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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량-가격 반비례' 이상한 약가정책

    푸대접 받는 고용량 약제, 줄줄이 한국 철수

    기사입력시간 2015-10-29 06:06
    최종업데이트 2015-10-29 07:27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턱없이 낮은 약가 기준 때문에 제약사가 고용량 판매를 기피하면서 환자가 저용량 제품을 2~3번 먹어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생물의약품 소위원회 손윤정 위원(LG생명과학)은 최근 발간된 '한국제약협회 정책보고서 11월호'에서 불합리한 고용량 약가 산정 기준의 문제점을 직시했다.
     
    손 위원은 "우리나라 약가산정의 모델이 되는 A7 국가(미국, 영국, 일본 등)는 함량에 비례해 약가를 등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고용량 제품의 약가가 저용량보다 훨씬 낮아 고용량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제약사가 판매를 중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국로슈의 바이오의약품 '미쎄라 프리필드주(빈혈 치료제)'는 저용량 제품의 단위당(1mcg당) 가격이 고용량보다 2배 이상 높다.
     
    저용량인 30mcg은 단위당 가격이 1627원이지만, 고용량인 200mcg은 814원, 250mcg은 753원, 360mcg은 678원으로, 용량이 높아질수록 단위당 가격이 대폭 낮아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로슈는 보험등재된 11개 용량 중 250mcg, 360mcg 규격을 시장에서 철수했다.



    B제품도 현재 45mg만 등재되어 있고, 90mg은 보험등재 목록에서 삭제했다.

    제품 특성상 체중 100kg 이상 환자에게는 90mg 투여가 필요하지만 낮은 사업성으로 인해 제약사가 고용량 판매를 포기한 것이다.
     
    C제품은 1회 초기용량이 135ml임에도 현재 20ml만 등재하고 100ml는 판매중단해 환자의 불편의 초래하고 있다.
     
    고용량이 필요한 환자들은 저용량을 2개 사용하거나 투여 간격을 2회로 늘리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손 위원은 "바이오의약품은 미량으로도 생물학적 약효를 발현하기 때문에 다양한 규격의 제품이 필요하고 또 출시되지만, 규격별 단위당 약가 차이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 필요한 규격임에도 제약사가 고함량 출시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결론적으로 보건의료체계의 비효율과 환자의 불필요한 위험 노출을 야기한다"면서 "실제 고용량의 보험 미등재로 저용량 2개를 투여하는 제품의 경우, 저용량과 동일한 단위당 약가로 고함량이 등재되더라도 총 투여량이 변하지 않으므로 보험재정 측면의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가하는 고용량 바이오의약품의 수요에 상응할 수 있도록 고용량 제품에 대한 실질적인 약가 산정 기준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상 현장의 의료진은 누구보다 고용량 부재에 따른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서울 A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고용량 제품이 없어 환자들이 저용량을 2~3개씩 투여하다보니 편의성이 떨어지고 복용 지속성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약가에 있다. 고용량 제품은 원가 보전도 안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용량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은 제약사의 자구책이다. 그것을 탓할 게 아니라 정당한 약가 보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준부터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