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전경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이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숭고한 기부정신과 취지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전의총 정성일 사무총장은 전공의들에게 배포되는 11월 브릿지 웹진 '마음의 소리' 기고문에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전공의 시급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의 역사는 단지 세브란스병원만의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동안 조선의 의학을 지켜낸 보루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그는 역사의 길이와 설립 배경이 전혀 다른 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언론에 이름을 같이 오르내리며 서로 경쟁을 하는 분야가 생겼다고 꼬집었다.
병원 측이 전공의 추가근로수당이나 기타 지급액을 줄이기 위해 본봉을 깎겠다고 하면서 두 병원의 전공의 시급이 대한민국의 최저 임금액에 가까울 정도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예전처럼 힘든 전공의 시절만 참고 나오면 모든 것이 보상되는 상황이 전혀 아니므로 세브란스와 아산병원의 전공의 시급은 전공의들에게 일방적으로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의 세브란스병원이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숭고한 기부정신과 취지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성일 사무총장은 "간단하게 말해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세브란스 설립 취지는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라면서 "루이스 세브란스 씨가 매일 잠을 못자며 환자를 돌보면서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정한 상태의 젊은 전공의들의 시급을 깎아가면서 병원을 유지할 생각으로 그 거액을 태평양 건너의 타국으로 기부하지 않았을 것임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이 설립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이유는 현재의 세브란스 재단의 잘못으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난 부피 성장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된 의료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수정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그대로 뭉개고 있는 보건의료 '관피아'들과 대한민국 정부와 정치인들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특히 그는 "자신들이 키워 낸 의학도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전제로 유지될 수 있는 병원이 되었다면 이제 세브란스 병원의 설립 의미는 다시 재고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 세브란스재단 뿐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의료계 기성 구성원 개개인에게 널리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서 "하루하루 환자를 보면서 아침을 시작해, 환자를 보다가 저녁을 마치고 마는 당신의 일상만이 스승의 길이 맞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