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한국은 그냥 청소, 미국은 감염관리

    상반된 양국 병원···밀대걸레 VS 청소학교

    기사입력시간 2015-09-17 06:21
    최종업데이트 2015-09-18 09:50


    미국 'UBM 클리닝 솔루션' 이경훈 대표


    "병원 환경소독 방법을 개선하면 비용을 줄이면서 더 효과적으로 병원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미국 뉴욕의 UBM 클리닝 솔루션 이경훈(44) 대표의 말이다.
     
    이경훈 대표는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유한킴벌리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현재 미국에서 의료기관과 호텔 등의 청소서비스, 위생 컨설팅, 환경소독청소약품 제조 판매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청소서비스는 600병상 규모의 뉴저지 해캔색병원, 뉴욕 총영사관, 니폰익스프레스 등 280곳을 대행하고 있으며, 월 400만불의 매출을 올리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
     
    이경훈 대표는 미국식 청소서비스를 한국 병원에 도입하기 위해 방한, 의료기관을 돌며 시장조사와 컨설팅을 겸하고 있다.
     
    그는 한국 병의원의 청소, 소독에 대해 몇 점을 줄까?

    그의 평가를 종합하면 'F학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밀대 걸레, 물청소, 진공청소기, 락스.
     
    한국 청소 문화의 상징이다. 병원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바닥을 밀대 걸레로 물청소(습식청소) 하고, 진공청소기로 구석구석의 먼지를 제거한다.
     
    이경훈 대표에 따르면 미국 병원에서 이렇게 청소서비스를 하다간 바로 계약해지다.

    진공청소기는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지만, 세균을 걸러낼 수 없고 오히려 공기 중에 병원 감염체를 확산시킬 수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사용한다면 반드시 값비싼 헤파(hepa) 필터가 장착된 진공청소기를 쓰야 한다. 
     
    그는 모 병원에서 전 직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바닥에 세제와 락스를 동시에 풀어 수세미로 닦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미국 병원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풍경.

    락스와 세제를 혼합하면 염소가스가 발생하고,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체에 해로워 절대 하지 않는 방법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EPA는 홈페이지에 환경소독제로 적합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병원에서는 바닥을 청소할 때 세제 대신 EPA(환경보호청)에서 허가한 환경소독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환경소독제를 사용하면 청소(단백질 제거)와 소독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바닥을 청소하고, 소독은 다시 날을 잡아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국은 환경과 병원 감염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것이다.
     
    청소 방식도 습식이 아닌 건식을 선호한다.
     
    물의 양을 많이 사용하는 습식 위주의 청소는 각종 바이러스의 서식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가급적 물을 적게 사용하는 건식청소를 하고 있다.

    미국 EPA는 면으로 된 바닥 걸레 대신 극세사 걸레를 사용하라고 study case을 통해 병원에 권장하고 있다고 한다.
     
    면 걸레는 세균이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레이온이나 극세사 제질은 통기성이 좋고, 각종 박테리아 번식을 방지해 수술실이나 병균 감염이 높은 장소에서 유용하다.
     
    미국은 CDC(질병관리본부)에서 환자 치료구역에서 어떻게 청소 및 소독을 해야 하는지 지침을 내리고, EPA에서 지침에 맞는 소독약품 정보 및 허가, 적합한 자재 선정, 구체적인 작업 방법을 제시한다.
     
    미국 보건국에서는 병원과 건물의 위생관리 등을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정부는 2008년 미국 CDC 지침을 그대로 옮겨 병원감염예방관리지침을 만들었다.
     

    Refresher renovator course certificate. 미국 EPA 홈페이지 발췌


    이경훈 대표는 우리나라 지침이 미국과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했다.
     
    하나는 어떤 평가나 점검에 대비한 '비치용'이라는 점.
     
    또 하나는 미국의 것을 그대로 베껴왔지만 과거 버전이다 보니 현장에서 적용하지 않는 게 적지 않다는 점이다.
     
    '중환자실 바닥은 매일 최소한 2회,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100배 희석한 치아염소산 나트륨(락스)을 적신 걸레로 닦아준다'는 게 대표적인 과거 버전.
     
