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20년 코로나19 공포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개미)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났다. 한편 '무한 확장성이 가능'하고 '플랫폼 1개가 글로벌 제약사 파이프라인과 맞먹어'하면서 제약 플랫폼(platform) 시대라고 뉴스는 떠든다. 과연 그럴까? 혹 이런 기사는 동학개미들이 아파트를 소유할 가능성에서 더 멀게하는 기획연재는 아닐까?
과연 제약바이오 플랫폼은 무엇인가? 플랫폼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기차역'이 생각난다. 'plat + form'은 사람들이 기차를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만든 편평한 장소다. 여러사람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플랫폼이다.
그런 플랫폼을 기존 의약품에 적용해 다수의 후보 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기술을 의미한다. 제약바이오 플랫폼 기술의 장점은 다양한 질환 분야로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플랫폼이라도 끊임없는 기술적 진화가 거듭돼 누가 플랫폼을 소유했는지 전문가나 특허 소유주마저 구별하는데 헷갈린다.
그러기에 일반인들, 특히 기획연재 맡은 기자나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플랫폼을 가진 제약바이오는 기술의 파급효과를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수익모델을 확보했다고 오해하는 것이 당연하다. 과연 그럴까? 플랫폼의 대표격인 항체 약물 복합체(Antibody Drug Conjugate, ADC)기술을 케이스 스터디로 시작부터 현재의 상황을 살펴보며 '제약바이오 플랫폼의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항체(antibody)는 항원에 대한 강한 결합 친화력(Binding affinity)과 높은 결합 특이성(Binding specificity)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특정 타겟의 생물학적 반응을 매우 강하고도 선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항체의 약효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타겟에 정확히 도달하는 항체의 장점에다 세포독성(cytotoxicity) 약물 폭탄을 실어 목표인 암세포만 제거하는 대포가 뿜어내는 미사일 폭탄으로 항암제를 만들 수 없을까?
이런 항암표적 화학요법(targeted chemotherapy) 개념을 플랫폼으로 현실화해 ADC가 만들어졌다. ADC는 두 주요 성분인 항체와 약물을 연결하는 링커(linker)까지 합치면 세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그러나 문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오래 사용하는 기차역의 플랫폼과는 달리 지난 30년 넘게 ADC 개발의 트렌드는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ADC로는 2000년 화이자(당시는 와이어스)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마일로타그(Mylotarg)가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마일로타그의 경우 치료범위(therapeutic window)가 넓게 나오지 않기에 2010년에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며 미국 시장에서 철수됐다. 직후 2011년 8월 시애틀제네틱스 호지킨 림프종 치료제인 애드세트리스(Adcetris)가, 이듬해인 2012년 2월 제넨텍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인 캐싸일라(Kadcyla)가 허가를 받았다.
이런 초기의 ADC는 항체의 표면에 노출된 라이신(Lysine)의 아민(amine)기에 2~8개의 약물이 무작위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런 결합 방법은 비 특이적이기 때문에 균일하지 않은 ADC를 생산하게 된다. '제조품질관리(CMC)'가 쉽지 않은 장벽으로 존재하기에 위치 특이적 결합방법(Site-specific Conjugation)을 통한 일정한 DAR(Drug Antibody Ratio, 약물 항체 비율)의 유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생각됐다. DAR를 일정하게 붙이는 위치 특이적 ADC가 플랫폼의 핵심으로 생각됐다. DAR가 2개 혹은 4개로 정해졌기에 치료범위의 확대가 가능할 혈중 안정성과 암세포에서의 효과적인 약물 유리가 가능하다. 또한 바이오 의약품의 핵심인 CMC가 일관성을 높이게 됐다.
