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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노동자들의 만성적인 업무 과다, '기승전 인력 증원' 외치지만…

    병원노동자 토론회, "고용부는 근로감독, 복지부는 보험 정책으로 인력 증원 유도를"

    기사입력시간 2018-10-25 21:22
    최종업데이트 2018-10-25 21:22

    사진: 병원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 '병원내 연장근무, 대안은 없는가?'. 토론회에 참석한 매일노동뉴스 김미영 기자, 전국의료산업노조 순천향대부천병원노조 민송희 위원장,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 건국대병원통합노동조합 유주동 위원장, 고용노동부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 보건복지부 변성미 의료자원서기관.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병원 노동자들의 장시간 근로 문제는 노동자들이나 병원, 정부가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그동안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병원 노동자 측과 정부 부처는 '기승전 인력 증원'이 문제 해결의 답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병원 노동자 측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보건복지부 보험 정책으로 인력 증원을 유도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보건업을 주 52시간 근무에 포함시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신규 간호사 이직률을 완화하고 간호사들이 현장에 머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24일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국회의원회관에서 '병원내 연장근무, 대안은 없는가?' 병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발표 및 토론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논의됐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기동민 의원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설훈, 한정애, 전현희 의원 등과 공동으로 주최했다. 

    병원 노동자 절반 이상은 만성화된 업무 과다로 이직·퇴사 고려

    병원 노동자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 시간 내에 마칠 수 없는 과도한 노동량이 연장 근로, 식사시간 미비, 단기 퇴사, 높은 이직률 등 많은 문제를 양산했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은 지난 3월 한 달에 걸쳐 14개 병원, 조합원 1377명을 대상으로 병원별 규모와 인적구성 비율을 고려해 병원내 노동 전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직종을 살피면, 간호사가 전체의 71.35%(983명)에 달했다. 이는 일반적인 병원사업장의 인적 구성비 70%내외와 비슷한 수치였다.

    응답자는 노동시간 관련 질문에서 68.8%가 연장근무가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답했다. 간호사들 응답만 추리면 전체 983명 중 775명(78.8%)이 일상적으로 연장근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로는 일상적인 업무하중이 722명으로 52.4%였다. 다음으로 인수인계 등 업무준비가 13.4%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이 1주간 연장근무하는 시간은 2시간 내외가 33.1%로 가장 많았고 4시간 내외라고 밝힌 이들도 23.2%나 됐다.

    연장근로가 일상이지만 연장근로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경우에 시간외 근로수당을 정확히 신청해 지급받고 있는지 묻자 응답자의 68.2%가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간외 근로수당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로 응답의 절반 정도인 52.4%가 평가, 승진 등 병원 내 인사고과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근무시간 중 식사시간이 보장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5.7%는 20분 미만이라고 밝혔다. 식사시간이 아예 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21%였다. 응답자 56.7%가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특히 간호사 직종은 응답자 936명 중 237명이 식사시간이 없다고 답했고, 414명이 20분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휴가 역시 제대로 쓰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휴가일수 18.02일 중 병원노동자들의 실제 휴가일수는 11.8일로 병원노동자들은 주어진 휴가의 65.48%만 사용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인력부족 등으로 동료에게 피해를 줄까봐 휴가를 쓰지 못한다는 경우가 56.7%를 차지했다.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도 못하는데 원하지 않는 휴가를 사용해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응답자의 46.3%가 원하지 않는 휴가를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노조는 휴가사용의 문제점에 대해 사무직은 복귀 후 업무 하중을 우려한 표가 다수인 반면, 간호간병 담당 노동자들은 자신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반드시 출근해야만 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소한의 인력 운영이 휴가를 가거나 임신을 할 때 순번제 같은 악습을 만든다고 봤다.
     
    특히 병원노동자들 중 간호사 직종은 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대한간호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기간 5년 이내에 조기퇴직한 간호사는 10명 중 4명에 달했고, 29세 이하 퇴직 간호사는 10명 중 5명이었다. 

    이직과 관련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8.2%는 이직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업무가 너무 많아서(힘들어서)'라는 응답이 30.4%로 가장 높았고 뒤이어 '피로감 등 건강상태'라는 응답이 27.1%였다. 응답자의 57.5%가 업무과중과 그로 인한 피로로 이직을 고려한다고 밝힌 것이다.

    관행적인 장시간 근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가 우선으로 해야할 일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7.4%가 인력 증원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연장근로에 대한 정확한 보상을 요구해야한다는 의견도 21%를 차지했다. 

    열악한 근무환경 해결책은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력 증원

    병원 노동자와 정부 등은 병원 노동자의 인력 증원을 업무 과부하의 공통 해결책으로 꼽았다. 세부적으로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과 보건복지부 보험 정책으로 인력 증원을 유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태움 문화를 해소할 신입간호사 교육 제도화, 병원 노동자에 대한 인식 개선 등에 대한 대책 등도 나왔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김혜림 정책국장은 "오랫동안 병원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가 지적돼 왔지만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역시나 해결방법은 기승전 인력증원이다"며 "병원 노동자들의 공짜노동은 기록자체가 없어 주장할 근거가 없다. 고용노동부에서 꾸준히 근로감독과 현장지도를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도입 이후 현장 병원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변화를 느꼈다. 통합서비스 시행으로 간호 인력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70% 넘는 노동자가 통합서비스 병동에 계속 근무할 의향을 비쳤다"라고 했다.

    김 국장은 "하지만 정부는 당초 2022년까지 통합서비스병동을 전국 10만 병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간호사 인력 부족 등 이유로 2개 병동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의료질 향상을 위해서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병원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대부분 인력 부족과 직접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법적인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근로감독을 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이 근로기준법 지키도록 하는 문제는 보건복지부가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직접 규제가 아니더라고 보건복지부는 간접적으로 건강보험제도 내 여러가지 수단을 활용하고 집행해야 한다. 그래서 병원이 인력을 충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의료산업노조 순천향대부천병원노조 민송희 위원장은 "3년차 경력 간호사가 퇴사하거나 이직했는데 병원서 새로 들이는 간호사는 신규 간호사다. 신규 간호사는 별도의 수련 과정이 없어 임상 현장에 무작정 투입된다. 신규 간호사가 제 역할을 하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동안 다른 간호사들이 업무를 분담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런 스트레스가 단기 퇴사와 태움이라는 나쁜 문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민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신입 간호사를 위한 교육 전담 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고용노동부 최태호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집행 측면과 제도 측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본다"며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근로감독을 실시해 지난 6월에 마칠 정도로 상당한 시간을 쏟았다"라고 했다.

    최 과장은 "병원내 태움문화 근절을 위해 대책을 마련했고 입법적인 부분도 지난 9월에 환노위를 통과했다"며 "보건업 같은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법과 관련에 특례업종에 들어갔지만 실태 작업 통해 향후 제외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 변성미 서기관은 "장시간 근로 문제 해결법은 역시 인력 확보다. 복지부도 이 부분을 굉장히 공감하고 있다. 정부가 간호대 인력정원 확대만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정부는 기존 간호사들이 왜 현장을 떠났는지 고민하고 현장에 머물 수 있도록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서기관은 "정부는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을 완화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간호사직을 전문 의료인으로 여길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신규 간호사 교육을 위한 제도적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 서기관은 "복지부는 지난 4월에 수가지급 방식을 병상대비 간호사수 가산지급방식에서 환자대비 간호사수 가산지급방식으로 바꿨다"며 "정기적인 종합 실태조사와 거버넌스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