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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방 난임이 효과적이라는 엉터리 연구보고서, 표준화 이뤄지지 않았고 한약에 무슨 성분 들었는지도 몰라

    "여성 안전 위협, 국가 R&D에 한방 난임 포함시키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거세게 저항할 것"

    [칼럼]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

    기사입력시간 2019-11-15 06:39
    최종업데이트 2019-11-15 10:0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동국대 산학협력단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아 4년간 실시한 ‘한약(온경탕과 배란 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 치료 효과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14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참여자 90명 중 13명이 임신했고, 이 중 7명이 12주 이상 임신을 유지, 출산했다. 임상적 임신율은 14.44%, 착상률 14.44%, 임신유지율 7.78%, 생아출산율 7.78%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자료를 확인해보니 전체적인 연구 내용은 기본적인 대조군조차 없고 연구 대상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00명 중에 10명이 중도 탈락해 고작 90명으로 임상적인 의의를 부여하기는 어렵고 중도탈락자를 통계에서 제외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연구자 주장대로 더 많은 난임 여성을 모집해 대규모 임상연구를 추진할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 정도로 보여질 뿐이다. 

    무엇보다 한약 처방을 특정 환자의 치료(난임치료)에 이용하도록 국가가 허락할 수는 없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연구를 근거로 내년도 R&D 예산이 확정되면 산부인과와의 공동 연구나 공신력을 가진 연구기관의 참여를 위해 연구사업 공모에 포함시키고 추가 연구를 통해 앞으로 한방 난임 정책에도 펼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복지부 정책에 반영하려면 우선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다음 만큼 이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

    한의사들은 대안적·보조적 치료로써 한방 난임치료를 주장한다. 하지만 보조적 치료라고 해서 엉터리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할 수 없다. 낮은 임신 성공률을 마치 의학적인 난임 치료율과 유사하다는 모순투성인 증례보고서 하나로 국가 R&D 예산에 반영한다면 명백한 혈세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표준화 이뤄지지 않았고 한약 부작용 위험성 간과 

    이번 연구 결과를 하나하나 뜯어보자. 이번 연구에는 한방 난임 치료에 다양한 한약 처방, 침, 뜸 등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어떤 치료법이 활용됐는지 표준화가 이뤄져지 않았다.

    한약 처방 과정에서 시료의 재조 과정과 약리학적인 유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표준화 과정에 대한 자료조차 없다. 약재라는 것이 그 산지가 다르고 계절과 공기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 효능이 인체에 고스란히 적용이 될지 알 수 없다. 약제마다 대표적 효능이 각자의 몸에서 원하는 목적으로 그대로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동의보감이 작성될 때 기록상 약재와 오늘의 그 약재가 결코 같지 않다. 다시 말해 한약재는 생산지와 재배 시기에 따라 약효가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단순히 어떤 약재에 대한 대표적 효능이라면 어디까지나 대표적 효능이지, 실제로 약재가 저마다 인체에서 어떤 반응으로 적용될지 모른다. 여러 약재들이 섞이면 또 다른 효과가 나오거나, 어떤 새로운 물질로 변할 수 있는 데도 여기에 대한 자료조차 없다. 

    난임으로 분류된 환자 중에서 1년 이내 치료 없이도 이후에 자연 임신이 되는 경우가 10%인 점을 감안하면 한약으로 임신이 됐다는 통계로 볼 수 없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참여자 90명 중 13명이 임신했고, 이 중 7명이 12주 이상 임신을 유지, 출산했다며 7개월간의 임신율이 14.4%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적은 수의 연구로 대조군 없이 단순히 인공 수정1회당 임신율 10~15%와 비교한 것 자체도 문제다. 

    실제로 부작용이 없을지도 의문이다. 국내외 논문 분석을 통해 임신 중 많이 사용하는 한약의 상당수(백출·감초·인삼· 안태음 등)가 조산·선천성 기형·인지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유산한 6명을 보면 부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46%이상 유산된 결과는 의미 있는 수치로 봐야 하며, 반드시 한약 부작용에 의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임신 중 한약복용이 문제가 되는 사례는 이미 수많은 임상중례 보고에서 선천성 기형 태아 및 출생아의 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더구나 의학적인 난임 치료를 제한하는 이번 연구는 하루라도 빨리 난임 치료를 해야 하는 여성들의 의과 치료를 제한한다. 실질적으로 임신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임상시험에 불과하다. 의학적인 난임치료가 지연되고 사실상 임신 기회까지 놓치는 환자들의 고통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약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 안전성 검증되지 않아  

    가장 큰 문제는 임산부가 자신이 복용하는 한약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자세히 모른다는 사실이다. 한방 난임 치료에 안전성이 확보되려면 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약물 독성학의 세계적 석학인 기드온 코렌(Gideon Koren) 박사에 따르면, 태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한약 복용 사례로 블랙 코호시(black cohosh)라는 약초를 꼽았다. 이 약초는 자궁수축을 일으킬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자궁이 지나치게 수축되면서 태아가 사망한 사례도 있다.

    특정 한약재가 한 가지 식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보면 다른 식물도 섞여 있을 수 있다. 한 임산부가 시베리아 인삼 제품을 복용했다고 한 사례의 경우, 태아 생식기에 음모가 자란 채로 태어났다. 그동안 인삼이 유사한 영향을 준다는 보고는 전혀 없었다. 연구 결과, 시베리아 인삼이 아닌 향가피(Periploca sepium)라는 식물에 의한 것이었다. 이는 중국 북부에서 자라는 약초로 테스토스테론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그만큼 한약에는 무엇이 함유돼있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다. 인간에게 투여하거나 복용하는 것은 모두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나서도 한약으로 생식 호르몬 변화를 통해 배란 유도가 가능한지 의학적인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

    더구나 이번 연구는 난임 환자 중 다낭성 난소증후군, 갑상선 질환, 고프로락틴혈증 등 배란 장애에 의한 난임을 제외했다. 나머지 난임 원인은 여성의 해부학적 원인과 질병이거나, 무정자증, 희소 정자증 등 남성 요인에 의한 의학적인 요인이다. 이는 적극적인 의학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데, 오히려 한약을 투여해서 의학적인 치료 기회만 늦춘 셈이다. 

    바른의료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이 20∼30%에 달한다는 한의계의 주장과 실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특히 사업대상자 중 단 한 명도 임신하지 못한 임신성공률이 0%인 지자체가 무려 6곳이나 됐다. 최초 대상자 기준 임신성공률이 10% 이하인 경우도 전체 64개 사업연도 중 24건(37.5%)에 달했다. 일부 지자체는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사업참가자 나이를 38세 이하로 제한하거나 의학적 보조 생식술 시술 경험이 없거나 3회 미만 시술 받은 사람을 우선 선정하기도 했다.

    정부는 R&D 예산이 확정되면 산부인과와의 공동연구나 공신력을 가진 연구기관과의 참여를 위해 연구사업 공모에 포함시켜 추가 연구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한방 난임 치료에 대한 검증없이 연구를 지원한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난임 시술 전면 중단을 포함한 강경한 저항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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