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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혼란 우려하는 의료진...美FDA도 화이자 백신 7회 아닌 6회 접종으로 허가"

    "백신 용량 철저히 관리하고 남은 백신은 과감히 버려야...7회로 확대하려면 식약처 허가 승인 절차도 필수"

    기사입력시간 2021-03-02 20:23
    최종업데이트 2021-03-02 20:2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코로나19 백신 적정 접종 인원수를 두고 논란 거세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화이자 백신의 잔여량을 이용해 원래 허가기준인 6명이 아닌 최대 7명까지 투여가 가능한지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해외에서도 아직 정식으로 허가된 사례가 없는 관계로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한국형 특수 주사기를 활용해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당 현재 허가 받은 6명이 아닌 최대 7명까지 접종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따르면 최소 잔여형 멸균 주사기를 사용하게 되면 1바이알당 접종 권고 인원수가 초과하더라도 백신 잔여량이 남게되면 잔여량을 사용해 추가접종이 가능하다. 백신 폐기량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1병 당 정량은 정해져 있지만 백신 제조사는 접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분을 감안해 보통 정량보다 조금 여유 있게 분량을 채워둔다. 화이자 백신은 오는 3월까지 약 50만명분이 들어온다. 50만명분의 화이자 백신은 약 16만 바이알로 1개 바이알당 6명의 접종이 가능하다면 48만명이 접종을 할 수 있는데 반해 7명이 접종을 할 수 있다면 대략 56만명의 접종이 가능해진다.   

    미국 등 사례 있지만 공식 기준 아니야…여러 병 잔여량 모으는 행위 금지

    2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백신 잔여량을 이용한 추가 접종 사례는 있지만 공식 허가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상황에 따라 화이자 백신을 7명까지 접종 가능하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백신 병당 접종 가능 인원 문제로 혼란을 겪었다. 미국 제약전문매체 스탯뉴스는 지난해 12월 16일 '라벨 표기 혼란으로 화이자 백신이 낭비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논란이 일자 FDA는 앞서 화이자 백신 병에 바이알당 5명분이라고 안내돼 있는 것과 별개로 6회, 또는 최대 7회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권고했다. 다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공식 허가 기준 사항은 아니다.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도 최대 6명 접종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FDA는 지난 1월 공식적으로 6명 접종을 기준으로 정리했다. 

    이와 함께 FDA는 백신 병에 보존제가 없기 때문에 여러 병에 남은 백신을 모아 한 회 분을 만들어내선 안 된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즉 한 병으로 6~7회분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러 병에 남은 백신 잔여량을 모아 1회분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도 백신을 7명까지 접종한 사례가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었던 캐나다 나이아가라시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접종을 하기 위해 전체 백신 접종 중 절반 가량을 7회분까지 접종했다. 다만 캐나다도 7명 접종을 공식적으로 허가하거나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진 않았다. 

    전문가들 우려 증폭 “절차상 문제‧감염‧의료진 부담 가중”

    그렇다면 앞선 백신 접종 국가들이 최대 효율을 위해 최대 7회분 사용을 공식적으로 허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 잔여량 접종에 대해 분주 중 오염의 가능성과 더불어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 의료진의 부담 증대 등 문제를 꼽는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염준섭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협의 내용에 대한 결론을 현재 도출하긴 어렵다. 다만 여러가지 논란이 있고 이 때문에 외국에서도 (잔여량 추가접종 방법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며 "권장되는 방법 이상으로 무리해서 진행하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제 나오는 백신의 양이 딱딱 맞아 떨어질 순 없다. 이게 가능하려면 마약관리하듯 정부가 백신 용량을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어야 안전성이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감염내과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신 한 바이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을 접종하려는 의지는 알겠다. 그러나 자칫 잘못하면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부 연조직 감염이나 혈액매개감염이 대량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엄 교수는 "6명 접종 분량까지는 주사기 종류에 따라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7명 분량은 앞선 6명 분량이 부정확하게 추출된 경우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과감하게 남은 백신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양을 채우기 위해 기존 바이알에서 백신을 추출한 주사기로 새로운 바이알에서 백신을 추출하는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접종 의료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엄 교수는 "6명분 접종량을 분주한 후 바이알에 남아 있는 양이 0.3cc인지 아닌지 의료진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사기 성능을 그냥 믿고 가야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백신 분주를 담당하는 인력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게 될 것이다. 현장이 너무 빡빡하게 돌아가면 피로가 쌓이고 오류가 발생해 사고를 만든다"고 말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됐다. 대한백신학회 마상혁 부회장은 "화이자 7회분 주사는 식약처의 정식 승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 공문이 내려온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병당 접종 권고 인원을 조정하려면 승인 절차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주사기를 사용하면 7회분 주사가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사람마다 주사액을 뽑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도 혼란이 많은 접종 현장을 더 혼란에 빠뜨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백신 잔여량을 활용한 접종이 의무 수칙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백신 잔여량이 생기면 1~2명 정도의 1회 접종분에 대해 현장에서 주사할 수 있다는 정도의 방침을 내린 것"이라며 "이를 의무화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