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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의료진 만족도 높이는 '입원전담 전문의'…입원환자 안전 관심 있고 워라밸 추구하는 의사들에게 매력적

    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진료전담교수, 본사업 진입·정체성 확립·번아웃 방지·교육 기회 확대 등 과제

    기사입력시간 2019-08-20 06:48
    최종업데이트 2019-08-20 06:55

    ▲김준환 진료전담교수(왼쪽)과 이영민 인턴기자(오른쪽 아래), 오승탁 인턴기자(오른쪽 위) 

    [메디게이트뉴스 이영민 인턴기자 한림의대 본4 오승탁 인턴기자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본4] 지난 5월, 서울아산병원 동관 134병동은 ‘통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MHU: Medical Hospitalist Unit)’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통합내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는 입원전담 전문의인 진료전담교수로부터 긴밀하게 관리를 받는다. 진료전담교수 5명이 교대해 365일, 24시간 내내 통합내과 병동을 지킨다. 이에 따라 환자 만족도 뿐만 아니라 동료 의료진의 만족도까지 높이고 있다. 

    한국형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입원전담전문의 김준환 서울아산병원 진료전담교수(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입원전담 전문의라는 제도가 생소할 무렵인 2015년부터 입원전담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했다.

    입원전담 전문의는 2016년 9월부터 보건복지부의 정식 시범사업으로 시작됐고 본사업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 참여기관 전공의 추가 배정 안내’ 공지를 통해 입원전담전문의가 2명 이상인 전문과목에 2020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정원 1명을 더 준다고 밝혔다. 그 사이에 약 30개 병원이 입원전담 전문의 채용을 시작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김준환 진료전담교수 

    통합내과 병동, 전적으로 입원전담 전문의가 환자 담당하는 구조 

    -입원전담전문의가 2016년에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이후 3년 정도 지났다. 아직 잘 안 알려진 분야인 입원전담전문의를 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내과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나서 고민을 많이 했다. 원래부터 입원전담 전문의에 관심이 있었는데 혼자서 시작하기는 어려웠다. 특히 입원 환자 관리가 어려워지는 현실 속에서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와 비슷한 입원전담 전문의가 경제성을 이유로라도 도입되길 원하고 있었다. 

    마침 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입원전담 전문의에 대한 제안이 왔고, 당시 전공의 동기들 중에서도 뜻이 맞는 사람들이 있어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입원전담 전문의의 하는 일이 다른 일반 진료과 전문의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업무 자체는 일반 전문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몇 가지 다른 점을 꼽자면 우선 외래진료를 담당하지 않는다. 또한 응급실,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 진료도 하지 않는다. 외래는 각 분과 교수들에게 맡기고 입원전담 전문의는 오직 입원 환자들만 관리한다.

    다른 분야와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순환근무를 하는 데 있다. 병원에 없는 시간이 비교적 보장돼 있다. 대신 정해진 시간에 밤근무를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원환자 관리를 하면서 이들에 대한 환자안전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 

    -아직 많은 의대생들은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의대생들이 준비해야 하는 규정화된 교육과정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병원별로 입원전담 전문의에 지원하면 해당 병원에 맞는 교육과정이 따로 있긴 하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진료의 확장성에 대한 교육이나 각자의 역할들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

    -기존의 일반 병동은 환자를 직접 보는 레지던트 한 명, 이를 감독하는 교수 한 명이 있는 구조였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레지던트의 병동 업무를 담당한다고 보면 되는 것인가. 
     

    전공의가 맡던 병동 업무를 입원전담 전문의가 맡는 게 분과 병동모형이다. 분과병동 모형을 통해 기존 시스템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수-전공의로 이어지던 탑-다운 의사결정 방식이 여전히 남아있어 의료적 의사결정을 두고 갈등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입원전담 전문의의 업무 영역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 마치 ‘전공의 5년 차’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통합병동 모형을 따른 통합내과 입원전담 전문의 병동이다. 물론 분과병동 모형에도 입원전담 전문의의 부담이 적고 전공의 정원 감축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나름의 장점이 있다. 따라서 어떤 모형을 선택할지는 병원마다 고민이 필요하다.

    -‘통합내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MHU: Medical Hospitalist Unit)’의 개설과 함께 이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전에 종양내과 병동에 있을 때와 업무가 어떻게 달라졌는가.

    기존에 근무했던 종양내과 병동은 입원전담전 문의와 종양내과 교수가 함께 환자를 맡는 이중교수진 구조로, 환자에 대한 책임을 두 전문의가 나눠 부담했다. 

    통합내과 병동에 입원하는 환자는 전적으로 입원전담 전문의가 책임진다. 내 이름 앞으로 입원한 환자는 협진을 통해 환자를 돌보더라도 결국 내가 최종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더 고민하게 된다. 요즘엔 오류를 더욱 줄이기 위해 의료진 간의 크로스체크 도구를 구상하고 있다. 

    -통합내과 병동이 신설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분과병동 모형의 입원전담 전문의도 유지되고 있다. 두 모형의 장단점을 어떻게 비교해야 하나. 

    입원전담 전문의가 처음 도입될 시점에는 제도가 궁극적으로 통합병동 모형을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통합병동 모델과 분과병동 모델은 각각의 역할이 있고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에 두 모델이 공존하는 게 낫다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입원전담 전문의 사이에서도 선호하는 근무의 형태가 다르기도 하다. 

