조직 사이에 서로 주고받으며 낮에 기억했던 것을 리허설해 기억을 시킨다. 따라서 잠을 못자면 기억력이 나빠진다. 적절한 잠을 계속 자는 것과 달리 잠을 한꺼번에 몰아자도 원래의 기억력을 회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기형 교수는 "아밀로이드는 우리 뇌에 정상적으로 다 있으나 쌓이게 되면 염증을 일으키며 뇌세포를 공격한다. 뇌세포를 공격하면 세포를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타우가 망가지고 덩어리가 생겨 쌓이게 된다. 이런 것들이 쌓이면 알츠하이머가 생긴다"면서 "아밀로이드는 낮 동안 활동을 하고 쌓이다 밤에 자는 동안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청소기관은 특히 깊은 잠을 잘 때 잘 활성화된다"고 설명했다. 단 깊은 잠만 많이 잔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며, 적절한 비율로 깊은 잠과 얕은 잠, 꿈꾸는 잠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발생 20년 전부터 쌓이는데, 이를 없애려면 젊어서부터 뇌건강을 신경써야 하고 그 중 하나가 수면이다"면서 "일본의 한 역학연구에서 잠을 적게 자는 사람에서 치매가 많이 나타나고 사망률도 높았는데, 잠을 너무 많이 자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적절한 수면이 좋다"고 강조했다.
     
    최하연 중앙보훈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앙보훈병원 최하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만성 불면의 경우 불면에 대한 잘못된 조건화요인과 증가된 각성으로 불면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적응적인 수면 습관으로 대표적인 것이 침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과 불규칙한 수면 일정, 낮잠이 있다. 매일매일 일정한 시간에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 낮에도 밤에도 누워있는 것이다. 만성 불면증 환자는 이같은 부적응적인 인지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하연 전문의는 "불면증 유병률은 여성이 더 높지만 남성도 60대에서 70대로 넘어가면 드라마틱하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중장년층에서 불면증이 나타났을 때 불면증만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불면증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불면증에 영향을 미치는 알코올, 약물, 근무조건, 스트레스, 정신질환, 내과적 질환 등 다른 공존 질환에 대해서도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 관리에 대해 최하연 전문의는 "변화시킬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시킬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수면이다. 자려고 욕심을 부리는 것 자체가 각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4~5시간 자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러 강의 등에서 7시간 수면이 많이 강조되면서 환자들은 불안해한다"면서 "어느 누구도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각성은 환자마다 다양한데, 본인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호흡기내과 김상하 교수는 "자는 동안 호흡은 혈액에 돌아가는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에 의존하도록 돼 있어 호흡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다. 수면호흡장애에는 막혀서 숨을 못 쉬는 폐쇄성 수면 무호흡,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쌓이는 저환기, 원활하게 들이쉬지 못해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혈증, 숨을 쉬려는 노력 자체가 없는 중추성 수면 무호흡으로 나뉜다"면서 "호흡이 불안정해지는 것이 이 질환의 맹점이며, 자는 동안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고 말했다.
     
    김상하 교수는 "진료실에서 보면 본인이 불편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머리만 대도 잠을 자는 것은 너무 피곤하기 때문이고, 잠을 깊게 못 자기 때문에 자도 자도 낮에 졸리다. 그러나 본인은 잠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옛날에는 코를 많이 골았는데 요즘 조용하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는 좋아진 것이 아니라 아예 숨을 안 쉬고 있는 것으로 더 심해진 것이라 보는 것이 맞다"면서 "환자 스스로 잘 인지하지 못해 의사를 찾지 못하고 졸린 것이 중요한 증상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김상하 교수는 "심뇌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수면호흡장애가 동반되며, 빨리 찾아 치료하는 것이 질환이 더 나빠지고 재발을 줄일 수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은 전혀 다른 세계고 배후에서 많은 만성질환을 야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수면무호흡은 어디에나 있고 다른 병으로 입원한 환자 중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중장년층에서 상당히 많고 만성질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변성환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성환 교수는 "소아 수면의 특징은 양이 많다는 것이다. 잠의 질도 좋고 잠에 잘 든다. 수면 자체를 유지할 수 있는 압력이 높아 소아에서 불면증은 없다고 봐야 한다. 갑자기 자던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횡설수설하다 다음날 아침 기억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형적인 야겅증이다. 아이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흔한 이유는 렘 수면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면서 "야경증은 나이 들면 없어지므로 수면 위생을 좋게 해주면 된다. 악몽과 같은 렘수면 장애를 줄이려면 무서운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된다. 렘수면장애가 있을 때 다치지만 않게 해주면 대부분 문제가 없고 나이가 들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여 거의 95%는 약물 치료가 필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변성환 교수는 "청소년기로 넘어오면 밤새 게임하고 점심까지 자는 문제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에는 보통 정상적인 시간에 잠에 못들지만 한 번 잠들면 깨지 않는다. 이것은 불면증과 구분해야 한다. 불면증은 중간에 자꾸 깨기 때문이다"면서 "이러한 주기성 리듬으로 생활에 지장을 많이 받느냐에 따라 치료를 결정해야 한다. 학교를 잘 간다면 보상성으로 잠을 자기도 하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기성 리듬이 청소년기에 흔한 이유는 신체 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신체 시계는 24시간 30분 정도로 약간 길다. 따라서 늦게 자는 것이 쉽고 늦게 자는 것에 대해 압력적으로 피곤하다고 느끼기 쉽지 않다. 멜라토닌 분비 시점 역시 청소년기로 갈수록 늦춰진다. 이러한 생리적인 현상으로 잠을 못자는 것이다"면서 "소아청소년기 수면 문제는 잠이 안오는 것보다 잠을 효율적으로 자는 것의 문제가 더 크며, 아이들의 치료는 약물보다 행동  치료쪽으로 많이 포커싱돼 있다"고 덧붙였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는 잠을 잘 자기 위한 첫 번째 솔루션으로 잠만 자는 침대 만들기를 꼽았다. 그는 "침대에 들어가면 특별히 졸립지 않아도 잠을 예상할 수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다, 또한 졸림과 피곤함의 차이를 구분해 졸릴 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아야 한다. 졸림은 고개가 무겁고 눈꺼풀이 무거워져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을 잘 수 있을 상태를 말하고, 피곤함은 몸에 에너지는 없지만 침대에 누우면 생각을 많이 하느라 잠을 못 자는 상태다. 피곤할 때는 침대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수면을 충분히 예열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에는 목표가 크게 없는 이완 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들지 않으면 3분 뒤에 침대에서 나와야 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졸림을 느끼면 침대로 가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수연 교수는 "두 번째 솔루션은 아이와 부모 성향에 맞는 수면 교육이다. 아이의 수면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것이 중요하며 수면 교육을 할 때는 부모의 불안과 아이의 불안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방법으로 표준 소거법, 점진적 소거법, 캠핑아웃이 있다"면서 "세 번째 솔루션은 언제 재워야 할까에 대한 것이다. 아이의 피로는 어른의 피로와 다르며,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위험구간이 있다. 아이마다 졸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활동을 더 높일 수 있다. 잘 때가 안됐다고 착각해 안재우는 경우가 있는데 잘 시간이 다가왔다는 수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