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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명의 유전력은 7%" 최대 규모 빅데이터 분석결과 발표

    [칼럼] 김태형 테라젠이텍스 이사

    기사입력시간 2018-11-15 05:10
    최종업데이트 2018-11-15 05:10

    사진: 픽사베이

    [메디게이트뉴스 김태형 칼럼니스트] 최근 세계에서 가장 큰 가계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ancestry.com' 데이터를 활용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력(heritability)을 연구한 결과가 제네틱스(GENETICS) 저널에 실렸다. 흥미롭게도 여기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비영리 연구소가 아닌 앤서스트리(ancestry.com)과 칼리코(Calico Life Sciences)라는 영리 회사에 소속된 연구소 연구진들이었다.

    앤서스트리는 1983년에 설립돼 전 세계 가장 큰 규모의 온라인 족보(가계도)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2013년 DTC(Direct to Consumer) 유전자 검사인 AncestryDNA 서비스를 시작해, 2006년부터 12년간 서비스한 23앤드미(23andMe)의 500만 명보다 2배가 넘는 1000만 명 이상의 서비스를 수행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유전자 검사 회사이기도 하다.

    연구를 함께 진행한 칼리코는 구글이 노화 방지 및 수면 연장을 위해 2013년에 설립한 회사로써 노화에 대한 기초과학 연구를 진행하며 이와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 두 회사는 Ancestry에 공개돼 이용 가능한 가계도 데이터를 사용해 인간의 장수에 대한 유전적 기여를 분석하는 연구를 공동으로 수행했다. 칼리코의 최고 과학 책임자(CSO)인 데이비드 보스테인(David Botstein)과 앤서스트리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카테린 볼(Catherine Ball)은 효모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해 공동 연구를 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 이번 연구도 함께 진행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전에도 수명에 관한 유전력 연구는 다수 있었으며 이전의 수명에 대한 유전 가능성에 대한 문헌을 조사해보면 보통 작게는 15% 많게는 30% 정도라는 보고가 있었다.

    1990년대에 소규모 인구집단을 통해 연구된 결과에서는 수명 유전력은 >20% 였다. 2011년 알파인(Alpine) 인구집단을 통해 15%,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학(Columbia University)의 야니브 옐리치(Yaniv Erlich) Geni.com의 가계 정보를 활용해 연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수명 유전력은 15%였다.

    이전에도 이렇듯 수명의 유전력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지만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이전 연구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규모의 빅데이터 셋을 분석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연구에 사용된 가계 데이터는 데이터 사이즈나 데이터 퀄리티에 있어서도 여러 편향된 패턴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의 데이터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앤서스트리 가계 데이터로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태어난 4억 6000만 명의 5443만 가계 정보를 사용했다. 이 중에 생존하는 사람 데이터와 불필요한 항목 데이터 등을 모두 제거하고 칼리코 팀과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 각 개인의 출생 연도, 사망한 해, 출생지 정보를 제외하고 개인 식별이 가능한 모든 정보를 제거한 후 가계도 정보를 칼리코와 공유했다.

    여기에 사용된 데이터들은 대부분 유럽계 미국인으로 부모 또는 배우자 관계, 형제/자매 및 사촌들의 혈연관계/비혈연관계를 가진 사람들의 수명의 상관관계를 계산했다.

    그 결과 수명은 유전력의 영향력이 기존의 30%가 아니라 10% 미만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렇게 수명에 유전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이론의 가장 큰 근거로 제시할수 있는 것은 비혈연관계의 배우자의 수명이 혈연관계의 자매와 형제의 수명보다 더 유사하게 나왔다는 것이다. 이들 배우자들은 유전자를 전혀 공유하지 않고 게다가 질병 연관성 유전자도 전혀 공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주거, 음식습관, 생활패턴, 금연 등의 비유전적 요인에 더 강한 요인에 영향을 미쳤다.

    즉, 교육, 소득, 건강관리에 관한 생활 습관과 같은 사회 문화적 영향 등과 같은 비유전적 영향이 수명에 더 크게 기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현상은 제레미 그린우드 교수 보고서에서 밝힌 것과 같이 고학력 여성은 고학력 남성과, 저학력 여성은 저학력 남성과 결혼하는 선택 결혼(assortative mating), 이른바 동류 교배(표현형이 같은 상대나 상대적인 몸 크기, 순위 등이 매우 유사한 상대 간 배우 관계가 성립) 현상과 같이 수명에도 그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남녀 간 결혼이 '선택(assortative)'이 아닌 '무작위(random)'였다면 수명의 유전성은 어떻게 되었을지 분석해 본 결과 수명의 유전력(Life span heritability)은 7% 정도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전까지의 연구는 수명이 높은 배우자 간의 유전적 중복 현상을 보이는 선택적 결혼에 의해 과대평가된 것으로 보이며 이를 배제하고 계산하면 약 7%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칼리코와 엔서스트리 연구진들의 이번 연구의 발표는 사실 이례적인 일일 수 있다. 모두 유전학 연구를 하는 회사에 소속된 과학자들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투명성과 이 분야 발전을 위해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매우 놀랍지만 그들의 과학자로서의 본분을 다한 선택으로 인해 우리는 좋은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