이런 위치 특이적 결합방법의 대표적인 플랫폼이 미국 앰브릭스(Ambrx)의 인공 아미노산을 이용한 기술과 한국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의 'ConjuALL'이다. 레고켐의 ConjuALL은 위치 특이적 결합방법으로 미리 고안한 2개 혹은 4개의 약물을 보유하며 혈중안정성을 개선한 링커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ADC 기술로 이미 평가받았다. 작년 3월 미국 제약사 밀레니엄으로 선급금 및 단기 마일스톤 725만달러와 개발 및 허가에 따른 마일스톤을 포함해 총 4억 400만 달러에 기술 이전의 성공 요인이라고 판단된다. 중국의 푸싱제약이 2015년 계약한 앰브릭스의 기술을 먼저 사용하다가 곧이어 레고켐의 기술로 바꾼 예를 보면 레고켐 ADC 효능이 그 유명한 피터 슐츠가 만든 앰브릭스보다 더 좋은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플랫폼의 변화는 계속된다. 최근에는 Payload(toxin) 부분이 주목받고 있다. 이 변화는 2019년 새롭게 FDA로부터 허가 받은 다이이찌산쿄(DS)의 '엔허투'와 이뮤노메딕스의 '트로델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엔허투와 트로델비는 각각 'deruxtecan'과 'SN-38'이라는 Topoisomerase 저해제를 toxin으로 사용했다. 이들의 특징은 기존의 ADC들이 효능을 높이기 위해 세포독성 효력이 높은 toxin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독성이 낮은 toxin을 사용하고 DAR를 7~8개 정도로 높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엔허투는 캐싸일라와 동일한 HER-2 항체를 사용했으나 캐싸일라와 달리 용량제한독성(DLT)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죽은 세포를 통해 세포 밖으로 유출된 약물이 세포막 투과성을 지니면 주변 세포에도 들어가 소위 바이스탠더 효과(by-stander cell-killing) 현상도 일어났다. 기존의 MMAE, DM1 가 아닌 새로운 폭탄이 ADC 플랫폼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됐다. 플랫폼의 진화다. ADC는 독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편견에서 마침내 벗어난 것이다.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또다시 DS의 DS-1062 'TROP2 ADC'에 최대 60억 달러를 과감하게 베팅했다. TROP2 ADC는 비소세포암 대상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이번 딜(Deal)은 지난해 3월 DS가 개발하는 엔허투를 69억 달러에 사들인 후 다시 계약한 빅딜이다.
TROP2 ADC 경쟁 상대가 바로 SN-38을 톡신으로 사용한 트로델비다. 항암제의 최대 강자 AZ는 아마도 TROP2 ADC에서 DS-1062가 아직 1상을 진행 중이지만 '베스트인클래스(best-in-class)'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아무리 같은 Topoisomerase 저해제라도 deruxtecan이 SN-38보다 더 좋은 폭탄이라 예측할 수 있다. 그런 예측의 근거는 트로델비가 약물 제조 이슈로 신약시판이 1년반 가까이 미루어 진 전력 때문이다.
기획연재의 주장대로 '무한 확장성이 가능'한 제약 플랫폼(flatform) 시대라면 'ADC 플랫폼'을 개발한 처음의 회사들, 시애틀 제네틱스, 이뮤노젠, 제넨텍 같은 회사들이 지금도 ADC 시장의 승자가 돼야 한다. ADC 분야를 선도하고 있었던 제넨텍의 경우 폭탄으로 MMAE를 결합시킨 ADC 물질 8개가 임상 1상과 2상에 올라가 있었으나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CD79b를 타겟팅하는 ADC를 제외한 나머지 임상 프로그램들을 중단시켰다.
최근 ADC는 면역 관문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의 가능성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금은 치료범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암종 별로, 항원 별로, 가장 최적화된 항체, 링커, 독성 폭탄의 조합을 찾는 일이 ADC 업계의 최대의 관건이다. ADC 플랫폼이 성공 요소가 아니라 플랫폼에 무엇이 붙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동학개미들이 성공하는 길은 'ADC 플랫폼'을 비교 분석할 때 어느 바이오제약사의 제품이 안전하고 가장 높은 가능성이 있는 가를 찾아내고 알아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플랫폼 1개가 글로벌 제약사 파이프라인과 맞먹어'라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관군에게 잡힌 전봉준 대장의 길을 좆아가게 될 것이다. 위 사진과 같은 'Summary of ESMO 2017'의 DS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미래 가능성을 예측한 동학개미가 있다면 그는 2020년 대장의 위치에 올랐을 것이다. 현재 ADC의 대장은 D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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