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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협회, 무차별적 경고장 날리는 폰트업체에 적극 대응 방침 표명

    폰트업체의 법률대리인, 다수 의원에 "라이선스 비용 내라" 무차별적 경고장 날려

    기사입력시간 2020-12-10 21:17
    최종업데이트 2020-12-10 21:46

    의원을 개원 중인 A원장은 최근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등기우편을 받았다. 해당 법무법인은 모 폰트업체의 법무대리인이라고 밝히면서 A원장이 개원중인 의원 홈페이지에 폰트업체에서 만든 폰트가 사용됐으므로 저작권자인 '폰트업체에 경제적 손해를 준 사실이 명백'하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다른 B원장은 법무법인으로부터 의원 간판에 쓰인 글자의 폰트가 자신들이 대리하고 있는 폰트업체에서 만든 것과 같다는 이유로 경고장을 받았다. 해당 경고장에는 A원장에 대한 경고장에서와 마찬가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라이선스를 등록하라(즉 라이선스 비용을 내라)고 밝혀왔다.

     대한의원협회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통해 A원장과 B원장의 사례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원장이나 B원장도 자신의 컴퓨터에 해당 폰트 프로그램을 설치하지도, 사용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폰트 프로그램을 사용했다면 홈페이지 제작업체나 간판 제작업체가 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의원협회에 따르면 법원의 판례는 글자체(폰트) 자체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글자체를 화면에 출력하거나 인쇄출력하기 위해 컴퓨터에서 사용되는 '폰트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보호한다.

    쉽게 말해 폰트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해서 이용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작권 위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누군가 폰트업체의 독특한 글꼴을 손으로 똑같이 그렸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외주 제작의 경우 위탁 및 도급계약에 따라 수급인이 독립적인 지위에서 자신의 재량에 의해 저작물을 창작하므로 창작한 저작물에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급인(외주제작자)에게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작을 의뢰한 도급인(의뢰자)은 폰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물인 이미지(도안)등 만을 이용했기 때문에 폰트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원장으로 근무하다가 사립대학 교수가 된 C교수는 "해당 폰트업체는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유치원, 어린이집이나 사립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에 대해 이러한 경고장을 다수 보냈다. 이중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 같이 소규모의 기관은 법률문제에 익숙하지 않고 법률비용이 부담이 되어 100만~300만원 내외의 금액으로 합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원협회 송한승 회장은 "최근 우리 협회 회원들 다수가 폰트업체로부터 경고장을 받고 있다. 회원 민원을 접한 후에 조사해본 결과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는 이미 같은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폰트업체들이 교육기관들을 훑고 지나간 후에 이제는 의료기관들을 타겟으로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도 유치원, 어린이집에 못지않게 영세한 것이 현실이므로 법무법인으로부터 경고장 등을 내용증명으로 받고 민사소송, 형사고소 등이 언급될 경우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아마도 다수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경고장 등의 내용이 합당한지 여부를 따지거나 다투기보다는 일정 금액으로 합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 회장은 이어 "이번에 문제가 된 회원인 A원장과 B원장의 사례와 같이 법무법인의 요구가 명백히 부당한 경우에도 법적인 다툼을 위한 변호사 선임 비용이 합의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합의를 거부하고 법무법인과 정면대결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이처럼 개별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의원협회가 대표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