    환자에게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입원전담 전문의의 매력 

    -병동 환자를 돌보는 과정은 전공의 수련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입원전담 전문의가 해당 업무를 맡으면서 전공의가 배울 기회가 줄어들 우려는 없는가.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가 전공의 수련의 기회를 대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환자군 중에서 교육적인 가치가 있는 환자는 전공의에게 배정하고, 보다 전문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환자는 입원전담 전문의가 맡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업무량은 줄어들면서 전공의 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인터뷰 등에서 통합병동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통합병동이 어떻게 전공의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

    통합내과 병동은 세부 전문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러 분과의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다. 이 병동에 있으면 갖가지 분야의 환자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전공의 파견이 이뤄진다면 교육 효과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환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종합적으로 교육할 수 있다. 현실 환자는 세부 분야를 가려서 아프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에 의한 교육 효과도 연구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티칭 호스피탈리스트(teaching hospitalist)’가 있어 전공의와 입원전담전문의가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 한 팀을 이루어 환자를 보기도 한다. 티칭 호스피탈리스트는 논(non) 티칭 호스피탈리스트에 비해 근무시간이 적은 대신,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티칭과 논티칭 호스피탈리스트의 구별이 없지만 입원전담전문의가 장기적인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 참고가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서울아산병원은 통합내과 병동이 신설됐고 연세의료원에는 입원의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이 있었다. 입원전담 전문의가 세부전문의 제도로 연계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미국은 입원의학 분야가 전문영역으로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여기까지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입원의학이 전문성을 획득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본다. 대한내과학회 산하에서 입원의학연구회가 지난 4월 창립됐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와도 활발히 협력하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가 환자 만족도, 동료 의료진 만족도를 제고하고 재원기간을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들이 이미 발표된 상태다. 아직 단일기관 연구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다기관 연구로 확장해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의 효용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아직 시범사업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됐지만 역할 정립에는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중증 환자들을 돌보는 고된 업무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여전히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데서 위안을 얻는다. 정책 영역에서도 논의의 장에 포섭되어 토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들고 내과, 외과가 3년제로 전환되면서 입원환자를 담당하는 인력이 줄어들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입원전담 전문의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미국의 호스피탈리스트 제도는 자리 잡는 과정에서 근무 여건 개선이 지속해서 이뤄졌다. 한국의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도 장차 후배들이 매력을 느끼고 지원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통합내과 입원전담 전문의 병동 

    입원환자들의 환자 안전 관리, 그리고 워라밸 추구가 가능한 장점 

    -일선 현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일단 초창기보다 인지도가 많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입원전담 전문의가 아직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입원전담전문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명을 하지 않으면 잘 모를 때가 많다. 

    병원에서도 정작 입원전담 전문의를 뽑았는데 어떤 업무를 맡아야 하는지 잘 모를 때도 있고, 어디까지 일을 담당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진료과들과 진료를 하면서 충돌이 일어나진 않는가. 

    환자 진료에 있어서는 충돌이 생길수도 있다. 그렇지만 환자가 득이 되는 행동을 위한 충돌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로 간에 알지 못했던 부분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곤 한다. 

    -입원전담전문의는 한 환자에 대해 24시간 관리하는 체제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무량이 타 진료과 전문의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로 많은가. 

    입원전담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업무량이 과다하다는 평이 있다. 외래 환자보다 입원 환자의 중증도와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입원전담 전문의는 특히 의료진의 번아웃이 빠른 편이다. 비록 쉬는 기간도 있긴 하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동안 강도 높게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입원전담 전문의의 번아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1인당 병동 환자수를 제한한다는 해결책이나 한 팀의 인원을 늘리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병원에 따라 환자가 입원할 때 주치의를 누구로 할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맡아야 하는가, 아니면 원래 외래 주치의가 맡아야 하는가. 주치의는 누가 정하는가. 

    외래를 담당하는 교수들이나 응급실 내과 팀에서 환자를 진료한 다음에 판단한다. 다만 입원전담 전문의가 담당하는 환자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은 입원전담 전문의가 정해 각 분과에 알리는 편이다. 

    -간혹 환자가 몰리는 경우 자칫 입원전담 전문의 병동 정원보다 환자가 넘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응급실과 병동 비율은 병원마다 때에 따라 조율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추가적으로 상황에 따라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기도 한다.

    -입원전담전문의를 염두에 둔 의대생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린다.

    최근 두 명의 미국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왜 이 길을 걷느냐고 물어본 일이 있다. 인턴 수련과 내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주 봐왔던 관계로 입원전담 전문의를 하게 됐다고 대답했다. 

    입원전담 전문의는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여러 의료 인력의 환경 변화 때문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이 때문에 입원환자 관리에 대한 관심이 있고 이를 통한 환자안전 분야가 자신과 잘 맞는다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직업군이다. 

    특히 일과 개인적인 시간의 분배가 명확히 이뤄지길 원한다면 입원전담 전문의를 고민해 보는 것이 좋다.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일과 휴식 시간이 명확하고 교대 시간이 끝나도 일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요즘과 같이 행복을 추구하는 세대들에게 부합하는 좋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앞으로 의대생들과 젊은 의사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