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의 효과를 확대하려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한국제약협회 유세라 변호사)
시행 2년 된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 제도가 전환점을 맞았다.
내년부터 보상금 범위가 진료비까지 확대되고 제약사의 기금 부담도 두 배로 늘 예정이어서, 제약업계가 재원 마련의 다양화와 미비점 개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의약품을 '정상적으로 복용'했음에도 부작용이 발생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2014년 12월 시행한 것으로, 제약사로부터 매년 기금을 각출해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2015년에는 사망에 대해서만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장애일시보상금, 내년에는 진료비와 장례비까지 보상 범위를 늘린다.
이에 따라 2015년 25억원, 올해 41억원의 기금을 부담했던 제약업계는 내년 그 두 배인 8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상금 지급이 이뤄진 건 총 27건.
피해 구제를 신청한 58건 중 심의위원회를 통과한 27건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 2016년 기준요율을 적용했을 때 약 11억원을 보상하고, 50여억원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그럼에도 내년 기금 부담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은 부작용으로 인한 진료비까지 보상해주기 때문인데, 제약업계에서는 지금처럼 제약사만 기금을 떠안으면 장기적으로 제도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유세라 상근 변호사는 "제도 자체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위로금 성격이라는 점에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른 당사자의 피해 분배에 대한 책무성 인식이 필요하며, 재원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부작용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있는 의약품 유통업자, 정부, 의료기관 및 약국 등도 무과실 보상 재원 지원에 대한 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무과실 보상인데 추가 부담금까지 내라고?
제도 면면을 보면 많은 허점을 갖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추가부담금이다. 제약사들은 전년도 의약품 생산·수입액의 0.1%에 해당하는 기본부담금 외에 피해구제 발생 약물에 대한 추가부담금(피해구제 지급액의 25%)도 내야 한다.
유 변호사는 "이는 무과실 보상을 규정한 제도의 취지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라며 "또 추가부담금을 부과하면 부작용만 부각시켜 제조사 이미지에 큰 손실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진료비와 지급총액의 상한선 필요
또 현재 사망일시보상금, 장애일시보상금, 장례비는 지급 상한선이 있지만, 내년부터 확대하는 진료비는 상한액이 없다.
이럴 경우 본인부담금 상한액이 높은 고소득층에는 연간 509만원(10분위)까지 지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 변호사는 "보상금은 부작용으로 생계 및 치료가 어려워진 피해자를 구제하는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면서 "고소득자는 저소득자보다 높은 피해구제 금액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를 사회부담금으로 다 지불하면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0분위로 나눠진 본인부담금 상한액 중 절반에 해당하는 4~5분위(203만원)를 상한액으로 두는 게 적절하다는 제안이다.
1인당 지급 총액의 상한선 규정도 논의 대상이다.
현재 각 보상금 항목 당 상한액을 설정했지만 지급총액 상한선은 없다.
예를 들어, 사망 환자는 사망일시보상금과 장례비 합산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데, 이를 1인당 피해구제 지급총액 상한선으로 규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유 변호사는 "재원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가 공정한 기회를 얻도록 합리적인 상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오프라벨까지 보상?
특히 허가 초과 의약품에 대한 보상까지 제약사에 부담지워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제약사가 허가 신청한 적응증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도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0월 식약처는 사전피임약을 복용한 후 사망한 환자에 대해 사망일시보상금과 장계비 지급 계획을 밝혔다. 이 환자는 해당 약의 적응증인 '피임'이 아니라 '월경 배란일 조정' 등 허가초과 적응증에 대해 처방 받았다.
유 변호사는 "설령 피해구제가 무과실 보상이라고 해도 허가 신청 범위를 초과한 부분까지 제약사에 집단적 책임성을 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