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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약품, AI로 비만 신약 후보물질 개발 기간 '절반' 단축

    CRFR2 선택 표적하는 'HM17321' 지방 줄이고 근육 늘려…후보물질 발굴 3배 빨라져

    기사입력시간 2025-10-23 09:08
    최종업데이트 2025-10-23 10:25

    한미약품 전혜민 상무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한미약품이 비만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AI를 도입하면서 발굴 속도를 3배 향상시켰다. 또한 후보물질 발굴에서 임상시험계획서 제출을 약 30개월 만에 완료하며 전체 개발 기간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한미약품 전혜민 상무는 22일 코엑스 마곡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대한약학회 추계 국제학술대회에서 'Introduction of HARP(Hanmi AI-driven Research Platform) with application cases'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전 상무는 한미약품의 AI 기반 약물 설계 플랫폼 HARP를 적용한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LA-UCN2)'을 소개했다. HM17321은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늘리는 퍼스트인클래스(first-in-class) 비만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GLP-1 작용제 등 인크레틴 기반 치료제는 체중감소 효과가 탁월하지만, 체중 감소의 40%가 근육 손실에서 비롯된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CRFR2를 선택적으로 표적하는 디자인을 구상했다. CRFR1 수용체는 ACTH 분비를 촉진해 스테로이드 분비를 유도하지만, CRFR2 수용체는 스트레스 회복, 근육·지방 조직의 에너지 대사 조절 등 말초 생리 기능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AI가 활용됐다. 구체적으로 구글의 알파폴드(AlphaFold)로 CRFR2 수용체 구조를 예측한 뒤, HARP를 활용해 활성·수용체 선택성·탈감작 반응 등 주요 변수를 예측했다. 전 상무는 "기존에는 활성, 수용체 선택, 탈감작 순으로 단계별 연구가 필요했다. 하지만 AI는 3가지 지표를 동시에 예측한다"며 "기존 대비 최소 3배 빠른 속도로 후보물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AI의 개입은 후보물질 발굴에 그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오믹스(Omics) 분석에 AI를 활용해 약물의 작용 기전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 전 상무는 "AI로 설계한 물질이 의도한 대로 근육을 늘리고 지방을 줄이는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도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오믹스 분석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HM17321은 근육량을 늘리면서 체지방을 줄이는 분자 수준의 신호를 동시에 유도했다"며 "지방과 근육이 함께 빠지는 기존 GLP-1 계열 비만약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전임상 데이터를 인체로 확장(translation)하기 위해 머신러닝 기반 혈중 단백체 분석을 활용했다. 전 상무는 "영국 바이오 뱅크의 5만3000여명의 데이터 등을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에 마우스 혈액의 단백체 데이터를 입력해 인체의 생리적 패턴과 비교했다. 임상 설계 단계의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HM17321 투여군은 체지방이 낮고 제지방량이 높은 인체의 혈중 단백체 패턴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9월 말 미국 FDA에 HM17321의 임상 1상 IND를 제출했다. 전 상무는 "이번 프로젝트는 기초연구부터 임상 진입까지 30개월이 걸렸다"며 "이전 방식 대비 개발 기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AI라고 하면 질문을 던지면 결론을 다 내주는 도구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질문을 명확히 세우고, 지속적으로 피드백하면서 하면서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한미약품은 이런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