    이 대표는 "미국은 지침을 개정해 중환자실 바닥에 락스 사용을 금하고 있다"면서 "왜냐하면 바닥이 부식될 뿐만 아니라 락스에 소금기가 있어 의료장비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또 중환자실의 바닥을 청소할 때 EPA에 등록된 환경소독제를 사용한다는 것 역시 규정일 뿐 전혀 지키지 않는다.
     
    전문가가 거의 없다보니 EPA가 허가한 환경소독제가 뭔지 조차 모른다.
     
    미국 역시 청소서비스를 용역으로 대행한다.
     
    청소서비스업을 대행하려면 6개월 과정의 청소학교 출신 전문가를 고용해야 한다는 게 우리로서는 신기하기만 하다.
     
    직원들 역시 시각적인 교육을 반드시 받는다고 한다.
     
    위에서 아래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시각적인 형성 및 이동 등 전문 교육을 받는다.
     
    이는 세균의 감염경로와 일치하고, 교육을 이수하면 손이 자주 닿는 부분(high touch housekeeping surfaces)에 대한 시각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한국은 '반짝반짝', 미국은 '지침 준수' 

    무엇보다 의료장비에 따라, 바닥재에 따라, 장소에 따라 적합한 소독제, 세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 의료장비나 자재의 손상을 최대한 막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청소학교 출신 전문가들이 이런 교육과 컨설팅 역할을 하는데 적어도 '3만 5천불' 연봉을 보장받는다.
     
    우리나라는 청소학교도, 환경소독의 전문지식을 현장에 접목하는 전문가도 드문 실정이다.
     
    청소는 단지 3D업종이며, 전문가가 해야 할 업무라는 인식 자체가 낯설다.
     

    미국은 의료장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병원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카페트나 대리석 등 바닥재를 20년 이상 원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하니 우리와는 접근방식이 다르다.

    병원에서의 청소검사는 유관검사와 미생물(ATP) 측정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미국식, 단지 '반짝반짝' 윤기가 나고 깨끗하면 그만이라는 게 한국식이다. 
     
    그러다보니 락스로 대리석, 천연석 바닥을 닦다가 검게 변색되고, 수술방 장비를 알코올이나 과초산 계열 소독제로 마구 문질러 수명을 단축시키고 녹이 슬기 일쑤다.
     
    비전문가들이 무조건 열심히 쓸고 닦다보니 병원균 감염경로를 차단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한계도 있다.
     
    미국은 청소용역회사를 선정할 때 병원에서 제시하는 200페이지 분량의 지침을 따를 수 있느냐를 본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최저가 입찰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항상 인력을 정해 주고, 최저임금만 고집한다.
     
    환경소독 전문가가 드문 상황에서 필요 인원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세균측정기

    이경훈 대표는 "이제 한국 병원들도 자체적인 환경소독시방서와 그에 따르는 정확한 인력, 과학적인 청소법을 적용해 병원 감염, 제2의 메르스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한 점은 미국이 이처럼 엄격하게 환경소독을 하지만 한국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이경훈 대표는 "지침대로 하면 적은 인력으로, 편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지만 한국은 습식청소를 하다 보니 인력을 많이 투입하지만 고비용, 저효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 개념을 바꾸면 인력을 20% 줄이더라도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장담했다.
     
    미국은 청소를 감염관리 측면에서 접근한다는 점 역시 한국과 차이가 있다.
     
    그는 "미국은 병원장 직속으로 감염관리실을 두고 환경소독을 감염 관리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감염관리실에서 세균측정기(ATP)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감염수치를 측정할 정도로 환경소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건물 개보수를 하더라도 감염관리부서의 승인 없이는 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병원의 모든 영역이 감염관리와 연관이 있는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어 그는 "한국의 감염관리실은 저수가와 환경소독 전문인력 부재 등으로 메르스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경훈 대표는 "우리나라가 제2의 메르스 사태에 대비하고, 병원 감염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소독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전문 인력이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간단한 청소라고 하지만 기본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게 환경소독의 첫걸음"이라면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